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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비 Aug 22. 2022

[1번째 월요일]  ‘행운’ 유목민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  THE LUCK ANIMATION

'불운'으로부터의 자유

주말에 영화 한편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뒤적 거리다가 애플TV에서 시작으로 나왔다는 “The Luck” (행운)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게 되었다.



간단히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샘’이라는 한 ‘불운’한 소녀가 우연히 길고양이에게 먹을 걸 나누어 주게 되는데, 알고 보니 이 고양이는 행운왕국 출신으로 행운동전을 가지고 다닌 것이다. 고양이는 실수로 행운동전을 두고 자리를 뜨게 되고, 샘이 대신 동전을 발견, 다시 분실하면서 고양이를 찾아 행운왕국을 방문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갖가지 해프닝이다. 사실 플롯의 전개가 아주 신선한 것은 아니다. 왠지 지금까지 봐왔던 미국의 애니메이션들과 큰 차이가 없는 구조, 그렇지만 행운의 아이콘들이 살아가는 행운 왕국이며, 그리고 한 번 쯤은 생각해 봤을 법한 ‘운’에 관한 스토리, 아이디어는 꽤 괜챦았고, 주제 또한 한 번쯤은 생각해 몸 직한 그런 내용이 아니었나라고 생각해 본다. 왜? 나도 '운’이 필요한 사람이니까…


주인공 샘은 정말 지질이 되는 일이 없는 보육원 출신의 이제 막 성인이 된 아가씨이다. 아무리 애니이지만 보다 보면 내가 화가 날 정도로 일이 안 풀린다.  

‘어휴, 내가 저러면 진짜 미치지. 절대 저럴 순 없어.’라고 느낄 정도로 안타까운 캐릭터이다.

행운의 왕국의 아래쪽엔 반대의 중력 공간을 가진 불운의 왕국이 있고, 이 둘사이에는 행운과 불운이 동시에 존재하는 중간세계도 있다. 참으로 합리적인 세계관이다… 이 중간세계는 유니콘이 지키고 있는데, 그는 랜더마이저(Randomizer)라는 기계로 행운과 불운을 무작위로 인간세계로 날려보낸다. 그 이유가 재밌는데, 이렇게 이야기 한다.

“The Bad luck sticks to itself like the butter of nut to the roof of your mouth.”

불운은 니 입천장에 붙은 땅콩버터처럼 떨어지지 않아.

“You’re saying the bad luck attracts more bad luck.”

그러니까 불운은 불운을 끌어 드린다는 말인가요?


쉽게 말해 불운은 뭉쳐서 다니니 강제로 무작위로 분산시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얼마나 슬픈 일인가? 불운은 잘 떨어지지도 않고, 심지어는 또 다른 불운을 계속 불러 온다니… 하지만 우리도 종종 이야기 한다. 좋지 않은 일은 늘 겹쳐서 일어난다고. 불운의 아이콘은 외롭다. 그리고 잘 되던 일도 그(녀)와 함께한 순간 폭망의 길로 진격한다. 우리는 불운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고 싶다.


우리는 모두 '될 놈'이기를 기도한다

한 때는 우리나라도 ‘누구라도’ 열심히 노력한다면 잘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가 팽배했던 시절이 있었던 거 같다. 그러나 요새 이런 말 하면 손가락질 받을지도 모르겠다. 수저로 만들어진 계급이 유행하더니 (금수저, 흙수저 등), 이제는 열심히 노력만 하면 호구가 된다고 주의 받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좋은 부모 밑에 태어나는 ‘운’, 좋은 학교 들어가는 ‘운’, 좋은 회사 들어가는 ‘운’ 이제는 그 무엇보다 ‘운’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어떤 유명 주역가의 책 제목 처럼 ‘돈’보다도 ‘운’을 먼저 벌어야 할 것만 같다. 될 놈은 안 해도 그냥 되지만, 안될 놈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거니까. 그래서일까? 흙수저가 돈 번 이야기에 정말 열광하는 것 같다. 반은 진심어린 부러움이고 반은 시기어린 질투이고… 어쨌거나 결론은 그들은 ‘될 놈 될’이다. 그러나 성공의 이면에 깔린 진짜의 이야기는 우리는 모른다. 그리고 중요하지도 않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말이다. 보고 싶은 것만을 보려고 하는 인간의 심리, 이러한 심리적인 특성이 ‘될놈될’의 신화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운의 두 얼굴, 모든 일에는 결과가 따른다

애니의 내용에서 개인적으로 크게 와 닿았던 부분이라면, 행운이던 불운이던 모든 운에는 ‘결과’라는 것이 따른다는 것이다. 행운은 행운대로의 단점이, 불운은 불운대로위 장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행운만 있다면 나태함과 교만에 빠질 수 있는 리스크가 있고, 불운은 전환과 반전을 일으키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리고 나의 행운이 누군가의 불운이 되기도 한다. 내가 입사시험에 합격한다면 누군가는 당연히 떨어져야만 하지 않나. 사실 이런 예는 수없이 많은데도 왜 그토록 우리는 행운 목숨을 거는가? 행운도 불운도 단지 ‘말’에 불과한 것을 그것을 바라보고 구분 짓는 우리 시각에 더 큰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좀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A씨는 얼마전 큰 사업실패로 20억의 빚을 지게 되었다. 빚도 큰 문제이지만, 당장 가장으로서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데다 가족들 마음고생까지 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죽고 싶은 만큼 힘들다. 다음날 A씨는 가족 걱정에 멍하니 길을 걷다가 트럭에 부딪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A씨의 죽음으로 가족들은 생명보험 20억을 받아 경제적 상황이 좋아졌다.

이것은 행운이가 불행인가?  


'될 놈'의 조건  '운'

행운과 불운은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난 것일 뿐이며, 우리가 처한 상황과 우리의 시각에 따라 그 가치와 이름이 결정될 뿐이다. '행운'과 '노력'을 구분하긴 어렵고 이처럼 '불운'과 '부주의'를 명확하게 나누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사람들은 ‘횡재’만을 갈망하며 매일 매일 일어나고 있는 주변의 소소한 행운들은 잘 인지하지 못하고 (가령 옆자기 김대리가 오늘 이유없이 밥도 사고 커피도 샀다는...), 좋은 일 보다는 부정적인 일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할 뿐만 아니라 그 기억조차도 오래 간직한다. 그리고 남에게 일어나는 불운이 나에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종종 잊어버리기에 ‘불운’의 힘은 더욱 강력하게 우리에게 작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존재이다.


결국 '운이 좋다'는 것은 하나의 상태이며, 삶이 자신이 원한 방향대로 잘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크고 작은 해프닝에 상관 없이 ‘일희일비’ (一喜一悲) 하지 않는 건강한 마음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그래야 방향을 잃지 않고 자신의 목표에 다다를 수 있을 테니까. 이 과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때 우리는 결론적으로 ‘운이 좋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보너스] 오늘의 타로 운세

이 글을 읽는 당신을 위해 직접 뽑았습니다.

첫번째 카드는 지금 당신의 외부환경을 의미합니다. 아주 안정적이고 특별히 나쁜 일 없는 즐거운 순간이 계속 되겠어요. 두번째 카드는 당신이 곧 맞이하게 될 일! ‘행운의 수레바퀴’ 엄청난 행운이 당신이게 다가 오고 있네요. 세번째 카드의 조언, 하지만 이것 한가지는 아셔야 해요! 이 행운을 맞이 하기 위해 당신은 반드시 ‘존버’ 해야한다는 것을. 자신의 자리에서 굳건히 버티다 보면 머지않아 이 행운이 꼭 당신의 것일 될 것입니다.

곧 당신에게 엄청난 행운이 올 거예요!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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