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어디로 가야 하나

2019년 5월 19일(일)(2018년 8월 30일 폐암수술)

by 수수

비가 왔다. 저녁에.

딸과 통화를 했다. 방학 동안 포항에 방을 얻을 수가 없다고 내가 어떻게 할 건지 묻는다. 아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아들에게 엄청 불편한 일인가 보다. 난 엄마라서 못 느끼나 보다. 딸은 오빠가 불편하니까 오빠를 위해서 내가 따로 지내야 한다고 말한다. 아들에 대하여 딸은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리고 젊은이들의 상황과 마음을 더 헤아리는 딸이다.


'6월에 내가 어디로 가야 하지?'


'하나님 제가 어디로 가야 할지 말씀해 주세요. 하나님 제가 어디에 있어야 하나요? 이제 서울집도 제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 너무 막막하고 답답할 것 같아요. 내가 말하는 것이 벽에 대고 말하는 것처럼 전혀 소통하지 않는 남편과 같이 있는다면 저는 또 금방 숨이 막혀 버릴지도 몰라요. 하나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나님 제가 살고자 하니 마치 죽을 것 같네요. 제가 죽고자 하면 다 쉬워질 것 같아요. 나의 갈 길을 보여 주소서.'


남편이 평생 피운 담배를 끊으라는 것도 나쁜 것 같고, 집안 환경도 나 때문에 바꾸라는 것도 무리인 것 같고, 아들이 사는 이곳도 좁아서 아들 생활에 너무 방해되고.


내 갈 길을 인도하신 분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아들이 살고 있던 좁은 원룸에 갑자기 아들과 둘이 생활하게 된 것이 몇 개월 지난 때였다. 포항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던 딸은 오빠인 아들이 불편하니까 내가 따로 방을 구하여 나가 지내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딸은 오빠의 생활도 걱정이 되었다. 폐암 수술 후 강릉에 와서 아들의 보살핌으로 지내고 있었다. 직장 생활하면서도 나를 위해 맛있는 요리를 해주기도 하고 함께 교회에 가기도 했다. 원룸이라서 방이 하나인데 침대가 있는 방을 나에게 내어 주고 아들은 부엌이 있는 좁은 거실에서 소파에 누워 잠을 잤다. 아들의 생활이 몇 개월 동안 나로 인해 복잡해진 것이었다. 그래도 아들은 늘 다 괜찮다고 말하며 항상 밝은 모습으로 나를 평안하게 해주었다. 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마음이 힘들었었다. 서울에는 남편이 두텁고 어두운 장벽을 세워 놓고 있는 무서운 느낌이었다. 그때의 상황을 지금 떠올리니 눈물이 나오려 한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분은 하나님 한 분이었다.

keyword
이전 15화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