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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Apr 08. 2024

"전환점: 세훈의 내면과의 첫 대면"

하온 택배터미널

새벽6시, 이른 시간부터 하온 택배터미널은 분주하다. 지방에서 부터 올라온 11톤 대형차량과 출근하는 택배 기사들이 서로 주차를 하려고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상 있는 일이듯이 터미널 관리팀장이 소리를 질러대면서 상황을 정리한다.


대형차량이 터미널 하역장소에 차를 데고 하차가 시작된다. 그러자 택배 상하차 담당인원들이 투입한다. 차량 1대에 양옆으로 내릴수 있게 두명이 들어가고 콘베어 벨트를 차량에 집어 넣으면서 물건을 내리기 시작한다. 일명 까데기다. (건장한 성인남성도 3일하면 도망간다는 상하차 아르바이트다. 요령없이 물건을 내리면 허리는 물론이고 몸이 망가지는 일이다.)


세훈은 하온터미널 전산담당자다. 오늘은 택배상하차 알바가 부족해 이른시간부터 지원을 나온 상황이다. 거의 매번 부족한 인원으로 인해 전산 오전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하고 있다. 나름 경력이 쌓인지라 처음과는 달리 능숙하게 물건을 하역하는 세훈이었다. 요령도 쌓이자 나름 운동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는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매번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그렇게 오전9시가 될때까지 세훈은 까데기를 했다. 그리고 사무실에 들어가서 앉아 전산업무를 시작하려 앉았다. 세훈의 전산업무라는 것은 계약한 신용업체의 송장을 출력해 주는 일이었다. 업체에서 직접 출력하면 좋지만 홈쇼핑 직택배건은 자료가 업체로 넘어가지 않기에 뽑아 주어야만 했다. 그렇게 업체의 송장을 뽑고 자료를 만들던 중 택배대리점 소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성이 다가왔다. 웃음 가득한 얼굴이었다. 이소장이라 불리는 사람이다.


'세훈아 너의 머리는 정말 좋은거 같아. 어떻게 그렇게 똑똑할 수가 있는거야? 대단해'

'또 뭐 해드려야 되는거죠? 뭐 해드리면 되요?'

'아니야 부탁하려고 온거 아니야~ 진짜 대단해서 그래'


세훈은 택배대리점 소장들의 부탁을 거의 들어주기에 소장들로부터 평판이 좋다. 물론 그로인해 세훈은 피곤할때도 있지만 나름대로는 자신이 필요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에 뿌듯해 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세훈의 직장 선배는 해달라는거 다 해주지 말라고 핀잔을 자주줬다.


세훈은 직장생활을 하기전 대우중공업 김규환 명장이라는 사람의 글을 읽고 감명받아 그와 비슷하게 살고 싶었다. 불평불만 하지 않고 누구보다 일찍나와서 부지런히 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누구보다 업무에 대해 많이 알면 승진은 따논당상이고 주변사람들의 대우조차 변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렇게 되기위해 세훈은 어떠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뭐든 부딪히면서 일을 터득하고는 했다.


모르는게 있으면 상대에게 사실대로 처음이라 모른다고 자백했고 가능한 일에대해 배우려 노력했다. 그러자 그 사람의 말처럼 주변사람들의 자신에 대한 태도가 많이 변했음을 느낄정도 였다. 처음이라 몰라서 남들이 비웃더라도 나중에 내가 다 이길수 있다는 일념하에 견뎌냈다.


그렇게 세훈은 조직내에서의 입지를 다졌다. 점차 사람들이 자신의 밑에 있는거 같은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세훈은 몰랐다. 책임지는 것의  두려움을 말이다. 단순 전산업무가 아닌 실질적인 업무에 대한 책임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느날 하온터미널의 지점장이 교체되었다. 이유인 즉슨 실적미달과 함께 회사의 합병으로 인한 것이었다. 즉각적으로 새로온 지점장은 재고관리부터 시작했고 각 담당자들에게 업무를 하달했다.


모든 업체에 배정되어있는 택배프린터기를 조사하고 자료를 새로 등재하라는게 업무였다. 세훈은 이전 담당자들에게 받은 자료도 없고 관리를 해본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업체를 돌면서 프린터기 확인을 하는게 겁났다. 외부일은 해본적이 없는 그에게 갑자기 일이 두려워진 것이다. 그랬다. 세훈은 일을 부딪혀서 배운다는 마인드는 어느덧 익숙해져 버린 일상에 잊혀진지 오래인 것이다. 거기다 회사 합병이라는 뒤숭숭한 소식은 그를 심란게 했다.


지점장은 그 업무를 하달하고 세훈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세훈은 그동안 일을 잘하고만 있다고 생각했지만 급박그런 상황변화에 위기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직장 선배들이 대충 적어서 내라고 했지만 어떻게 대충 내라는건지 감을 잡지 못해 이내 속만 끓이는 날이 지속되었다. 어디에 어떤 업체가 있는지도 모르는 판국에 한군데씩 일일이 찾아 간다는 생각은 말이 안된다고 여겼다. 조금씩 맡던 업무가 내가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 되어가자 세훈은 부담감을 느꼈다.


그렇게 세훈은 잠수를 탔다. 사람들에 대한 의리나 책임감을 모두 뒤로하고 잠적했다.


다음화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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