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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Jan 28. 2024

택배 배달일지 15화(수량 극감소)

수량 극감소

화요일 물량 300개에서 200개로 급감했다. 초소형 택배와 비닐물량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그래왔지만 초소형 택배라는 기준이 조금 올라간듯도 싶다. 그래서 초소형이 아닌 작은 박스도 뺀거 같다. 이제 하루 배송량은 150개로 정하고 그 이상의 물량은 직영들이 배송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와같이 일이 생기자 모두들 말이 급격히 없어졌다. 현실로 다가온 수익감소는 동료들에게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힘들게 일한 결과가 내 밥그릇을 넘기는 꼴이 되었다. 일을 잘못해서 뺏기는 것도 아니고 다른곳에서 적자가 나서 직영으로 메꾼다고 하니 말이 나오는 것이다. 그동안 열심히 일한것에 대한 허탈감도 올것이다. 이제 3개월된 나도 그러한데 수년간 일한 사람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급격하게 돌아가는 상황은 그러한 푸념을 잊게 만든다. 일단 당장의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먼저일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또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아파트 배송전담팀을 만들어서 따로 직영으로 돌린다는 부분이다. 번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송이 쉽고 CCTV나 도로상태가 잘되어 있으며 주차장을 활용하면 비나 눈이와도 배송이 가능한 곳이다. 이런곳만 지역별로 다 빼먹고 남은 구역을 배송하라는 것은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다들 그런구역이 한두개쯤은 있으니까 일을 하는건데 가져가면 일을 하지 말라는 소리 같았다. 가뜩이나 요새는 주거형태가 주택이 아닌 신식 아파트에 입주자가 몰리는 판국인데 (초소형택배 + 비닐 + 아파트) 이렇게 다 가져가면 뭘 배달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와같은 상황이 진행되면 당장에는 회사는 수익을 볼것이다. 하지만 수익률이 적어진 계약기사들은 살길을 모색할 것이고 이탈하게 될지 모른다. 그렇다면 결국 직영이 번지까지 떠안아야 된다.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직영위주의 배송이라면 할말은 없다. 다만 직영도 사람인데 그 많은 물량을 하고 적절한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다면 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당장의 수익에만 눈이 멀어 오랫동안 함께한 사람들을 잃게 될터이다. 생계를 부양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수입감소만큼 치명타는 없다.


여러 회사나 건설사등 경기가 어려운 상황속에 벌어지는 일인것 같다. 회사또한 살기위한 정책이지만 데이터를 통한 통계위주의 결과로 판단하지 말았으면 한다. 데이터만 믿지말고 현장의 이야기도 듣고 계획을 짜야 한다. 저번화에서도 언급했듯이 좋아보인다고 전부가 아니다. 직접 해보는 것과 옆에서 보는것은 천지차이다. 일단은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겠다.


추가이야기

한통의 전화가 왔다. 물건을 보낸사람인데 배송지에 물건이 도착 했냐고 묻는 전화였다. 이에 나는 오전에 배송을 끝냈고 스캔만 아직 잡지 않은 상태라 했다. 그랬더니 왜 도착스캔을 안했냐고 성화였다. 이유인 즉슨 얼면 안되는 물건인데 밖에두면 안되서 바로 받아서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물건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난 아파트라서 문앞에 둬도 얼지 않을것이라 했다. 고객은 일단은 알겠다고 수취인에게 확인해보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평소 고객들과는 가능하면 마찰을 일으키지 말고 기계처럼 답변하자고 마인드 컨트롤 하는 나였다. 하지만 화가났다. 한겨울에 물건을 보내놓고 얼면 안되는 물건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화물차안이나 허브터미널에는 난방이라도 틀어주는줄 아는 모양이다. 아니면 내가 물건을 따뜻하게 배송했어야 하는건가 싶었다. 연락을 주지 않은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다. 그거라면 이해하겠다. 내가 스캔을 늦게 잡은게 사실이다. 속마음으로는 이럴거면 퀵배달을 시키지 그랬나 싶었다.


이후에 전화가 없는걸 보면 별문제 없는 모양이었다. 아주 강추위가 아닌 이상에야 얼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기사님 고생하신다고 고맙다 하는데 어떤 고객은 본인물건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상처입게 되었다.


모든 서비스업을 하는 사람들이 겪는 문제이지만 사람인지라 잘 안잊혀진다.


서비스업 하시는 분들 모두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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