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정체성은 스타일과 기능으로 이루어진다’고 정의했을 때, 공간의 기능을 대표하는 아이템이 바로 가구이다.
여기, 한 편의 영화를 만든다고 상상해보자.
총괄을 위한 연출이 필요할 것이고, 배경(공간), 배우, 그리고 소품들이 필요하다.
연출이 공간 사용자의 몫이라면, 배우 즉 공간상에서 배우의 역할을 하는 것은 가구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리고 가구는 기능과 배치를 통해서 그들의 맡은 역할을 소화한다. 마치 배우들처럼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선택하세요’ 가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는 무조건 예산이다.
우리의 공간이 한정되어 있는 이상, 가구를 장만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예산’을 정하는 것은 셀프 인테리어에도, 전문가를 통한 인테리어 공사 진행 시에도 기준이 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면 보다 현명한(?) 가구 구입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1. 예산
2. 나의 니즈(Needs)를 파악해본다
내게 필요한 공간상의 기능은?
여러 개의 실로 이루어져 있는 아파트나 빌라 혹은 주택 등에 살고 있다면 어쩌면 중요하지 않은 고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1인 가구, 2인 가구가 늘어나는 작금의 시대에는 한정된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써야만 하는 숙명에 우리는 처해있다.
당신의 일상에서 하루의 중심이 되는 공간은 어떤 공간인가?
혼자 사는 프리랜서 디자이너에게는 침대 따위는 거실에 있어도 상관없을 수 있지만, 집중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은 훨씬 절실한 문제일 수 있을테니 말이다.
가지고 있는 가구들과 사야 하는 가구들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본다.
두 가지의 효과를 말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나의 필요를 한눈에 제대로 파악하게 해 주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과소비’를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3. 크기
가구의 크기는 두 가지 측면 즉 공간 전체의 크기와 실측 사이즈로 나누어서 판단해야 한다.
공간의 규모에 따른 가구 선택
한 가지만 기억하자. 공간을 넓게 보이게 하려면 가구들의 높이가 낮아야 한다. 그리고 가구들의 색상 톤(Tone)을 통일시키는 것이 공간을 보다 정리되어 보이게 한다.
반면 공간에 보다 아늑한 느낌을 주고 싶다면, 적절한 높이의 가구를 이용하여 확실한 영역을 만들어 주고 소품을 통해 다채로운 색상을 연출하도록 한다.
실측
가구가 들어갈 공간의 실제 사이즈를 미리 재어둔다.
4. 나의 생활에 부합되는 가구 선택
내가 고양이 3마리의 집사라고 가정해보자. 니트로 만들어진 알록달록한 레어템의 예쁜 2인용 소파가 위시리스트에 있다 해도, 설사 50%의 이벤트를 진행 중이라 해도 나는 사지 않을 것이다.
리빙 (Living), 삶이란 이런 것이다. 적어도 내가 택한 가구는 이상속의 나의 삶이 아닌, 현재의 나의 삶에 어울려야 한다.
5. 기존의 장식들(인테리어)과 잘 어울릴 수 있는가?
기존의 가구들과 색상, 디자인 등이 잘 어울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취향이 가장 많이 반영될 수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가구들은 종종 감성을 충족시키는 수단이 되며 공간 내애서 스타일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 잠깐 가구 스타일에 대해 짧게 이야기해본다.
빈티지 (Vintage) : 원래 생산연도를 뜻하는 말이다. 패션이나 리빙제품에서는 20세기 중반 1930~1960년대 사이의 제품들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하겠다. 그중에서도 그 시대를 대표하거나 희귀해서 더욱 귀해지는 그런 제품들이 좋은 빈티지 제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앤틱 (Antique) : 80년-100년 이상된 제품을 뜻한다. 진품명품 쇼 등에 나오는 제품들을 우리는 골동품이라 부르며 이는 모두 앤틱이다. 이들을 빈티지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한 때 앤틱 바람이 크게 분 적이 있었다. 특히 영국산 앤틱 제품이 인기였는데, 프랑스산 이태리산과의 약간의 차이를 이야기하자면 바로 나무의 종류이다. 그리고 영국 제품이 유달리 인기가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가구가 주는 스케일감이 한국의 집 구조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레트로 (Retro) 혹은 뉴트로 (Newtro) : 이들은 복고풍 스타일의 가구를 뜻한다. 자칫 빈티지와 혼용이 올 수도 있지만, 복고의 느낌을 재현했다는 표현이 빈티지와의 경계선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펑키한 스타일의 인테리어디자인도 복고풍의 색상을 종종 반영한다.
왜 우리는 집이 아닌 카페에서 일을 하고, 혼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카페에는 인간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모든 것들이 있다.
고소하고 달콤한 향기, 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개성의 인테리어, 음악, 작업하기에 편안한 탁자 등… 공간이 전해줄 수 있는 오감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런 요소들이 우리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이다. 특히 가구와 소품들의 선택이 그 매력을 배가 시킨다.
공간미학이란 바로 이 오감을 어떻게 체험할 수 있느냐에 관한 이야기이다.
‘카페 같은 집’을 원하는 이유,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