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저녁 퇴근길은 왠지 더 가라앉는다. 어떤 말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우울한 것도 아니고, 쓸쓸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 더 피곤한 것도 아닌… 일요일 저녁의 긴장감을 넘어 무사히 새로운 한 주의 문을 열었다는 안도감이라고 할까? 월요일의 퇴근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 같다.
사업을 하기 전에도, 난 참 열심히 일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다 남 좋은 일이었지만 말이다. 창업을 하고선 더 열심히 일했다. 나 좋자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남을 위해서든 나를 위해서든 우리 집보다 사무실을 더 잘 알게 된다. 그러다, 충격적인 책을 하나 읽게 되었다.
어니스트 티 (Honest tea)의 대표가 쓴 창업 체험기! 어니스트 티는 미국의 저당 유기농 차음료이다. 한국어 제목은 [어니스트 티의 기적], 원제는 [Mission in the bottle]이라고, 체험기이지만, 동시에 경영 지침서이기도 하다. 이 책의 특징은 바로 만화로 만들어진 경영서라는 건데, 그래서인지 술술 읽힌다.
야근을 하고, 늘 엄청난 양의 업무가 내게 오는 걸 당연하다 생각하고 ‘조금은(?)’ 자랑스러워했던 그 시절, 결코 업무시간과 일의 성과가 비례하지 않음을 제대로 보여준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효율성이란 무엇인지, 자신의 인생과 사업을 어떻게 조정하는지 느꼈던 바가 너무나 컸기에 당시 큰 충격을 받아 난 그 뒤로, 야근을 하지 않는다. 더 이상 경쟁사의 대표가 야근을 한다고 해서 뒤쳐질까 봐 걱정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그 대표는 내일도 야근을 할 것이다. 습관처럼.
워커홀릭과는 조금 다르다고 본다. 야근을 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 거 같고, 일을 하지 않으면 실패할 거 같아 지나치게 불안에 시달리고 있지 않은가?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것이 뛰어난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야근을 하는 사람이 뭔가 더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인 것 같은 사회분위기가 형성된 거 같다.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이 일을 하고 있는지 가끔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의 야망을 사랑하되 일을 위한 일은 하지 말자. 그래서 오늘도, 저녁 6시 종이 땡 울리면 나는 나에게 퇴근을 ‘허’한다. 언코디셔널리 (Unconditionally: 무조건).
야근하는 당신을 위해, Cheers!
참고로, 월요일부터 야근하면 그 주는 내내 야근하게 된다는 저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