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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비 Aug 29. 2022

[2번째 월요일] How Old Are You?

제 나이요? 그때그때 달라요 ^ ^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 여름이 떠나고 가을이 오는 전형적인 시간.

얼마 전 지인분께서 경기도 어느 신도시에 티룸을 개업했다 하셔서, 토요일 방문하게 되었다.

마케팅 관련하여 오랫동안 프리랜서로 일하신 능력자이신데, 뜬금없이 티룸이라니… 취미 정도이겠거니 하고 찾게 되었다. 그녀의 티룸은 다가구 주택가에 위치한 1층의 조그만 상가였다. 10평 정도 될까?

그녀의 야심 찬 메뉴는 차와 다식으로 이루어지는 코스 메뉴였는데, ‘맛’의 여부를 떠나 참으로 많이 고민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만큼 정성 어린 메뉴 었다. 아무래도 가격대가 있다 보니 찾는 손님이 많은 것 같진 않았지만 말이다.


“와, 다식이 달지 않고, 차 향 살리시느라 고민 많이 하신 흔적이 보여요!”

“양갱이랑 화과자는 내가 만든 거고, 나머지는 조금씩 사는 거야. 그런데 진짜, 너무 달면 차 맛이 안 사니까, 달지 않은 제과류 찾으러 다닌다고 엄청 시간 들였지.”

“그러게요, 하나하나 정성이 들어가 보여요. 하시는 일 잘 되시죠?

“나 다 정리했어. 이거 한다고. 이렇게 시범삼아 운영해보고 지방 가서 티룸 제대로 운영하려고.”

“네!? 오, 대단하시네요. 쉬운 결정 아니셨겠어요. 돈 많이 벌어 놓으셨나 보다."

“ 아니. 뭐 우리 나이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지만…”

1972년생. 예전 나이로는 51세, 만으로는 50세.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나이라니… 당연히 그녀의 나이에 대단한 결정이다라는 의미를 깔고 말을 한 내가 갑자기 미안해졌다. 적지 않은 충격이다. 내 주변의 51세의 분들 중 자기 나이가 적다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만나 보지 못했다. 오히려 스스로 너무 늙었다고 생각해서 문제이지. 그리곤 종종 그 생각 속에 갇혀 산다. 이런 신선한 시각이라니!


우리 모두 완벽하지 않아요 : MZ의 허세   VS   XY의 유치함

요즘같이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나이에 민감한 시절이 없는 것 같다. 세대 간의 마찰은 역대 최고치를 달리는 것 같다.

40-50대가 누구인가? 아재, 아줌마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연령대는 ‘꼰대’로 대변되는 꽉 막히고 찌들 대로 찌든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세대가 아닌가? 51세의 그녀는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내 나이가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지만…’

그래, 생각하기 나름이란 말이겠지. 한편으론 그녀의 열린 태도가 부럽다. 듣지도 보지도 겪어보지도 못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더 이상 추측 가능한 공간이 아닌 세상이다. 결국 생존이 제1목 표인 우리 모든 인간들에게 나이와 경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살아내는 유연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MZ세대이지만 허세와 권위의식으로 똘똘 뭉쳐 XY인 나 조차도 혀를 내두를 그들을 나는 본 적이 있다. 40-50이 되어서도 자신의 위치를 아직도 타인의 인정으로 판단하는 내 20대 조카보다 아이 같은 어른들도 주변에서 만나 보았다.

인간의 성숙도는 참으로 나이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레 매번 확인하면서 말이다.


자신의 개성이나 본질과는 상관없이 사회가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고 있는 나이상을 정해 놓고, 그것에 자신을 맞추어 살기 위해 우리는 안간힘을 쓴다. 모두가 당연히 여기는 것이 가장 낡고 오래된 것이다. 작금의 세상은 매 순간 다시 태어나고 있는데, 모두가 당연히 여기는 그것을 하는 걸 당연하다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늙고 있다는 것이다. 세대를 막론하고 말이다.



Attitude, that matters!

난 '영지'를 너어어어무 좋아한다. 그녀의 MZ세대 다운 솔직함과 과감함, 그리고 XY 아재 같은 입담을 좋아한다. 박막례 할머니는 많은 20대 팬이 있다. 그녀의 많은 액티비티와 생활들은 우리 세대의 할머니라기 보단 종종 젊은 세대의 취향에 더 가깝다. 다른 세대라 이해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선입관일 뿐, 인간으로서 공감할 수 있는 정서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나이보다 사람이다. 어떠한 현상이나 상대를 바라보는 취향이나 가치관이 더 중요한 사회가 되었다.

우리 모두는 그저 변해가는 세상 속을 살아가는 생물체, 스스로 사용하기 편한 도구가 다만 다를 뿐이다. 세상이 변해감에 따라 우리가 듣고 보고 자란 것이 달라졌으니까.


20대의 큰 고민은 무한 경쟁시대에 젊은 이를 위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없는 것이고, 4050의 고민은 무한 경쟁 시대에 중년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풋! 30대의 고민은 치고 올라오는 20대라고 한다. 파하하하하. 50대의 고민도 치고 올라오는 30-40대이다. 20대의 바램은 파이어족이 되는 것이고 50대도 조만간의 경제적으로 안정된 편안한 은퇴생활을 꿈꾼다. 우리는 같은 고민을 가지고 같이 늙어가고 있는 그냥 ‘현세대’이다. 그러니, 그녀의 말이 많다. 우리 모두의 나이는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 점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의미 없는 질문 중 하나가 되어간다. 누구를 막론하고 그때그때 달라야 생존 가능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다양한 세대들과 어울려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기회이며 축복일 수 있다. 아래 직원들을 같은 고민을 가진 동료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잔소리하는 상사가 자신과 똑같이 미래를 고민하며 은퇴설계를 하는 같은 처지의 선배로 보일 때, 오늘의 사무실이 조금은 더 즐거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마음 하나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고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우리의 ‘자세 (Attitud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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