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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의 불협화음

팀장의 한숨과 의문의 소문

by 대건

신년 팀 전체 회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우리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함께하는 대규모 모임으로,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였다. 장소는 지난번 회식을 했던 곳으로 정해졌고, 익숙한 만큼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이 뒤섞인 분위기가 떠올랐다.


"이번에도 팀장이 데리러 오겠지." 내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른 예상이었다. 우리 집과 팀장의 집은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지난번에도 팀장의 차를 함께 탔던 기억이 있었다. 그는 일부러 회식 자리에서 취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지 않기 위해 술을 자제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무래도 팀장이다 보니, 팀원들이 구역에 대한 불만을 술기운에 털어놓을 것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평소에는 술을 곧잘 마시는 그였지만, 회식만큼은 예외였다.


어떻게 갈지 고민하던 찰나, 팀장이 간단히 메시지를 보내와 함께 가자는 제안을 했다. 그의 차를 타면 먼 거리를 택시로 가지 않아도 되고, 버스를 타는 번거로움도 없으니 나로서는 행운이었다. 그렇게 팀장과 함께 회식 장소로 향했다.


회식 장소로 가는 차 안에서 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지난번처럼 집안일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으려는 것 같았지만, 그의 말은 뜻밖이었다.


"하... 나도 팀장만 아니면 회식에 참여하지 않을 텐데."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한숨 섞인 말이었다. 순간 차 안의 공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그의 말은 단순한 푸념처럼 들렸지만, 어딘가 의미심장한 느낌을 주었다.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좋을지 몰라 그냥 흘려 넘겼다.

그 후 팀장은 자신도 집 근처 팀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 당시 현재의 구역이 물량이 많아 이동을 포기했었다며 담담히 털어놓았다. 그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아쉬움과 미련이 섞여 있었다.


"너 지난번에 이동하려고 했던 곳 말이야. 신입사원이 그만두고 나갔다더라. 그 지역 별로 안 좋다니까."

그는 지난날의 결정을 정당화하려는 듯 말했다. 나는 작게나마 "네"라고 대답했지만, 아직 이동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놓지는 않고 있었다.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여전히 가능성을 좇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팀장과 함께 회식 장소에 도착했다. 참석 인원은 오전에 내린 눈 때문인지 예상보다 적어 보였다. 아마도 연말에 이미 회식을 한 번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굳이 또 모일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았다. 매번 같은 얼굴을 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나로서는 다른 팀으로 이동하기 위해 그쪽 지역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어느 정도 얼굴을 비추고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팀 이동의 전초를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며 적절한 타이밍을 엿보았다. 내가 놓친 기회는 다른 누군가가 가질 수 있기에, 오늘만큼은 내 의도를 드러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팀장과 함께 처음에는 같은 자리에서 앉아 식사를 했다. 그런데 우리 팀원의 한 명이 가족을 데려와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회식 자리는 점차 무르익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이동하려는 팀원들의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생각보다 술을 꽤 마시는 나는 그들과 어울리기가 어렵지 않았다. 술잔을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가던 중, 그쪽에서 먼저 다가와 함께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조금만 버텨라. 여기 이 팀장도 그랬고, 나도 그랬고. 시간이 지나면 너에게 좋은 지역이 들어갈 거다."

"나는 너를 좋게 보고 있다. 응원하고 있어. 열심히 해보자고."


적절한 칭찬에 내심 기분이 좋았다. 나 또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지금 바로 이동이 안된다면, 곧 다가올 연휴에 쏟아질 이벤트 물량만이라도 조절 좀 해주세요. 그건 감당이 안됩니다."


"알았다. 그건 알아봐서 3번에 나눠 발송하도록 해주겠다."


나는 우리 팀의 회장님에게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야기했고, 그들로부터 이동을 약속받았다. 지난번과 동일한 약조였다. 그러나 그럼에도 타 지역에 대한 갈망은 남아 있었다. 나는 다른 팀의 팀장에게도 구역의 티오를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답은 여전히 "자리 없음"이었다. 역시나 좋은 구역은 쉽사리 얻어낼 수 없는 곳임이 분명했다.


그러던 와중에 팀장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집에 장도 봐야 하고, 술도 마시지 않았으니 먼저 일어나겠다"며 자리를 떴다. 나는 이후에도 남아 다른 팀원들과 계속 술을 마셨다. 술이 진탕이 되어 집으로 복귀했을 때, 회식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동에 대한 실질적 소득은 없었지만,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회식이었다. 최근 팀장의 이상한 행보가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는 급작스럽게 회장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고, 각종 회의를 귀찮아하며, 많아진 물량에 지쳐 보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나는 최근 들리는 소문들과 팀장의 행동을 조합해 보았다.


타인보다 월등히 높은 배달량으로 상부에서 조절 중이라는 소문


배송 잘하는 자기 팀원을 다른 팀에서 재차 빼내가서 스트레스 받은사례


자신의 구역을 효율성이 높은 곳으로 변경하려 했으나 실패


과다한 물량 처리로 인해 밤늦게까지 배송하며 피로 누적


그는 많은 물량을 처리하면서도 마치 돈을 더 벌어 좋아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의 본심은 회장처럼 효율이 높은 구역에서 일찍 일을 끝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팀으로의 이동에 앞길을 막지는 않겠다고 했던 팀장은 현재로서는 해결책을 찾지 못한 듯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지역에 자리가 나면 곧 이동할 것이라는 나의 의지에 대해, 그도 깊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다. 좋은 구역으로의 이동은 분명 기쁜 일이지만,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그만큼의 부담과 고통이 따를 것이 분명했다. 팀장이 망설이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아직 이동에 대한 결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니,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변화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뿐 아니라 모두가 부담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기다림과 준비의 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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