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3
어느 날 갑자기 고양이 집사가 되어 버렸다.
어디서 어떤 식으로 만났든..
우리는 그렇게 만났고,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녀석이 우리의 삶으로 들어와 버렸다.
녀석의 이름을 짓는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신포 닭강정 사러 가다가 만났으니..
신포?
강정이?
인절미?
나비?
치킨?(먼치킨이니까)
하아..
우리는 창의성이라고는 1도 없었다.
그렇게 고민고민을 하다가 지은 이름, 로또
아무리 생각해도 기가 막혔다.
인연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평소에 현금이 전혀 없는 내 주머니 속에 만 원짜리가 들어있었고,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만한 로또 판매점에 들어가서 로또를 샀다.
그리고 맞은편 동물병원에서 녀석을 다시 만났다.
그날 샀던 로또는 당연히 꽝이었지만 우리는 너를 만났다.
네가 우리 인생의 로또다.
그래서 녀석을 로또라 부르기로 했다.
무작장 데리고 온 첫날..
뭘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녀석을 안방에 두고 남편과 나는 미친 듯이 온 집안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아기 고양이는 정말 작았다.
이 조그만 녀석이 가구 밑으로 들어가면 어떡하지?
그러다가 못 나오면 어떡하지?
생각지도 못한 걸 막 주워 먹으면 어떡하지?
어디 갇히면 어떡하지? 등등
우리는 온 집안을 기어 다니며 청소했다.
조그마한 로또가 어디로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둘이서 눈에 보이는 가구들을 밀어내고 옮겨가며 걸레질을 했다.
결혼 이후 그렇게 청소를 열심히 한 적은 처음이었다.
내 인생 가장 열심히 쓸고 닦았던 그날..
작은 아파트였으니 망정이지..
큰 집이었다면 난 쓰러졌을리라..
당시 나는 식집사였다.
초록이를 사다 키우고 분갈이하고..또 키우고, 또 분갈이하고..
집을 아마존으로 만들고 싶었나보다.
베란다 가득 토분이 담긴 화분이 즐비했고, 흙, 삽, 살충제..
그것도 부족해 미니 화단까지 있었다.
정말 온갖 것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베란다도 봉쇄해 버렸다.
남편방도 큰일이었다.
전자기기를 좋아하는 그의 방에는 온갖 전자제품, 그리고 각자의 충전기, 전선들이 즐비했다.
레고도 좋아해서 만들다 만 레고블록도 여기저기 있었다.
일단 모두 책상 위로 높이 옮겨놓았다.
우리 집에 온 첫날..
로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떤 기분이었을까..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
이동장에서 꺼내주자 비틀비틀거리며 벽을 따라 걷더니 다용도실 구석으로 들어가서 나오질 않았다.
억지로 꺼내면 안 될 것 같아 일단 숨어있게 두고 우리는 다른 고민을 시작했다.
당장 녀석의 밥그릇, 물그릇도 없었다.
집에서 안 쓰는 작은 그릇들을 꺼내어 조로록 늘어놓았다.
밥도 얼마나 먹는지 알 수 없었다.
데려온 병원에서는 하루에 어른 수저로 한번 정도만 주면 된다고 했다.
수저로 키튼 사료 한 숟가락을 퍼봤는데 양이 너무 작아 보였다.
종일 겨우 이만큼만 먹는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부족할 것 같아 좀 더 소복하게 담아서 물그릇과 같이 놓아주었다.
우리가 조용히 있어야 안정을 찾을 것 같아 우리 부부는 티브이도 틀지 못한 채로 소파에 오도카니 앉아서 아이가 스스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숨어있던 로또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더니 살금살금..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어찌 알았는지 내가 만들어놓은 화장실을 찾아가서 볼일을 보고 모래까지 싹 덮고 나오는 게 아닌가?
오..
감동..
나는 그 날밤, 깔끔쟁이 꼬마숙녀에게 진심으로 반해버렸다.
대체 어디서 배운 걸까?
우리 아이는 알고 보니 천재였던 걸까?
녀석은 화장실을 다녀오더니 밥을 먹기 시작했다.
분명히 병원에서는 하루치 양이 어른 수저로 한 숟가락이라 했다.
하지만 로또는 그 자리에서 내가 소복하게 쌓아둔 사료를 다 먹어버렸다.
아니..
저렇게 잘 먹는데 왜 병원에서는 하루에 한 숟가락만 주라고 했자?
나중에 알았다.
로또가 제 몫만큼 많이 먹고 쑥쑥 커버리면 상품가치가 떨어질까 봐..
다 자라 버리면 팔리지 않을 테니 밥을 거의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그 하얀 가운의 남자가 나에게 3개월 내 분양이 되었어야 했는데 어차피 4개월 넘어가면 분양이 어려우니 할인을 해줄 테니 싼값에 데려가라고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아이를 돈으로 환산해서 내게 말했을 때 왜 내가 그런 불쾌감에 휩싸여 녀석을 데리고 도망치듯이 거기서 나온 건지..
분양이라는 이름 아래 동물들이 어떤 취급을 받고 살아오고 있는 건지..
처참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