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들

by 블록

나는 이상한 사람들이 좋다.

그들에 대한 사랑은 중학생 때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새로운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좋다.

그 사랑은 그냥 처음부터 나의 일부였던, 개인의 선호였던 것 같다.


나에겐 정석대로 결함 없는 실력을 가진 자들보다 조금의 관점의 전환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이들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해설집의 긴 풀이보다는 조그마한 꼼수를 써서 풀이를 절반으로 잘라버리는 풀이법이 더 좋다. 꼼수가 아주아주 작아서 그 효과의 밀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그로 인한 쾌감과 여운은 더욱 커지고 길어졌다.


새로운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흥미롭다. 경계를 넘어 관찰자의 눈에까지 흘러나오는 그들만의 세계에는 고유한 색이 있고, 역동적이다. 그러니 그 세계를 관찰하는 것은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며 넋을 잃고, 해가 좋은 날의 윤슬을 보며 멍을 때리는 것과 같으리라.


상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가령 방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러버덕을 전시해놓는다거나, 긴 걷기 여정에 나서겠다며 시장에서 지팡이도 아니고 손질도 안 된 나무막대를 사오는 사람들 말이다. 사소한 행동이고 단 하나의 '일반적인 경로'에서 벗어난 행동이지만 그 '이상한 짓'이 '이 사람, 새로운 관점을 가진 사람인가?'를 판단하는 확률놀이에 기여하는 바는 크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짓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을 때, 홍대병이 아니라 정말 이들의 일상이 '평범'과는 거리가 멀 때 이 작은 행동은 이들이 새로운 관점을 가진,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사람들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말해준다. 그들의 세계가 아주 달라서 사람들과 다른 사소한 행동이 흘러나왔을 가능성이 포착되는 것이다.


예술가 스타일의 국제학생회 아빠, 사람들이 하지 않는 헤어스타일과 미의 기준에서 벗어난 모델들의 사진을 연상케 하는 화장들, 그의 손짓과 말투가 표면적인 모습 뒤에 커다란 색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 같았다.


오늘은 2학년의 추억을 많이 선사해준 친구 FK와의 만남을 조금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와의 만남을 설명하자면 마치 우리 삶에 작가가 있어 복선을 뿌려놓기라도 한듯,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FK에게는 컬리지의 뒷마당을 트랙삼아 러닝하는 취미가 있었다. 옆에 버젓이 공원이 있는데도 아무도 달리지 않는 뒷마당을 달리다니, 그는 알지 모르겠지만 내 친구들 모두 '뒷마당 달리는 애'를 알았고 '신기할세'하고 말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뒷마당을 몇 번이고 돌지는 못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2학년, 와이프의 소개로 그와 친구가 되었다. 그가 뒷마당을 도는 그 남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믿을 수 없었다. 뭐랄까,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사람이 실체가 된 것 같은 기이함이었다. 그리고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주 멋지게 이상한 아이였다.


어렵기로 소문이 자자한 수학과에서 결함 없는 성과를 보이는 그는 진화론을 믿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반기를 든 것은 아니었다. 단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을 뿐이었는데, 왜냐고 묻자 그는 물리학에서 광자(에너지와 비슷한 개념)가 전자와 양성자, 이렇게 두 개의 '입자'로 뿅! 하고 나뉘는 쌍생성(pair production)처럼 인간도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뿅! 하고 생겨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내가 들어본 진화론의 대체 이론 중 가장 인상깊은 이론이었다.


이론물리학자가 진화론을 믿지 않기는 쉽지 않다. 그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으나, 진화론을 믿지 않는 물리학자와 비슷한 일은 계속 일어났다. 그는 정말 '평범'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러나 가장 멋진 건 그 자신은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FK가 트랙삼아 돌던 뒷마당


어김없이 컬리지의 뒷마당을 돌던 어느 날이었다. 어디선가 어떤 여자애가 걸어와 그를 멈춰세운 뒤 따라오라 말했고 FK는 어리둥절한 채로 일단 따라갔다고 한다.


그건 그의 남편 될 사람의 프러포즈였다. 미리 말해두자면 이 아이는 친구가 아주 많다. 정말 정말 많다. 컬리지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많다. 학식당 직원들까지 그의 친구다. 그리고 컬리지의 모든 사람들은 College Marriage, 패런팅 시스템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들과 친구인 그는 패런팅 시스템이 결혼을 통한 거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는 프러포즈를 받았을 때 위협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상대가 정말 결혼을 하자고 묻는 줄 알았고, “내가 여기서 결혼해도 진짜 결혼은 따로 할 수 있는 거지...?”라고 물은 뒤 승낙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는 절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케임브릿지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각자의 세계를 가진 사람들, '평범'에 물들지 않은 자들.


케임브릿지에 가기 전 했던 기대는 좌절되지 않았다. 나는 이상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 이유로만으로도 케임브릿지를 사랑한다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아직도 이상한 사람들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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