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0일 토요일
아침 10시까지 잠을 잤다. 아침 식사를 거르고 잤다.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던 합격 소식을 어제 받았다. 딸도 잠을 푹 잤다.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도시에 있는 곳, 그곳으로 짐을 가지고 가서 방을 구해야 한다. 워싱턴에서의 남은 여행 일정을 마치고. 딸은 시골이라며 걱정한다. 시골에서 혼자 살아갈 일이 막막한 딸. 딸을 면접하고 엄청 큰 호감을 보인 분, 앞으로 딸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9월 첫째 주부터 출근하게 됐다. 신기하게도 내가 딸과의 미국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고 일주일 후부터다. 딸은 긴장된 마음을 놓으면서도 도시가 아니어서, 더 좋은 연구센터가 아니라서 아쉬워했다. 나는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점심 식사를 하러 레스토랑에 갔다. 레스토랑에 오고 가는 사람들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토요일 휴일이라서일까? 외식을 하러 온 가족이 많았다. 미국 음식 맛이 대체로 짰다. 음식을 한 잎 먹자마자 짜다고 말했다. 나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회를 주려고 이 레스토랑을 선택한 딸이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짜다 짜다 하는 말이 딸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딸이 속상해하며 말했다. 엄마는 좀 긍정의 말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엄마가 아무 생각 없이 맛에 대해 하는 말이, 딸 마음을 속상하게 한다고. 정성껏 골라 찾아온 음식점인데, 짜서 불편하다는 말을 계속해야겠냐고. 사실 나는 먹을 때마다 짜다는 말을 했다. 음식은 특별하고 맛있는데 짰다. 딸은 이런 엄마의 말이 신경이 쓰였던 거다. 음식이 짜서 엄마가 힘들어한다고 생각되어서, 딸은 속상했던 거다. 나는 좀 더 말을 조심해야겠다고 딸 앞에서 반성하며, 딸에게 애원하듯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우리는 다시 맛있게 먹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첫 여행 장소로 국회의사당을 갔다. 하지만 들어가지 못했다. 딸이 또 실수를 했다. 국회의사당에 들어가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데, 딸은 이틀 뒤인 월요일 3시로 예약을 해 놓았던 것이다. 딸이 얼마나 정신없는 상황을 끌어안고 여행하고 있는지! 나는 딸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더 신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히려 더 좋은 것을 누릴 수 있을 거라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사진 찍으면 된다고, 이렇게 좋은 날씨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며 신나 했다. 워싱턴 도시 건물들은 굵직굵직했다. 깨끗하고 조용했다. 치안도 좋아 보였다. 딸은 국립미술관으로 안내했다. 고전 미술 작품이 많았다. 그 시대의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그림들이다. 현대미술 작품도 많았다. 딸은 고흐의 작품을 좋아한다.
다음으로, 자연사 박물관에 갔다. 딸과 나는 자연사 박물관 전시물을 건성으로 휘 둘러보았다. 어린아이들이 좋아할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식사를 하러 버스를 타고 고급 레스토랑에 갔다. Filomena Ristorante, 오늘은 단정하고 멋진 원피스를 입어서 먹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딸과 나는 식사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합격은 했지만 또다시 밀려오는 두려움, 낯선 시골도시에서 부딪혀야 할 많은 상황들, 거의 백인만 사는 곳, 방을 구하고, 짐을 옮겨야 하고, 대중교통이 거의 없는 곳, 출퇴근 방법은? 딸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우리는 이 감정을 극복하고 다시 감사하는 마음을 안고 레스토랑을 나왔다.
유명하다는 컵케잌 가게로 걸어갔다. 컵케잌이 달았다. 우리는 달콤한 컵케잌을 먹으며 행복해하며 조잘조잘 쉴 새 없이 이야기했다. 산책을 더 했다. 조지타운 대학교까지 걸었다. 딸은 걸으며 주변 건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조지타운 대학교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호텔 숙소로 돌아왔다. 잠자리에 누워 딸은 내 품에 안겨 울었다. 두렵다고, 아는 사람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버려두고 가지 말라고. 딸이 정말 그곳에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우리는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