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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下(2): 아로마오일 워크샵

제 몸에 어느샌가 요가인의 향이 배었어요

by 도현

Aroma Oil Workshop


요가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아로마오일.


아로마오일은 자연의 정수를 오롯이 담고 있다. 식물, 꽃, 나무의 생명력과 에너지가 응축된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우리의 몸과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며 회복과 안정을 선사한다.


나는 요가 TTC를 이수한 곳에서 아로마오일 워크숍을 신청해 수강했다. 사실 시중에도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고,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각 향의 효능에 대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요가 강사로서 수업에 접목시키고 싶었다. 아로마오일은 단순한 향기가 아니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 만큼, 그 주의 사항과 올바른 사용법을 반드시 숙지해야 했다. 보통 수업 시 오일을 한두 방울 나눠주는 수준이지만, 나는 그 이상의 활용을 고민했다. 나를 위해서, 나의 회원들을 위해서, 그리고 수업을 넘어 일상 속에서도 향기를 통해 내면을 돌볼 수 있도록.


아로마오일을 다루는 법

아로마오일은 그 자체로 치유의 에너지를 품고 있지만, 동시에 섬세하게 다뤄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오일은 100% 원액 형태로 판매되기 때문에, 반드시 식물성 베이스 오일로 희석해 사용해야 한다. 원액 그대로 사용할 경우, 사람에 따라 피부나 신체에 자극을 줄 수 있고, 특히 아로마 알레르기나 고·저혈압이 있는 사람, 임산부의 경우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임산부에게는 조기 수축을 유발하거나 태아에게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수업을 준비하기 전, 오일을 직접 블렌딩 하는 과정에서 자극이 될 수 있는 각 오일의 특이성과 대상에 따른 주의점들을 이론적으로 충분히 참고해야 했다. 이러한 섬세한 이해는 수업을 더욱 밀도 있게 이끄는 바탕이 되었다. 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수강생과 함께 처음부터 직접 블렌딩을 해 보는 수업 구성으로 확장해 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래서 먼저, 내가 어떤 향을 좋아하고 어떤 향에 민감한지를 탐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안내자라면 가장 먼저 자신을 아는 것이 기본이다. 나를 알아야 타인을 포용할 수 있고, 타인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 탐구 끝에야 비로소 설명하는 사람의 말에 신뢰가 쌓이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향이 전하는 감각이 온전히 전달된다. 우리는 그렇게 각자 타고난 고유의 분위기와 향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그것이 자신을 다시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 된다.


사실 우리는 본연의 풍부하고 매력적인 향이 이미 삶 속에서 흘러나오고 있음에도, 너무나 익숙해 눈치채지 못한다. 나도 그랬다. 요가를 만나기 전까지는 향이라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향수도 거의 뿌리지 않았고, 내 돈을 주고 향수를 사본 기억조차 없었다. 향으로 자신을 가꾸는 일은 왠지 겉모습만 치장하는 것 같아,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23년 10월 5일. 2년 전에 쓴 글처럼


스무 살 초반에는

향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인공적인 향은

나의 머리를 어지럽게 했다.


하지만 향은 사람을 끌리게 한다던데

나의 향을 가꾸기 위해 이것저것 뿌리기도 하고 바 르기도 해 보았다.


"나의 향"은 무엇일까?

시중에 팔고 있는 것으로

만들어진 것을 나를 감싼 것은

내가 아니다.


사람들을 한 번 돌아보게 하지만

그것이 끝일뿐.

뭐가 더 있을까?


아직 탐색 중이지만

그냥 나에게서 나는 살냄새가 좋다.


요즘 들어하는 생각은 궁금증을 자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사람은 누굴까? 무엇을 할까?

어떤 생각과 분위기를 뿜어낼까?


인공적인 것이 아니라

오롯이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게 좋다.


따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만들고

가식이 아니라 모든 것에 진심이 되고


다들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수련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쌓이자, 향은 더 이상 외적인 장식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내면과 호흡하며, 감정과 연결되는 깊은 통로로 다가왔다. 감각의 세계, 감정과 기억, 무의식과 맞닿는 채로.


아로마오일을 통한 치유와 성찰

아로마오일은 자연이 응축된 순수한 한 방울 한 방울로 이루어진 존재이다. 그 농축된 에너지는 신체적 치유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깊은 울림을 담고 있다. 그것은 내 수련 전체를 확장시키고 수업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드는 하나의 빛이 되었다. 나는 특히 요가의 차크라 시스템과 아로마오일을 연결해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각 차크라가 담당하는 신체 부위나 정서적인 영역에 따라, 어울리는 향을 골라 수련에 접목해 보는 방식이었다. 예를 들어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차크라가 있다면, 그에 맞는 향을 선택해 집중 수련을 하며 테라피 요가를 진행했다.


이상하게도, 그런 수련을 하고 난 다음 날엔 그 부위가 조금 더 단단해진 느낌이 들곤 했다. 향은 단순한 후각 자극을 넘어서,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교감하며 신체의 흐름을 조율하고 정돈하는 것 같다. 차크라와 연결되어 있다는 걸 몸으로 체감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요가는 알아갈수록 신기하고 저절로 빠져든다.


치유의 에너지. 정화. 단련. 강화.


이와 같이 수련 속에서 축적된 감각은 수업을 통해 회원님들께 고스란히 전해진다. 향처럼, 기운처럼, 어떤 설명 없이도. 그 울림은 때론 공기처럼 퍼져 그들의 마음에 닿아있다. 수업이 점차 끝나갈 무렵, 함께 호흡을 마주하는 이들은 그 안에서 자신만의 깨달음과 알아차림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수업에 적용하기

내가 어떤 수업을 하느냐의 목적성을 먼저 명확히 한 다음, 그에 맞는 향을 선정하고 수업을 구성하는 방식. 이것이 아로마오일을 요가에 접목하는 방식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수업 대상자의 상태, 필요로 하는 에너지 (신체적·정서적), 그리고 내가 전하고 싶은 마음의 방향에 따라 오일을 선택하고 블렌딩하는 작업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수업을 함께 이끌어가는 중요한 '동료'가 되었다.


그저 좋은 향을 나누는 것을 넘어, 수업을 풍성하게 만들고 나 스스로의 감정과 지도력에도 섬세한 균형을 더해주었다. 나 자신을 한층 단단하게 만들어주면서도, 부드럽게 타인에게 스며들 수 있게 도와주는 섬세한 힘. 이제는 아로마가 수련과 일상,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결을 더욱 또렷이 드러내주는 조용한 파트너로, 조용하지만 확실히 나를 움직이는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


내가 다룰 수 있는 감각의 폭이 넓다는 것은 요가 지도자로서 커다란 축복이다. 그리고 그 감각이 나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어, 누군가에게 온전히 스며들 수 있다면, 그만큼 보람찬 일도 없을 것이다.


아로마오일은 나라는 존재의 층위에 스며드는 또 하나의 언어다. 그것은 어느 날 문득 피어오른 라벤더향처럼 조용히 나를 감싸며, 내 안의 감각과 감정을 섬세히 일깨웠다. 요가와 명상이 몸의 결을 세심히 다듬는 행위라면, 아로마는 그 결 사이사이에 온기를 불어넣는 숨결 같았다. 향을 통해 나를 다시 만나고, 그 만남 속에서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것. 결국 우리가 수련하는 이유도, 누군가에게 닿기 위해서가 아닐까?


누군가를 안았을 때, 저라는 사람이 숲처럼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나무와 자연, 그리고 숲 속 어딘가에 서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고요함. 비 내린 뒤 흙냄새처럼 은은하고 편안한 그런 향기요. 아마 우드 계열의 향이 떠오르겠죠? 저를 통해 그런 숲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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