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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장애가 있으니,

기상악화에 따른 출근이 곤란한 경우를 정확히 정의해 주시면 좋겠는데요.

내일 태풍이 온다고 한다. 아이들 학교에서도 방과 후 수업을 시행여부를 내일 아침 7시에 정해서 알려준다 연락을 받았다. 속이 약 32m/s라는데 문과인 나는 대체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엄마가 아이들을 돌봐주러 오후에 오시는데 이동하기 불편하실 테니 내일은 일단 오전은 출근하고 오후엔 조퇴를 해야 하나 고민스럽다.


저녁 늦게 띵동 문자가 온다. 회사에서 내일 기상악화 등에 따라 정상 출근이 곤란한 경우 휴가활용하라는 내용이다. 반가우려다가 말았다. 정상출근이 안 되는 기상악화란 뭘까?


10년 전인가? 장마 때 광화문역이 찰랑찰랑 발목까지 잠긴 적이 있었다. 그때도 몇몇 역이 잠기긴 하였으나 K-기술력의 힘인지 지하철은 또 정상운행을 했더랬다. 나도 찰방찰방 물장구를 치며 출근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예전 자료를 보면 더 기막힌다. 배수가 안되어 도로에 가슴까지 장맛비가 가득 찼음에도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직장인을 찍은 자료화면을 보면 진정 출근은 의지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상의 기상과 관계없이 이동할 수 있는 지하철이 서울시내는 다 있다고 봐야 할 것인데, 아무리 날씨가 좋지 않아도 지하철 운행이 중지될 것 같지는 않은데, 나는 정상출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나?

혹자가 말하길 내일 오는 태풍은 50kg 정도는 날려버릴 수 있는 풍속이라는데, 나는 50kg은 훌쩍 넘출근을 해야 맞는 건가?


고민 중에 동료의 카톡이 온다. 내일 어쩌실 거예요? 모르겠는데 어떡해야 돼?ㅋㅋ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뉴스 보고 결정해요. 그래 우리 긴밀히 연락해. 난 자기와 함께 할 거야 크로스!


이것 봐라. 나만 애매한 게 아니었어. 애들 학교처럼 아침에 수업할지 안 할지 딱 알려주면 얼마나 좋아. 출근이 어려운 상황이면 오지 마라. 이 모든 것을 너의 판단에 맡긴다. 이 책임 전가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혹여 내일 출근하다 날아오는 간판에 맞아 상이라도 입으면 회사에서 그러겠지. 내가 뭐랬어 출근이 어려우면 쉬라고 했지. 왜 말을 안 들어?

출근을 안 해서 내일까지 처리해야 하는 PC점검 못 끝내면 또 서무와 정보화팀의 원망을 한 껏 들을 테고.


이런 난감한 상황 참 별로다. 예전에 보던 개그콘서트의 추억의 코너, 애매한 것을 딱딱 정해주던 그 남자가 그립다.


어떡해요? 저 출근해요? 말아요?




마침 김선영 작가님의 <어른의 문장력>을 완독한 참인데,  읽은 티를 내 한마디 남겨본다.

어른의 문장은 간결하고 정확하며 구체적이어서 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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