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4
다소 무거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로또를 입양했던 당시..
우리는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었다.
특히, 나는 동물을 처음 키워봐서 모든게 막막했다.
그래서 네이버에서 고양이 카페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제일 유명하고 규모가 있는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일명, 고다 카페)라는 카페에 가입을 했다.
수많은 글이 올라오고 정보가 넘쳐났다.
카페에 가입하고 가입인사를 했다.
로또 사진을 올리고 초보집사라 잘 부탁한다고 올렸다.
그런데 내 가입인사에만 댓글이 없었다.
내심 서운했다.
그래도 뭐 어떠리..
크게 개념치 않았다.
그런 걸 신경 쓰기엔 정신이 너무 없었다.
이후 질문 글도 몇 개 더 올렸다.
그런데 여전히 댓글이 달리지 않았다.
분명히 게시글도 많고 활동도 활발한 것 같은 분위기인데..
유독 내 글에만 댓글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네이버 쪽지 하나를 받았다.
품종묘 돈 주고 사 왔나 봐요?
밑도 끝도 없이 딱 저렇게 쓰여있었다.
순간 이게 뭐지? 싶었다.
당혹감이 들었다.
남에게 비난받는 일에 익숙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쪽지를 읽고 순간 무슨 소리인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여러 번 읽으면서 한 가지는 분명히 깨달았다.
내가 지금 비난받고 있다는 것을..
카페에 다시 접속해서 내가 쓴 글을 읽어봤다.
"먼치킨"
이 단어가 문제였던 것 같다.
나는 글을 쓸 때마다 "먼치킨 숏레그"라고 같이 적었다.
품종묘..
당시의 나는 고양이의 품종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었다.
내 눈엔 단지 하얀 고양이, 까만 고양이, 노란 고양이, 색깔이 여러 가지인 고양이..
이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던 것 같다.
내가 가까이서 본 고양이는 로또가 처음이었고 전부였기 때문에 로또의 다리 길이가 짧다고는 생각했지만 다른 고양이들의 정상적인 다리 길이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못할 정도였다.
쪽지를 받고..
혼란스러웠고..
기분도 나빴다.
내 글이 예의에서 벗어났거나 무례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난 이런 예의 없고 무례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인가..
불쾌했다.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려 했다.
그런데 계속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품종묘 돈 주고 사 왔나 봐요?
품종묘 돈 주고 사 왔나 봐요?
품종묘 돈 주고 사 왔나 봐요?
쪽지를 보낸 사람은 어떤 의도였던걸까?
쪽지를 받고 상처받던 그 시기..
나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질문에 더 혼란과 상처를 받게 된다.
우와~이거 비싼 고양이지?
이런 건 얼마 줬어?
얘 얼마야?
귀엽다, 먼치킨 엄청 비싸다며?
나도 키워보고 싶다
얘 100만 원 넘는다며? 진짜야? 등등
참담했다.
그제야 로또의 생김새가 눈에 들어왔다.
동그란 얼굴, 짧은 다리, 작은 체구..
길에서 보는 고양이와는 전혀 다른 생김새..
우리 로또는 생김새가 다른 비싼 품종묘였고 나는 로또를 돈 주고 구매라는 행위를 통해 데리고 왔다.
그러니 사람들도 나의 소중하고 소중한 고양이를 물건처럼 이야기하는 거였고, 나의 로또는 그런 물건 취급을 받은 거다.
나는 로또가 품종묘라서.. 먼치킨이라서 데려온 게 아니다.
다리가 짧아서 귀여워서 데려온 것도 아니었다.
동물병원에서 데려온 아이라 펫샵이라는 인식조차도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돈을 주고 데리고 온 건 맞다.
그러니 할 말이 없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날부터 고양이 분양과 펫샵, 캐터리 등에 대해 몇 날 며칠을 검색했다.
그리고 그게 얼마나 잔인한 짓인지 깨달았다.
딜레마에 빠졌다.
내가 로또를 데려오지 않았으면 녀석은 번식장으로 끌려갔을 거다.
비싼 품종묘 암컷이니 말이다.
그 부분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마음 한편으로는 이것도 구조의 일종이지 않을까... 하고 자기 위안을 삼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생명을 "소비"한 사람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다.
나의 소중한 꼬마 숙녀는 아무 잘못이 없다.
나의 무지함이 죄다.
사람들의 잔인함이 죄다..
이후로 나는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나에게 쪽지를 보냈던 사람..
지금은 고맙다고 생각한다.
우리 부부가 이 부분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