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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May 13. 2024

회사의 미로

새로운 시작

세훈은 신규고객사 관리를 맡았다.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것을 맞춰주고 관리하는 일이었다. 세훈이 그만둔 사이에 신규고객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해야 할 일도 많이 늘어난듯 했다. 기존에 하던일도 조금 병행하면서 조금씩 관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적응하며 지내는 것도 잠시였다. 일이 터지고 말았다. 그동안 관리를 해오던 임부장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아무도 정산서를 만들지 않은게 문제였다. 마감일정은 다가오지만 세부항목에 대한 단가표의 부재와 작업 근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임의로 만들려 해도 인수 인계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했다. 그렇다고 이 같은 사실을 업체에 통보하자니 스스로 수렁으로 빠지는 형국 이었다.


결국 세훈은 임부장이 Pc를 뒤져 자료를 찾고 그동안 임부장과 일을 같이 했던 계약직 직원과 함께 정산서를 만들었다. 발만 동동 구르고 있던 윤사장은 처음에는 이같은 처신에 대해 거부했다. 하지만 세훈은 처음 정산서는 틀리는게 당연하고 고객사에서 수정요청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재검토하여 제출해야 한다 말했다. 윤사장은 탐탁치 않았지만 다른수가 없기에 일단 그렇게 하기로 했다.


예상대로 처음 정산서는 틀린게 너무 많아 수정사항이 많았다. 하지만 세훈은 그 자료를 보고 적절히 수정하고 다시 제출했다. 3번 4번에 걸쳐 결국 양측 합의하에 끝이 났다. 어쩌면 임부장이 퇴사하면서 한번 당해보라는 생각으로 떠났었지만 결국 세훈의 복귀로 해결된 셈이다. 아마 임부장은 세훈이 그렇게 빨리 돌아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터이다.


나름대로 발빠른 대처덕에 해결을 한 세훈은 자신이 괜히 임부장이 펴놓은 덫을 치워버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이 회사로 돌아오고 제 몫을 해낸 기분에 조금 들뜨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은 오래 가지 않았다. 세훈이 관리하던 고객사가 상황이 어려워진건지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전달해 온 것이다. 그때부터 세훈의 위치는 붕 뜨게 되었다. 할일이 없어지니 다시 이전에 할일을 해야하나 싶었지만 이미 그 자리는 다른 사람으로 채워진 후였다.


세훈의 할일이 없어졌다. 눈치밥이나 보는 신세가 되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했고 야근,휴일근무 연장근무 심지어 점심시간에도 일을 했던 그 였지만 일순간에 할일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새로온 양부장은 자신의 일을 나누는 사람이 아니었다. 현장의 일은 사장의 아들이 지휘하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윤사장또한 어느새 그가 필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여기는듯 했다.


일만하고 살아서는 성공할수 없다는것을 세훈은 이때 깨닫게 된다. 세훈은 언제까지나 눈치를 보면서 살수는 없었다. 하지만 신규거래처도 없는 상황에 세훈은 자신이 회사내 입지가 좁아진걸 느끼자 떠나야 할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설상가상으로 은연중에 양부장으로 부터 압박이 들어왔다. 그는 세훈이 전에 있을때 고객사의 직원이었지만 어느순간 세훈의 상사가 되어 있었다. 양부장은 화를 내지는 않지만 높은 관리자 였던 기존의 습성대로 은근히 지시하는 경향이 강했다. 겉에서 본다면 일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약간 인간미가 없게 그의 단점이다. 양부장에게 있어 세훈은 기존에 남아있는 임부장의 잔재라 여기는듯 했다. 뭐든 자기 뜻대로 하고 싶지만 걸림돌이 될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퇴사를 권유했다.


세훈은 알고 있었다. 양부장이라는 사람이 이전 회사에서 어떻게 그만두었는지를 말이다. 회사내 제품을 다른곳에 팔다가 걸리고 사생활도 난잡한 사람인 것을 말이다. 지만 양부장의 단점을 들춰내면서 혹은 그를 밀어내면서 까지  회사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회사의 키를 반납한점 회사의 법인카드도 반납하게된 점. 다 빼앗기자 처음과 달리 서서히 믿지 못하는 사람이 된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세훈은 또다시 퇴사했다.


필요하면 쓰고 필요없으면 버려진다. 이게 세훈이 이 회사를 다니면서 얻어낸 교훈이었다. 내 회사라고 생각하고 열정을 받쳤지만 세훈에게 돌아온 수익은 미비했다. 사람을 좋아하고 모두 다 같이 즐겁게 살기를 원했지만 꿈같은 이야기 임을 직시했다.


또한 세훈은 그동안 자신이 너무 일에만 몰두했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음을 깨달았다. 결정적으로 자신에게 너무 소홀했던 점을 깨닫고 이제 변화의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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