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왼쪽 머리 뒤통수가 당기고 아프기 시작했다. 잠을 잘못 자서 그런가 하고, 목 스트레칭을 자주 해보았다. 소용이 없었다. 어지럽기까지 하더니 한순간 주저앉을 것처럼 기운이 쫙 빠지기도 했다. 집에서는 안 그러다가도 오전 근무 중에 갑자기 그랬다. 무서웠다. 학교에서 쓰러지면 어쩌나! 왜 그런 걸까?
잘 먹지 않아서 그런가? 그 이후로 점심도 많이 먹었다. 집에 돌아오면 저녁 식사를 하고, 달리기도 했다. 집에서 스트레칭도 하고 도두봉 산책로도 걸었다. 아프면 아플수록 아프기 전보다 더 골고루 먹고, 운동도 규칙적으로 했다. 불안을 싸안고 있기보다는, 건강에 좋은 것을 더 찾아 하면서 원인을 찾아본다.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해보아야 할까? 고민도 해보았지만 병원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결과가 안 좋다고 할까 봐.
네이버 검색으로 내 증상이 왜 그런지 찾아보았다. 일자목, 일자목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학교 컴퓨터 화면을 높이 올렸다. 동그란 목베개도 필요했다. 쿠팡에서 구입할까 생각하다가 내가 사용하던 베개를 동그랗게 말았다. 기다란 양말로 말아 놓은 베개를 묶었다. 베개가 원통 모양으로 변했다. 잠잘 때마다 그 베개를 베고 잤다. 아픈 목과 잡아 당기던 뒤통수 통증이 조금씩 옅어졌다.
쌓인 피로도 한몫 했을 거다. 7월, 8월 미국 여행을 다녀온 후, 그 피로를 풀 기회가 없었다. 귀국 후 바로 강아지를 제주도로 데리고 왔다. 아침저녁으로 강아지 산책시키는 일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힐링이 되었다. 그런데, 강아지를 데려온 며칠 뒤, 강아지와 산책을 하다가 맹견의 공격을 받았다. 사투를 벌이는 상황에서 살아남았지만, 그 과정에서 두 무릎과 손바닥이 파이는 깊은 상처가 생겼다. 추석이 지나고까지 3주 동안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았다. 강아지는 다행히 잘 피했다. 두 무릎을 붕대로 칭칭 감고 다녔다. 오른 손바닥 손목 쪽이 파여 치료받느라 왼손으로만 모든 걸 감당해야 했다. 치료가 끝난 이후로도 피곤한 일정을 보냈다. 초등학교 동창회, 친구 아들 결혼식, 지인 딸 결혼식, 선교대회 참여, 추석이 지나고 10월까지 매주마다 서울에 다녀왔다. 제주도에 내려올 때는, 월요일 새벽 첫 비행기로 제주공항에 내린 후, 곧바로 학교로 출근했다. 젊은이들도 견디기 힘든 일정을 보내면서도 괜찮은 줄 알았다. 괜찮지 않음이 드러났다.
아프기 시작한 지 1개월이 되어간다. 무섭고도 살짝 우울하기까지 했던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왜 아픈지 되짚어갔다. 포기하지 않고 움직였다. 음식, 운동, 잠, 휴식, 스트레칭, 바른 습관, 이것들을 더 바르게 챙겼다. 뒤통수 당김도, 어지러움도 사라졌다. 욕심을 더 내려놓기로 마음먹는다. 비행기도 자주 타지 않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