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디디미니라는 유튜버의 다이어트 레시피인 오이김비빔밥이 유행하길래 나도 한 번 만들어 먹어봤다. 레시피에서 뺀 재료가 많아서 맛있을 거란 기대를 별로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특히 깍둑썰기한 오이가 밥 사이에서 그렇게 매력적일 줄이야.
나는 평소 오이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특별히 오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음식에 들어간 오이를 뺄 정도로 싫어하지도 않는다. 콩국수나 비빔국수에 고명으로 올라가 있으면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에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정도다. 오이에 대한 나의 마음이 이 정도기 때문에 요즘 오이값을 보면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다. 2개에 4천 원. 무엇을 요리하든 한 끼에 오이가 하나는 들어가는데 내 한 끼 식단에서 오이값이 2천 원이나 차지한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다. 오이를 기르는 수고를 떠올려보면 이 가격이 적절한 값이려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냉장고에서 밥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사이, 오이를 깍둑깍둑 썰고 닭가슴살도 깍둑깍둑 썰었다. 따뜻한 밥을 그릇에 담고 한 김 식힌 뒤 오이와 닭가슴살을 얹고 조미김을 부숴서 얹었다. 소스는 간장 1, 사과식초 1, 알룰로스 1/2. 원래 디디미니 레시피와는 조금 다르다. 디디미니 레시피에서는 김도 조미김이 아니라 마른김이고, 소스에도 다진 마늘과 들기름이 들어간다. 나는 냉장고 사정에 맞춰 내 취향대로 만들었다.
사실 오이의 맛이 너무 혼자 따로 놀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다. 오이의 상큼함과 조미김의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 닭가슴살의 맛과 새콤달콤한 소스가 전체적으로 조화로웠다. 아삭아삭한 오이가 다소 퍽퍽한 닭가슴살의 식감과 어우러지면서 씹는 맛도 다양해서 좋았다. 게다가 포만감은 오후 늦게까지 유지되어서 다이어트 할 때 딱 맞은 레시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이김비빔밥은 차갑게 먹는 게 더 맛있는 음식인 것 같다. 밥이 따뜻할수록 오이의 차갑고 신선한 매력이 줄어들고 오이 향이 비릿하게 올라온다. 시원한 메밀면과도 잘 어울릴 것 같고 입안에서 대굴대굴 굴러다니는 귀리나 보리와 비벼 샐러드처럼 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