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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May 20. 2024

새로운 시작의 두려움과 희망

직장인 세훈

직장인 세훈


세훈은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온갖 이유를 대며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카드값 청구서였다. 물론 그도 무작정 그만둔 건 아니다. 어느 정도 갈 곳을 정하고 나왔다. 하지만 세상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 법이다.


대학 때 알고 지내던 선배의 회사에 들어가기로 구두 약속했지만, 사람 한 명을 쓴다는 것은 선배로서도 분명 어려운 일이었을 터이다. 이렇게 계속 기다리고만 있다가는 파산할 것 같았다.


원래 회사라는 곳이 이놈의 돈 때문에 다 하기 싫은 것을 참아가면서 일을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카드값 내려고 회사일 참고 하고 있었는데 왜 그만뒀지," 하며 머리를 붙잡고 세훈은 자책했다. 그러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 혹시 제가 그곳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건지 확인하고 싶어 연락했어요. 더 이상 기다리기도 힘들 것 같기도 해서요. 부담되시면 다른 일 알아보려고 합니다."

세훈은 정말로 다른 일을 알아볼 요량으로 말했다. 어느새 1주일째 대기 중이다 보니 세훈은 마음이 급해졌다. 그러자 선배가 말했다.


"음, 너도 알다시피 우리도 사람을 한 명 고용해서 쓴다는 게 사실 쉽지는 않은 선택이야. 그래서 집사람과도 의논을 하는 중인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어. 빠른 시일 내에 정해서 알려줄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선배는 일단 다급해하는 세훈을 진정시키고 곧 연락을 준다고 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전화가 끝나고 세훈은 무작정 기다리며 마음 졸이는 것보다 할 말은 한 것 같아 안도했다. 이제 선배의 결정만 기다리면 되고, 안 되면 다른 곳을 알아보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선배에게 전화가 오고 세훈은 선배의 회사로 입사하기로 했다. 세훈은 재취업이 되었다는 안도감과 함께 앞으로 하게 될 일에 대해 설레고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하, 제발 이번 회사는 가족끼리만 해먹지 말고 다 같이 조금이라도 나누었으면 좋겠다."


세훈은 그동안 사장이라는 사람들이 순전히 자기네 가족들 몫만 챙겨가고 직원들에게는 냉담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그래도 이번 사장은 잘 아는 대학 선배이기에 그런 일은 상대적으로 덜하리라 믿고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세훈의 입사 첫날이 되었다. 사실 거의 억지로 세훈의 요청으로 입사한 것과 다름없기에 사무실 분위기는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세훈의 생각으로는 아무래도 중소기업이다 보니 기존 직원들이 자신들을 대체하려 온 사람인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가지고 직원들을 대면했다.


어딜 가나 텃세가 있다고 여긴 세훈은 이전 회사에서 하부 직원들과는 친했던 것처럼 이곳에서도 일단 직원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잔 심부름이나 쓰레기 치우는 일 혹은 귀찮은 일은 맨 먼저 나서서 하기 위해 행동했다. 그러자 다른 직원들도 같이 했고 세훈의 그러한 행동에 칭찬 일색이었다.


그렇게 세훈은 첫날을 열심히 하고 퇴근했다. 전 직장처럼 소리 지르는 관리자가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또한 악마 같은 관리자와 가족 중심적인 회사 사람들만 보다가 이곳 직원들에게서 온화한 느낌을 받자 이번엔 잘 이직했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새로운 회사 생활에 정착했고 이전 회사보다 업무에 대한 강도도 약했고 퇴근도 빨랐다. 단, 월급이 기존에 비해 적었지만 이전 회사의 숨 막힐 듯한 생활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월급이 적은 것과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회사 상황은 세훈에게 또 다른 시련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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