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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와이셔츠와 손목

by 박은영 Mar 26. 2025


커피를 줄였더니 잠이 잘 오고

사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너는 자주 벽을 보고 누웠다


사랑했던 것들은 꼭 떠나지만

너는 그 무엇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했지


지나친 깔끔함은

가난의 증거가 되고


항상 새하얀 네 셔츠 깃과 손목


일렁거림이 반복되면

감정도 통제할 수 있다


커피는 줄이는 게 좋겠어요

너는 선생님의 표정을 읽고


네,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건조한 눈으로 문을 닫는다


나는 그저 네가

내민 손을 잡았으면 했는데


걔는…

생각 없이 들리는 목소리에

너는 너를 또 방치하고


어떤 무관심은 상처가 된다


손목을 남에게 절대 보이는 법이 없는

너는 여전히 잃는 것이 두렵다


아직 사랑하는 것 같은데


더 이상 마실 커피는 없고

네 셔츠는 여전히 물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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