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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생활모습

2019년 5월 20일(월)(2018년 8월 30일 폐암수술)

by 수수

아침에 아들과의 대화 속에서 아들은 엄마가 여기에 있고 싶은 만큼 계속 있고, 어디 따로 나가려 하지 말고 아들과 같이 있으라고 말한다. 고마운 아들.

딸과 통화했다. 엄마와 오빠가 알아서 결정하라고 한다. 엄마가 선택하고 엄마가 결정하고. 만약 복직하더라도 남은 2개월 해보고 힘들면 바로 내려놓으라고 한다.


아들딸을 나의 아들딸로 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걸어서 교회에 다녀왔다. 기도하는 시간이 참 감사하다. 그리고 기도하러 교회로 향하는 나의 모습이 참 좋다.

'욥의 기도', '욥의 고백'

연약한 내 영혼 주를 보며 기도합니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언제 어디에 있어야 할지도 난 결정하기가 힘들다. 무엇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인지. 그래서 요즘 더욱 기도하고 싶다. 걸어서 교회로 향한다.

내년까지 쉬기로 했다. 아침에 딸과의 통화에서는 이번 11월에 복직하여 다른 곳에서 2개월 살다가 지방으로 발령받고 싶다고 말했는데, 오늘 기도하고 오면서 그냥 내년까지 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아들과 함께 있으며 내가 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남편에게 내가 가서 또 함께 있다고 좋아질까? 또 나의 몸만 병들고 다시 나올 수도 있겠지.

남편을 위해 기도하고 축복한다. 하지만 이제 남편 옆에서 시중드는 것처럼 살아가지도 않고, 남편이 살고 싶은 대로 사는 냉정하고 배려 없는 곳에서 또 병들지 말고 떨어져 있어야겠다. 악한 욕을 늘 들으며 긴장 속에서 살지 말아야겠다. 자정에 수건 한 장을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남자, 잠을 자는데 너무 방해된다고 텔레비전 소리를 줄여 달라고 하면 오히려 큰소리로 화를 내는 남자. 싱크대에 물방울이 있다, 욕실이 지저분하게 머리카락이 있다, 빨래를 반듯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등등 곁에 있으면 온갖 부정적인 말들과 비난하는 말들을 쏟아낸다. 이 상황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싶다.




남편이 있는 서울집에는 들어가기 싫었다. 그래서 복직을 하더라도 공기 좋은 경기도 쪽에 원룸을 구하여 지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당장 원룸을 구하여 혼자 지내는 것도 나에게는 두려운 일이어서 결국 나는 나중에 퇴직을 결정했다. 어쩌면 남편의 행동이 나에게 힘들었지만, 남편은 자신 스스로 청결하고도 완전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결국, 남편과 나의 생활 가치관의 차이가 힘들게 했던 것 같다. 남편 혼자의 삶은 자신 스스로 정말 좋은 것이었을 것이다. 남편도 나의 생활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많았을까. 오히려 나의 생활에 너무도 화가 나서 매일매일 화를 냈을 것이다. 내가 남편의 청결 수준에 맞추지 못했던 것이었을까? 남편이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볼 수 있도록 내가 잠을 뒤척이다가 자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었어야 했을까? 집안에서 담배를 피는 남편을 괜찮다라고 하면서 용납할만큼의 사랑이 있었어야 하는 것이었을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다만 남편도 자신의 입장에서 늘 얼마나 불편한 삶이었을지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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