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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만의제주 Oct 25. 2022

찬란한 봄 제주

봄의 제주도는, "꽃섬 그 자체"

  샛노란 유채꽃이 피어나는 2월에 제주도민이 되었다. "봄의 제주"는 떠올리기만 해도 반짝반짝 화려하고 찬란하다. 어쩜 그리 꽃이 다양한지, 그리고 얼마나 때맞춰 아름답게 피어나는지... 자고 일어나면 꽃이 얼마나 피어있을까 궁금해서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질 정도였다. 꽃의 안부가 궁금한 삶이라니 낭만적이다.


  제주도에 살기 전까지는 유채꽃이 이렇게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인지 몰랐다. 유채꽃은 잡초처럼 생명력이 강해서 거센 비바람에도 꿋꿋하게 샛노란 빛을 잃지 않았고, 뿌리내릴 틈이 있으면 몇 송이라도 꼭 피워내 반짝이는 그런 꽃이었다. 매화는 정말 귀여웠는데 겨우내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동글동글 꽃봉오리가 맺혔다가 팝콘이 터지듯 톡톡 꽃잎을 펼치는 모습부터 정말 귀여웠다. 가까이서 보면 예쁘고, 멀리서 보면 귀여운 매화! 매화 축제가 열리는 서귀포시의 걸매 생태공원과 노리매 공원에 가서 동글동글 작고 귀여운 매화를 보고 왔었다. 그리고 봄꽃의 대표주자 "벚꽃"! 제주도에는 벚나무가 가로수인 길이 많아서 벚꽃이 만개한 시기엔 제주 시내를 달리는 것이 "벚꽃 드라이브" 그 자체였다.


  꽃섬 그 자체인 봄 제주. 여기서는 벚꽃과 유채꽃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이 더욱 특별한 명소가 된다. 대표적으로 녹산로, 신산공원이 있다. 유채는 봄마다 심어야 꽃 피우고, 벚나무는 풍성한 꽃을 피우기 위해 오랜 기간 가꿔져야 하기 때문에 이미 자리 잡은 벚나무 아래 때맞춰 유채를 심어주셔야 한다. 그리고 두 꽃이 함께 만개한 시기를 맞춰야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 시기를 맞춰보려 하루하루를 기다린다.


  꽃피는 봄에는 아이들을 보육기관에 데려다준 후 집안일을 내팽개치고 꽃의 안부를 물으러 꽃 명소로 달려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동동 뜬 날이면, 햇빛에 반짝이는 꽃들의 모습을 담아보려 아무 약속도 없으면서 혼자 가장 바쁜 사람이 되어 이 꽃, 저 꽃 보러 다녔던 것 같다.


  오전마다 열심히 꽃의 안부를 물으며 다니다가 드디어 꽃들이 만개한 어느 날, 하원한 아이들을 데리고 찾아둔 꽃 명소로 향했다. 아이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 만난 유채꽃인데... 어떤 반응일까.'

아이들의 반응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나 혼자 이미 감동에 젖어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어엇! 이게 아닌데...!”

아이들은 초록 잔디밭과 샛노란 유채꽃, 분홍색 벚꽃을 보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맙소사.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상상했던 자연 속 아이들의 모습은 이게 아닌데...! 아이들이 색색깔의 아름다운 봄꽃 풍경에 감탄하며 꽃의 모양과 색깔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자연의 신비에 감명받는 그런 시나리오가 펼쳐질 줄 알았는데...!

우리 첫째는 봄 제주의 대표 명소, 유채꽃 & 벚꽃길 녹산로에 도착했을 때 왜 이런 곳에 왔냐며 울었다.

놀이터도 없는 곳에는 내리지 않겠다고 하며 정말로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흑흑.


  막상 제주살이를 시작해보니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운다는 것'이 막연한 말이었다. 자연 속에 그냥 두었더니 개미 몇 마리를 구경하고는 이제 재미있는 곳에 가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이 7살은 넘어야 다양한 곤충 이름, 식물 이름 등의 배경지식이 쌓여 자발적인 탐색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신산공원, 꽃밭에서 간식주고 담은 사진


  그때부터 "놀이터 중심적인 삶"을 살기 시작했다. 놀이터가 있는 꽃 명소 위주로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고, 일부러 산책하다가 꽃밭 근처에서 간식을 주었다. 놀이터가 없는 곳인데 내가 꼭 가고 싶다면 비눗방울 장난감을 챙겨서 꽃밭에 들어오면 쥐어줬다. 그제야 아이들은 만족하며 바깥놀이를 했고, 나는 나대로 꽃과 함께 아이들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전략적인 꽃놀이 계획 덕분에 모두가 평화롭게 봄의 제주를 누릴 수 있었다.


- 아이들과 봄에 꽃놀이하기 좋은 곳

신산공원(놀이터 있음), 삼무공원(증기기관차 객실 어린이도서관이 있음), 항파두리 항몽유적지 (걷고 싶게 길이 잘 나 있음), 엉덩물 계곡 (계곡 양쪽으로 탐험하는 느낌이 드는 산책로가 잘 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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