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없어졌다. 분명히 아침 분류 작업을 할 때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실었건만, 배송지에 가니 보이지 않았다. 도로명 주소로만 쓰여 있어서 특별히 더 신경 썼던 것 같은데, 없었다. 아무래도 이건 이따가 따로 분류해야지 하면서 다른 곳에 정신 팔려 있다가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
아무리 머릿속에서 오전 분류 작업을 시뮬레이션해도 기억나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내가 그 제품을 보고 "이건 건물명이 없고 도로명만 있네"라고 한 것은 기억이 선명했다. 혹시나 다른 지역 물품과 섞인 게 아닌가 싶어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차량 전체를 뒤지기에는 남아 있는 물건이 많았고, 지체되어만 가는 시간에 애가 탔다. 빨리 끝내고 쉬려는 마음뿐이었는데, 첫 배송지부터 변상할 생각을 하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배송하다 보면 나오겠지라는 마음으로 일단은 배송을 재개했다.
하지만 배송을 하면서도 그 물건 생각이 계속 났다. 조그만한 물건이라 바람에 날려간 걸까? 아니면 옆 동료의 물건과 섞인 걸까? 온갖 상상을 하며 배송을 했다. 배송을 완벽하게 한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물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내 자신에 대한 탄식만 늘어갔다.
겨우 이따위로 물건 관리하면서 다른 사람보다 배송 잘한다고 우월감에 젖었던 거냐는 내면의 질책이 시작되었다. 탄식은 계속되었다. 물건이 점점 배송되어 감에도 여전히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변상해야 할 생각에 접어들었다. 물건은 휴대폰 액세서리였다. 가격이 크게 비싸지는 않은 것 같아서 안도했지만, 고객의 물건을 제대로 배송하지 않고 변상으로 끝낼 생각을 하는 내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왜 제대로 챙기지 않았을까." "대체 어디에 둔 걸까." 하는 생각들이 계속 들었지만, 여전히 물건은 보이지 않아 애타는 마음이 계속된 채로 배송을 지속했다. 완벽하게 배송하고 있다는 자만감이 낳은 결과였다. 좀 더 신중했었어야 했는데, 왜 그랬을까라는 잡념은 계속되었다.
그러다 결국 막바지 배송지쯤에 이를 때였다. 뭔가 다른 주소의 물건이 발견된 것이다. 그랬다. 도로명 주소가 해당 마지막 배송지와 비슷해서 내가 헷갈려서 잘못 놓아둔 것이었다. 찾았다는 안도감이 가장 먼저 들었고, 그게 왜 거기 있었는지 그 물건을 보고 나서야 내 행적이 기억난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기억은 왜곡되기 쉽고 내 마음대로 판단하기 일쑤다. 해당 물건을 보자 모든 기억의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습관처럼 행동하는 작은 실수가 낳은 결과였다. 앞으로는 좀 더 신중을 기해서 물건을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다행히 배송은 잘 마무리되었고 이상 없는 하루 배송이었다.
하지만 그날의 다짐은 잠시뿐이었다. 또 실수를 했다. 이번에는 오배송이었다. 단순히 구번지만 보고 내 마음대로 판단한 게 문제였다. 제대로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으레 짐작으로 배송한 결과였다. 한 가지 일을 하더라도 꼼꼼히 챙겨야 했는데, 내가 요새 마음이 뒤숭숭한 결과였던 모양이다.
배송을 할 때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 흔들려서 그러는 것 같았다. "귀찮으니 대충하자"라는 내면의 귀찮음이 알게 모르게 작은 실수들을 만들어내는 거였다. "에이 몰라, 이 귀찮은 걸 언제 해." "고객하고 일일이 통화하면서 언제 해." "고객도 통화하기 귀찮아할 거야." 등 나만의 합리화가 요새 일을 그르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많은 수량을 배송하면서 수익은 늘었지만, 피로가 쌓이자 점차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런 실수를 할 때마다 당연히 내 잘못임을 인정하고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고객 탓을 하게 된다. "왜 구번지 같은 걸 사용해서 실수하게 만드는 걸까?"라는 생각이나, "어차피 근처인데 알아서 찾아가면 안 되나?"라는 식의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이어지고 만다. 이런 태도가 스스로를 변명으로 감싸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