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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下(1):임산부 요가, 전문성으로 빚어낸 시간

생명과 마주한 시간, 나를 빚은 임산부 요가의 길

by 도현

“짙은 가을, 공기 속 향이 천천히 내 살에 내려앉는다. 마치 계절이 내 몸을 기억하려는 듯, 은근히 스며든다.”

요가 강사로서 임산부 지도자의 길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나만의 색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펼치고 싶은 큰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단순히 ‘요가 수업을 많이 하는 강사’로 머무를 수는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의 요가 강사로 남기를 원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다싶이 처음부터 하루에 여러 타임을 소화하며 전업 강사로 일하는 것은 내 성향과 맞지 않았다.

오히려 내 안의 자질과 개성을 요가와 융합시켜, 나만의 전문성을 쌓고 진정한 가치를 전달하는 삶을 꿈꿨다. 싱잉볼은 그런 나의 여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과학적 개념과 대체의학으로 설명 가능한 싱잉볼의 울림은 요가와 만났을 때 더 깊은 이완과 내면의 회복을 이끌어냈고, 이는 나 자신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 과정에서 임산부 지도자 과정을 추가로 이수하게 됐다. 먼 훗날 병원이나 산후조리원,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임산부를 위한 요가 세션을 안내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싶다는 확신이 생겼다.


사실 이런 전문성을 향한 열정은 학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감정의 연장선이었다. 나는 여성건강간호학(산부인과) 전공을 이수하며 가장 흥미롭게 공부했었다. 개인적으로 아이를 좋아하기도 하고, 자연분만과 출산 현장을 처음 보았을 때 감동으로 눈물을 흘릴 정도로 생명의 탄생이 얼마나 고귀한지 가슴 깊이 느꼈기 때문이다. 22살의 나는 그 순간, 생명의 신비와 위대함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다.


사실 우리 모두는 부모님의 사랑 안에서 태어난 소중한 존재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 사실을 자주 잊곤 한다. 그래서일까. 임산부 지도자로서 임산부를 안내할 때마다, 나 자신이 다시금 사랑스럽고 순수한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그들과 호흡을 맞추며 몸과 마음을 돌보는 시간은 오히려 나를 더 깊이 일깨워주는 시간이다. 그 순간들 속에서 생명의 아름다움, 여성의 고귀함, 그리고 존재에 대한 경외심과 감사함이 다시금 내 안에 살아난다.


이 길은 단지 ‘전문성’을 갖추는 것을 넘어, 생명을 품은 이들과의 깊은 교감을 통해 나 자신 또한 성장해가는 삶의 흐름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에게 작지만 따뜻한 울림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믿는다.


*요가원에서는 해마다 수많은 TTC(Teacher Training Course)를 열고 있고, 그만큼 해마다 양성되는 요가 강사들의 수도 상당하다. 하지만 단순히 빈야사, 하타, 인요가 등 한 가지 과정만 이수했다고 해서 바로 현장에 나가 활동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요가원에서 요가 강사를 구하는 공고는 드물고, 다양한 워크숍이나 자격증을 이미 보유한 사람들조차 자리를 잡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람은 많고 자리는 없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특히 지방의 상황은 더 극심하다.

또한, 단순한 자격 유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요가를 대하는 태도, 수련의 깊이, 티칭 경험,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사람만의 분위기다. 면접 시 지원자가 가진 에너지나 성향이 요가원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는지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된다. 결국, 단순한 스펙을 넘어서는 ‘개인의 깊이’가 필요하다.


이번 임산부 지도자 과정에서는 산전, 임산부, 출산 후 여성의 몸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며, 해부학적 지식도 깊게 탐구했다. 특히 임신 중 주의해야 할 혈자리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익히고, 이를 통해 수업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었다. 또한, 이 과정은 내가 현재 진행하는 아사나와 티칭을 되짚어보고, 수업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임산부를 위한 명상에서는 5가지 명상 기법을 직접 경험하면서, 임산부와 태아가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과 감정적 연결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배웠다. 명상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임산부가 자신의 신체와 감정, 태아와의 관계에서 심리적 균형을 찾도록 돕는 과정이었다. 특히, 임신과 출산 관련 마음속의 불안과 긴장을 풀어내며, 더 깊은 자기 수용을 경험함으로써 편안한 상태로 집중하도록.


임산부는 점점 배가 불러오고 몸이 무겁게 변하기 때문에, 블록과 볼스터와 같은 도구를 활용해 수업을 구성하는 방법을 익혔다. 4주 동안 매주 일요일마다 진행된 심도 있는 임산부 요가 수업은, 이론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임산부와 태아의 신체적, 정서적 상태를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이 과정은 내 티칭 실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고, 임산부 지도자 과정에서 얻은 티칭 능력은 다른 수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이를 통해, 나는 모든 회원들에게 더 깊은 연결과 배려가 담긴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과제- ’나는 아이에게 어떤 세상을 물려주고 싶은가?‘ (과제의 마지막 단락을 발췌했습니다.)


말랑아! 마지막으로, 네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용기 있게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가길 바란다. 엄마는 하고 싶은 걸 말하지 못했던 때가 많았어. 시작은 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먼저 앞섰거든. 그래서 스스로를 믿는 마음, 담대하게 나아가는 힘이 부족했단다.


엄마는 늘 자신에게 엄격했고, ‘이걸 정말 좋아하는 걸까?’라는 질문엔 쉽게 답하지 못했어. 그냥 편히 답 할 질문들을, 복잡하게 생각하곤 했지. 나를 모른 채, 그저 앞만 보고 달렸던 시간들이 있었어. 그러다 결국 여러 번 멈추고, 돌아가고, 다시 걸어가기를 반복했단다. 그런 반복 속에서 깨달은 것은, 네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너가 주인공이라는 거야. 그러니 원하는 것,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그냥 씩씩하게 해봐. 너의 목소리와 마음을 믿고, 나아가길 바란다.



엄마 아빠는 묵묵히 뒤에서 너의 뜻을 넓게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도와줄게. 넓은 가슴으로 무한한 꿈을 꾸렴. 네가 가는 길은 언제나 열려 있고, 그 길에 두려움은 필요 없어. 세상은 넓고, 너의 가능성은 끝이 없단다. 마음속에 간직한 꿈을 믿고, 천천히 나아가다 보면, 그 꿈은 반드시 현실이 될 거야. 그리고 그 꿈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스스로가 얼마나 용기 있게 그것을 믿고 나아가느냐에 달려있다는 걸 기억하렴.



현재 나는 임산부 개인 레슨을 진행 중이다. 매주 일요일 오전, 태아와 임산부, 그리고 나, 이 셋이 함께 평온한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가와 임산부님이 언제나 건강하길 바란다’는 마음을 담아.


임산부에게는 산전과 산후 운동이 꼭 필요하다. 안정기에 접어든 이후부터는 간단한 산책은 물론, 개인에 따라 중강도 운동까지 가능하다. 나는 주차별로 필요한 동작과 호흡을 중심으로, 몸의 변화에 따라 적절한 운동을 안내해드리고 있다. 단순히 육체적인 움직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출산이라는 큰 여정을 앞두고, '마음챙김'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10달 동안 급격히 변화한 몸은 여성의 평생에 걸쳐 전반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번 수업을 준비하면서, 지난 10월 임산부 지도자 과정을 떠올랐다. 그때의 계절, 공기, 향기까지도 또렷했다. 나는 그 시절 어떤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어떤 가치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갔을까. 다시금 그 순간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왜 내가 이 길을 선택했는지, 본래의 목적을 되새겼다.

교재를 펼치고 사진첩을 넘기다가 문득, 그때 당시 읽었던 책이 생각나 다시 이 내용을 찾았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사랑하라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 것처럼-류시화]


자연스레 사랑하는 우리 엄마의 얼굴이 그려진다. 엄마는 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자신의 삶보다도 우리를 먼저 생각하며 온전한 사랑과 헌신으로 가족을 돌봐주셨다. 예쁜 옷을 입혀주시고, 사랑으로 감싸주시던 모습.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 중간에 낀 딸이라 더 애틋하게, 부모님의 ‘독점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어린아이처럼 투정도 부리고, 나의 귀여웠던 시절을 함께 회상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언젠가 또 이 책을 꺼내 읽게 될 그때,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어떤 감정이 새롭게 피어오를까.

소중한 우리 회원님 덕분에, ‘엄마의 사랑’이라는 감정을 다시금 가슴 깊이 새길 수 있었다. 건강한 출산과 출산 후 회복을 위해, 앞으로도 진심을 다해 요가를 안내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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