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1개월 정도 미국에 머무르기 위한 준비. 가장 먼저 비행기표 예매였다. 1월에서 3월 사이에 예매하려고 했지만 못했다. 미국 도착지와 다시 서울로 돌아오기 위한 출발지를 어느 곳으로 해야 할지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넓고 넓은 미국 땅, 그중에서 딸이 일할 자리로 결정되는 곳이 출발지가 되어야 했다. 딸은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대학원을 2024년 6월에 졸업했다. 바로, 박사과정을 여러 대학교에 지원했지만 다 떨어졌다. 대학 전공과 다른 분야의 대학원 공부를 했다. 아무래도 다른 학생들과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딸은 연구 경력을 쌓아야 한다며, 자신이 연구하고자 하는 내용과 관련된 미국 대학의 연구실에 지원했다. 그렇게 지원한 곳 중에서 합격 통지서를 보내주는 곳, 그곳이 내가 다시 서울로 올 때 출발지가 되어야 한다. 왕복으로 예매를 해야 표값이 더 저렴하기에 출발지가 결정되기를 바랐다. 그런데, 5월이 다가와도 합격 소식은 없으니, 비행기표가 다 없어질까 봐 긴장됐다. 어쩔 수 없이 인천공항에서 뉴욕까지 가는 비행기표만 먼저 예매했다. 인천공항에서 뉴욕까지 직항이다. 내 영어 실력이 불안하니 직항으로 갈 수 있는 뉴욕이 적격이다. 뉴욕은 딸이 지내고 있던 필라델피아와도 가까운 곳이다. 또, 뉴욕에 지인 한 가족이 살고 있다.
미국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는 출발지도 결정했다. 지인이 살고 있는 텍사스다.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오기 전, 지인분 집에서 2박 3일을 보낸 후, 그곳에서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 합격소식을 듣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냥 기다리다가 돌아오는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할까 봐서다.
딸은 내가 미국에 가는 것이 처음이고 언제 또 갈 수 있을지 모르니, 여행을 하면서 합격을 기다리자고 한다. 그러다 보니, 여행에 필요한 돈이 필요했다. 처음 계획은 딸이 지내고 있는 학교 근처 집에서 머무르며 합격 소식을 기다리기로 했었다. 넓은 공원 산책도 하고, 그 도시에 있는 미술관도 가고, 집에서 맛있는 요리도 만들어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자는 생각이었다. 나는 미국이 궁금해졌다. 언제 또 미국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비행기표값이 얼마나 비싼가! 왕복 비행기표 값이 내 한 달 월급보다 많다. 미국 이곳저곳을 여행하게 되면 경비가 엄청 더 많이 들 텐데, 나는 필라델피아에 있는 딸 월세 집에 머물러 있지 않고, 미국 여행을 하기로 했다. 딸은 바빠졌다. 내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 지인 분들을 만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만난 분들이다. 교회에서 만난 세 가족과 선교단체에서 봉사할 때 만난 젊은 부부 가족이다. 딸은 이 네 가정에 미리 연락하여 언제 만날 수 있는지 날짜를 정해 놓으면 좋겠다고 했다. 딸은 그 가정들이 있는 곳곳에 숙소를 정하고, 관광할 것들을 미리 조사하여 정리해 둘 계획이다. 지인분들이 사는 곳을 중심으로 만나는 날짜와 장소를 정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곳, 딸의 합격소식을 알려줄 장소.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 그 장소가 결정되어야만 했다. 많은 짐을 딸이 혼자 옮기기에 너무 안타깝기 때문이다. 미국에 가려는 처음 목적은, 엄마인 내가 그 힘든 일을 함께 거들어 주기 위해서다. 오로지 그 목적이 전부였다. 미국여행은 생각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그 가장 중요한 목적은 미국여행이 끝날즈음에 이루어졌다. 멀고 먼 미국 땅, 그곳에 달려가서 딸을 안아주고, 짐을 거들어 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없는 돈을 끌어 모으게 하고, 미국 드라마 보며 영어 듣기에 열중하고, 체력 키우기, 미국 땅 지인분들에게 용기 내어 다가가게 했다.
준비. 자녀를 향한 사랑은 나를 일으켜 세우는 강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