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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만의제주 Oct 20. 2022

제주살이의 시작

집, 그리고 어린이집.

  첫째 4살, 둘째 8개월 무렵 TV에서 한 프로그램을 보다가 "제주살이"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MBC의 <구해줘! 홈즈>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연예인들이 발품을 팔아 의뢰인에게 맞춤형의 집을 소개해주는 중개 프로그램'이었다. 마침 2019년 6월에 제주도 특집 방송이 3주간 방영되었는데 매주 챙겨보다 보니 '우리도 한번 가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 특유의 주택 임대방식인 연세(1년 치 월세를 미리 한 번에 내는 임대방식)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가전과 가구를 모두 채워두시고 '풀옵션'으로 임대하는 집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서 단기간 살다가 오기 좋겠다는 생각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당시 레지던트 4년 차로 수련받느라 바빴던 남편과 혼자 4세, 1세 두 아이 육아를 맡았던 나에겐 직접 제주도에 가서 집을 알아볼 시간이 없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제주오일장 홈페이지"의 부동산 코너에 집이 많이 올라와 있었고, 관심이 생기는 집이 보이면 다양한 지도 맵을 이용 해 항공뷰, 거리뷰로 주변 환경을 살펴보았다.


육지에서처럼 아파트에 살 것인가, 우리의 로망 "마당 있는 집"에서 살아볼 것인가.

벌레도 무섭고, 치안도 걱정되지만 이때가 아니면 언제 주택에서 살아볼 수 있을까 싶어서 10여 가구가 모여있는 타운하우스를 찾았다. 그래도 여러 가구가 모여있는 타운하우스라 치안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어느 지역의 "타운하우스"에 살아볼 것인가.

공항에서 먼 서귀포시보다 제주시에 살아보고 싶었고, 그땐 가수 이효리 님의 집이 애월읍 소길리에 있을 때여서 제주시 애월읍이 한창 유명했었다. 찾아보니 애월읍 중산간 일대에 타운하우스 단지가 많이 있어서 여러 집을 인터넷으로 골라보았다. 집과 함께 알아보아야 할 매우 중요한 기관이 있었는데 바로바로 "보육기관"! 아파트가 아닌 외곽으로 나오려고 하니, 보육기관이 부족해서 첫 아이가 다닐 어린이집도 함께 알아보았다.


  어린이집들에 모두 자리가 없어서 대기를 걸고, 원하는 집들을 몇 곳 추려서 아이 둘을 데리고 제주여행을 떠났다. 여행의 목적은 "일 년살이 할 집을 계약하는 것!" 항공뷰, 거리뷰로 꼼꼼히 들여다본 집이어서 그랬는지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고, 바로 연세 계약을 완료하고 돌아왔다.


집, 그리고 어린이집.

"아이와 함께" 제주살이를 한다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삶이기 때문에 보육기관을 가장 먼저 알아보았어야 했다. 우리는 그걸 모르고 대기를 늦게 걸어서 집에서 몇 달 데리고 있다가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다. 제주살이를 고민하고 계시는 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살 지역에 대한 윤곽이 잡혔을 때 바로 보육기관을 알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몇 달 후, 남편의 레지던트 수련과정도 끝이 나고, 전문의 시험도 무사히 합격했다.

그리고 우리는 제주도에 왔다.

우선은 퇴직금으로 먹고살면서 몇 개월 애들만 키우다가 제주도에 살면서 자리를 알아보기로 했다.

열심히 학교 다니고, 밤낮없이 수련받고 "전문의 자격증"을 따고 나니 두 아이의 부모가 되어있었다.


"애들이 우리랑 놀아줄 때, 우리를 필요로 할 때“
인생의 쉼표를 한번 찍어보자.
아름다운 제주에서.


2020년 2월 24일 19시 53분, 연세 계약한 우리집 가는 길.


2020년 2월 24일 월요일 저녁, 탁송을 맡겼던 우리의 차가 제주공항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그렇게 우리의

“(처음엔 1년살이일줄 알았던) 제주살이"가 시작되었다.


이웃분들이 제주살이는 3개월이 고비라고 했다.

3개월 살다 답답하면 다시 돌아가는 거고, 3개월간 만족하며 지내면 계속 살게 될 거라고...

우리는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첫 1년이 참 좋았다. 관광지만 피해 다니면 언제나 우리뿐인 숲과 바다를 만날 수 있었고, 일상을 살아가며 마주하는 풍경 속에서도 하루하루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들꽃들이 피어나고, 기온에 따라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 모양이 변하고... 그 지나가는 풍경이 나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육아에 주로 집중했던 제주살이 1년 차가 지나고 둘째가 더 크자 2년 차부터는 제주도 곳곳을 딛고, 누빌 수 있었다. 아이들이 제주 자연에서 한 해 동안 더 단단하게 자라난 덕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아이들이 6세, 3세였던 제주살이 2년 차부터의 기록 위주로 담아보려 한다. 현재는 제주살이 3년 차, 아직은 제주도를 떠날 계획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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