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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양이 키우자..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1

by 김이집사

고양이 키우고 싶어..


결혼한 지 1년 남짓 되었을까?

남편이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한다.


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처음엔 거북이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 내가 반응이 없자 다음엔 강아지였다.


강아지라니..


나는 결사 반대했다.

주인에게 완벽하게 올인하는 작은 존재..

내가 키울 수 있을 리가 없다.

내 한 몸 건사하는 것도 힘들다.

그런 주제에 "생명"이라니..


무언가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

그것도 살아있는 그 무언가라니..

모든 것이 부담스러웠다.




나는 원래 건조한 사람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가졌다.

일할 때의 내 모습은 활동적이며 에너지가 넘치고 종일 높은 텐션을 유지한다.

그러다 보니 일을 마친 후엔 늘 방전상태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진공상태에 머물 듯..

그렇게 가만히..

그리고 조용히 있고 싶다.


그래서일까..

인간관계를 확장해 나가는 것에 관심이 없다.

당연히 결혼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꽤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내 남편은 어른스럽고 독립적이며 타인을 지지해 줄 수 있을 만큼 정신적으로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이다.

예민한 나와는 다른 그런 모습에 처음으로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

결혼 생활에서도 그 따뜻함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런 그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한다.

매일매일 고양이 이야기를 한다.


손이 많이 안 간데..

외로움도 덜 탄데..

강아지만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데..


살아있는 생명이라니..


부담스러웠다.

키우기 쉽다고 막 키울 수는 없다.


나는 우리 둘만 있어도 충분한데..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화분에 흙이나 조몰락거려 본 것이 전부인 내가..

키울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집에 살아있는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2020년 5월..


날씨 좋은 휴일..

남편과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닭강정 얘기가 나왔다.

갑자기 의기투합해서 인천 신포시장으로 향했다.


나는 휴일엔 집 밖을 거의 나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날은 왜인지 싫지 않았다.


주말 신포시장 주차장..

만차였다.

어쩔 수 없이 근처 거리가 좀 떨어진 공용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시장까지 걸어갔다.


그러다 남편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가 서있는 곳은 어느 작은 동물병원 앞..

동물병원 유리벽면 너머로 진열된 조그마한 강아지들..


남편말로는 위쪽에 하얀 아기고양이가 있다는데 키가 작은 내 눈엔 잘 보이지 않았다.


또 고양이 얘기..


솔직히 관심도 없었다.

눈을 못 떼고 서있는 그의 팔을 잡고 시장으로 향했다.

어차피 내가 계속 결사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도 군말 없이 자리를 떴다.


그날은 날이 좋았다.

최근 그렇게까지 오래 걸은 적이 있던가?

오랜 시간 동안 시장 구경도 하고, 줄 서서 닭강정도 샀다.

여기저기..

발 닿는 대로 계속 돌아다녔다.


그렇게 몇 시간을 돌아다녔을까?

우연히 로또 판매점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우리는 로또를 사본적이 없다.

애초에 현금 자체를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그런데 그날은 웬일로 바지 주머니에 만 원짜리 한 장이 있었다.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그 만원을 꺼내 들고 로또 판매점에 들어갔다.

깔깔거리며 로또를 사들고 나왔다.

그냥 기분이 좋았다.


신나게 로또를 사들고 나오는데 갑자기 남편이 발걸음을 멈췄다.


이런 우연이 또 있을까..


로또 판매점 바로 앞에 아까 봤던 그 동물병원이 있었다.


20200531_200106.jpg 우리 만난지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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