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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May 05. 2024

택배배달일지 시즌2 "조용한 전쟁"

택배 기사들의 숨겨진 고충

소리없는 전쟁


물량은 줄고 계약자들끼리의 생존싸움이 시작되었다. 회사의 일방적인 물량 통제로 수랑은 적어졌다. 그리고 그 적어진 물량을 가지고 서로간의 눈치 싸움과 견제, 과도한 상상력이 한편의 소설로 씌여진다.


'내 담당지역은 수량이 이것밖에 안나오는데 저 친구 지역은 수량이 많이 나오네?'


'내 지역은 배송도 오래 걸리는 지역인데 수량이 이것밖에 안나오면 문제있는것 아닌가?'


'이렇게 물량이 적어졌는데도 팀장이나 오래된 경력자들이 불만없이 묵묵히 일하고 있는걸 보면 나 빼고 다들 한통속인가?'


'나를 이용해서 시간이 오래걸리는 지역을 배송도록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좋은지역을 배송하는 걸까?'


'앞으로는 회사에서 더욱 박차를 가해서 물량을 통제할거 같아 걱정이라는 계약자 대표는 속으로는 '나빼고 너희만'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왜 내 수량은 이렇게 적어서 힘든데 다른 사람들은 물량이 적절히 있는거지? 이게 과연 지역에 따른 우연일까? 그렇다 해도 어떻게 이렇게 매번 나오는 수량이 비슷하지?'


'회사에서 배송하기 쉬운지역은 자기들이 하고 내게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배송하기 어려운 곳만 주는걸까?'


각종 추측과 의심 그리고 이어지는 자괴감은 택배배송 업무와는 별개로 택배기사들에게 어려움을 제공한다. 모두가 공평할수는 없지만 배송 수량 만큼이라도 비슷했다면 수량이 적은 사람들이 그러한 불만은 조금은 적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달 수량 차이가 2천개~3천개가 차이 난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다.


예를들어 어떤사람은 한달 물량 5-6천개를 하는데 어떤 사람은 2-3천개를 하는 것이다. 좀 더 쉽게 얘기하면 6백만원 버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3백만원 버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다. 각종 기름값과 식비 차량관리비, 세금 빼고나면 사실 어려운 상황이다.


6백만원도 사실 적은 금액인데 3백만원은 처참하다. 투잡을 뛰지 않는 이상 사실상 들이는 시간에 비해 손해인 셈이다. 물론 택배배달이라는 직업이 일반적인 직업에 비해 영업에 대한 스트레스나 직장상사와의 갈등은 적다. 그것때문에 많이들 택배 배달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생활은 될수 있게 적정수준의 돈을 벌어야만 한다.


나또한 적어진 수량에 택배배달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는 형국인데 내 옆에 있는 동료가 협조요청을 해왔다. 그의 요청은 아내가 일을 하러 가야 되서 자신이 아이를 돌봐야 한다고 했다. 근로자의 날이라 쉴줄 알았는데 요즘 시국에는 출근을 해야 하며 자신이 쉬고 아내가 일하는게 자신에게 플러스가 되는 모양이었다.


어째뜬 내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물량이 없는 형국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고 그의 지역중 절반을 배송했다. 실로 오랜만에 411개라는 물건을 배송했고 저녁 9시나 되서야 배달은 종료되었다.


어려운 시국에 꽤 많은량의 물건을 배송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현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배배달이 수입이 적어지자 조금씩 사람들이 다른길을 모색하고 있는듯 하다. 물론 이 사회가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운 탓도 있지만 본업만으로 삼기에는 현재 어려운 상황이다.


이전에 내게 구역교환을 제안했던 다른팀의 동료 낯빛이 참으로 어두워 보였다. 내가 알기로는 그 사람최저의 수량이다. 2700개라는 수량으로 생업을 유지하는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는 시점에 그의 고민은 깊어져만 가는것 같다.


 아마 내게 제안했던 이전의 제안을 곱씹을지도 모른다. 왜 갑자기 교환제안을 철회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 그를 얼마나 옥죄일지 보인다. 도 미래만을 바라보며 그 같은 상황을 견디는건 힘들 것이다.


당장의 나도 누군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쉰다거나 해서 도와달라하면 바로 일하러 간다. 물론 배송이 용이한 아파트 배송지역으로 받는다. (아무리 물량이 없어도 잘 모르는 번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물량 통제가 지속되어서 다같이 고통받을지 모르겠지만 신년계획에서 물량을 줄인다고 공표한 것처럼 당분간은 지속될거 같다.


서로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소리없는 싸움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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