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책을 잘 읽었다고 스스로 뿌듯할 때가 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책을 한 글자도 놓치지 않고 집중해서 보게 되는 책이며 지루하지 않았다.
사실 다소 뻔할 수도 있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게 저자 자신이 편집자여서 그런지 내용의 흐름이 억지스럽지 않고 물 흐르듯 가는 듯했다. 그냥 나의 느낌이다 물론 이 책을 봐서 그런 거 일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또한 편집자라면 일단 소리부터 지르는 악성 부장으로 보이는데 이 책을 읽고 그게 아닌 걸 알았다.
어찌 되었든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이 겪은 편집자의 경험을 엮었으며 책의 첫 부분에 서평에도 있듯이 회사 선배의 모습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경제가 어려워서 인지 퇴사에 관련한 책이 많은데 글의 저자는 조언한다. 퇴사할 거라고 험담하고 미래를 자꾸 어둡게만 생각하면 더 좋지 않은 길로 가게 된다고 일단 시도할 수 있는걸 최대한 해보고 하라고 그리고 6개월 정도 생활할 수 있는 돈 정도는 모아 놓으라고 한다. 사실 어디서나 들을법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이 작가는 마음이 선하다. 회사생활을 견딜 수 있던 게 주변 동료들 덕분이며 같이 작업하는 외주 작업자 분들을 챙기는 걸 보면 느낄 수 있다. 작가는 미래를 위해서 챙겨줘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나는 알 수 있다. 그건 선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물론 회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변하는 걸 느낄 수 있다. 처음엔 다 착하다 하지만 오래 생활하다 보면 배신도 당하고 좌절감도 맛보며 변하게 된다. 받은 만큼만 일하는 게 결코 이상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저자도 얘기한다. 노력하면 억울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이다. 맞다 노력하면 더욱 많은 보상을 바라지만 그렇게 되지 않아 억울하다.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사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편집자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몰랐다. 책 내용 중에 보면 저자가 편집자에게 수정은 일절 하지 말라고 초짜 저자들이 얘기한다는데 나도 그럴 줄 알았다. 글이라는 것은 원래 저자가 나름 의도를 가지고 순서를 정해서 쓴 건데 그걸 어디를 바꿀 게 있을까 하고 고민해 봤다.
하지만 편집에도 기술이 있고 부족한 부분을 함께 채워서 수정하는 거라고 들었을 때 깨달았다.
그게 글을 많이 본 편집자로서 도움을 주는 거였다. 글이 이어짐이 훨씬 매끄러워지고 내용의 정확성도 좋아지고 흐름 자체도 좋아지니 무조건 해야 하는 거였다.
하루에 투고되는 작가들의 원문이 100개 정도 된다는데 그걸 언제 다 보고 뽑을지 대단하다.
출판시장은 언제나 불황이라는데 언제쯤 호황을 이룰지 궁금하다. 하긴 나도 3년 전에는 책을 1년에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책을 너무 안 읽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예전처럼 종이책을 많이 안 사보는 것도 크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종이책은 보관하기가 너무 싫어서 안 보는데 꼭 그렇게 2천 부 3천 부 찍어내는 걸 해야 하는지 싶다.
이 책 중간에 저자가 신입만 있고 중간직은 없고 1년에 관둔 사람만 20명씩 되는 회사에 들어갔다고 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나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물론 나는 출판 회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매일 술 마시고 야근을 눈치 보면서 한다는 내용에서 옛 감정이 살아나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왜 회사라는 곳에서 하루 8시간 이상으로 속박되어서 젊은 날의 청춘을 보내야만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주입식 교육을 받고 사회를 구성하여 기계를 돌아가게 하는 톱니바퀴처럼
살기 위해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놈의 술, 물론 가끔 좋을 때도 있다.
또한 이직하면 좀 더 좋은 곳으로 가야 하는데 점점 수준이 낮아진다 했다. 물론 작가 말처럼 해볼 건 다 해보고 이직을 결심하라고 하지만 회사 내에서 묶여 있는데 무슨 준비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모든 회사는 회사일뿐 언젠가 그만두어야 할 곳이고 나를 위한 삶을 준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편집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소상히 알려주고 미래의 편집자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책 한 권이 탄생하기 위해 편집자들의 노력을 알 수 있어 좋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