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과 차량 대기 장소를 바꾼 지도 벌써 두 달이 넘었다. 원래 내 자리는 언덕 위였다. 신입으로서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자리였지만, 1년 넘게 일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오고, 지역 배정 문제로 갈등도 커져 갔다. 그러던 중, 팀장이 고육지책으로 자신의 자리를 나와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이 결정은 팀장에게 큰 부담을 안겼다. 언덕에서의 작업은 신체적으로 고된 일이었고, 외곽에서 일을 하다 보니 팀 내에서의 영향력도 약화되었다. 이제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사람은 줄어들었고, 내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공동 작업에서 매번 빠지게 되면서 팀원들 사이에 불신이 쌓여 갔다.
더욱이, 자리 교체에 대한 팀장의 의도가 점차 왜곡되었다. "빨리 배송을 나가고 싶어서 자리를 바꾼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면서, 나를 배려하고 지역 배정의 변화를 시도하려 했던 그의 진심은 잊혀진 듯했다.
현재 팀장은 팀 내 배송 물량 1위를 기록하며 팀원들의 시기를 받고 있다. 그는 "너도 물량 많이 하고 싶으면 팀장을 해봐"라며 반농담으로 넘기지만, 돈과 관련된 문제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팀원들을 다독이고 이끌어야 할 팀장이 가장 먼저 배송을 나가고, 공동 작업은 외면하며, 가장 많은 수익을 가져가고 있으니 불만이 쌓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반면, 나는 공동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점점 팀 내에서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작업 중에는 "이번 건은 너랑 상관없으니 신경 쓰지 마"라며 나를 배려해주는 말까지 들었다.
팀장이 이기적으로 보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언덕에서 작업하던 팀장의 야위어 가는 모습을 보며, 그의 행동이 단순한 이기심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덕 위에서 물건을 적재하다 보면 공동 작업에 참여할 여유가 없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또한, 그의 배송 구역은 물량이 워낙 많아 다른 사람이 맡겠다고 나서지 않으니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팀장이 강조했던 빨리 출발한다는 이점도 실상 5~10분 차이에 불과하다. 게다가 날씨가 추워진 지금, 입구에서 작업한다는 건 매일 추위와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그가 겪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단순히 이기적이라 단정 짓는 것은 지나친 판단일지도 모른다.
한 달 전쯤, 팀장이 점점 야위어 가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자리를 다시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팀장은 지금 자리에 만족한다며, 오히려 내 자리에는 문제가 없냐고 되물었다. 사실, 처음에는 비좁은 공간에 주차하는 게 어려웠지만, 언덕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래서 불만은 없다고 답했다.
결국,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았다. 팀장의 건강은 점점 악화되고, 팀원들의 신뢰도는 떨어지며, 이 상태가 계속되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요즘이다.
이번 달 한 달 치 수량이 집계되어 모두에게 공표된다면, 아마 팀장에 대한 불신감은 더욱 커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마냥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든다.
팀장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 애쓰고 있지만, 팀원들과의 거리감이 커지면서 점점 고립되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팀원들 사이의 불신과 오해가 더 깊어진다면 팀 전체의 균형이 무너질 수도 있다.
나는 팀장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도, 그가 팀원들과 다시 소통하고 신뢰를 회복할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팀장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그의 건강과 팀 내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팀장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하며, 작은 오해와 불만들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팀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나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