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21일(화)(2018년 8월 30일 폐암수술)
Who I am to you
I belong to you
나는 누구인가?
아들과 딸의 엄마, 남편의 아내, 형제들의 동생이나 언니, 누나, 교사
이런 것 말고 나는 누구인가?
Tell me. Who I am to you.
이곳에서 이렇게 매일 매일 평안함 속에 있는 것이 어느 때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내가 무언가 해야 할 것 같고 또 서울 집에 들어가 부딪히며 살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 때가 많아진다. 하지만 나의 지금까지의 상황을 아는 사람들 특히 딸은 아빠 곁으로 가면 이제 죽음뿐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은 내가 죽어갈지라도 남편 곁에서 견디며 주님의 사랑으로 함께 하길 바라실까?
마치 그러실 것 같다는 마음이 자꾸 들기도 한다. '왜 도전도 해보지 않고 미리 겁을 먹고 있는 거니?' '정말 좋은 새로운 일들을 하나님이 계획해 놓고 계실지도.'
하지만 사람의 습관은 단기간에 변화될까?
폐암 수술을 하고 퇴원하던 날 병실에서 퇴원 준비를 하고 있던 나에게 병원비를 자신이 감당하게 했다고 흘기는 눈으로 쳐다보던 그 눈빛이 자꾸 떠오른다. 2008년 뇌종양 수술을 하고 퇴원한 날 딸과 함께 안방에 누워있을 때 술에 취한 모습으로 들어와서 날 죽이겠다고 발로 밟으려 할 때 딸이 다리를 들어 그 발을 막던 모습이 기억에서 용서하고 또 용서하는 마음을 갖는데도 지워지질 않는다.
이런 기억도 생각나지 않게 해야 하겠지?
나는 모르겠다. 기도해도 모르겠다. 어느 때는 서울집에 가야 할 것 같다가도 어느 때는 가면 안 된다는 마음이 가득해진다. 지금 나의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아들딸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편은 어떤 마음인지 모르겠다. 늘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내가 좋은 반응을 기대하면서 말을 꺼내면 악한 반응을 보여 온 사람이니까.
Who I am to you. I belong to you.
나도 하나님께 소중한 자녀인데.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기도하신 것이 생각난다.' 아버지 뜻대로 하옵소서.'
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Who I am to you. I belong to you.
이곳에 계속 있게 되면 아들이 너무 힘들까 봐 걱정된다. 퇴근하고 돌아올 때 얼마나 허기가 질까? 맛있는 요리를 해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싶다. 요리를 배울까? 인터넷을 보고 요리 연습할까? 우선, 김밥, 유부초밥, 샌드위치, 계란말이 등을 만드는 것을 연습하면 어떨까?
하나님 저를 인도하시는 하나님.
성령 하나님 제가 죄의식에 빠지지 않게 하여 주소서. 마치 서울에 가지 않아서 죄를 짓고 있는 것 같은 마음을 갖지 않게 하여 주소서. 저 스스로 당당하게 선택하고 일어설 힘을 주소서. 힘으로 나를 쥐고 있으려는 남편 밑에서 다시 억눌려서 살지 않게 하여 주소서. 주여!
나를 존중하는 자와 함께 있게 하여 주소서. 나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과 함께 있게 하여 주소서. 하나님 나를 소중하다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과 함께 있게 하여 주소서. 그렇지 않을 때 나 스스로 좋은 것을 선택할 힘을 주소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순 권사님이 훈련을 잘 받으실 수 있게 하여 주소서. 돈 때문에 포기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아들과 딸이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그 믿음으로 오늘을 선하게 살아가게 하여 주소서. 하나님께 소망을 두게 하여 주소서.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아들과 딸에게 소망을 주소서. 오늘의 삶을 감사하고 기뻐하게 하여 주소서. 오늘 만나는 사람들, 하는 일들을 기뻐하고 감사하게 하여 주소서. 아들과 딸의 하나님을 향한 선한 삶이 다른 이들에게 따뜻한 사랑으로 전해지게 하여 주소서.
남편이 하나님을 경외하게 하여 주소서. 형제들이 하나님을 경외하게 하여 주소서. 열방대학 간사님들, 학생들에게 그리고 말씀을 가르치며 섬기는 모든 이들에게 주의 은혜가 넘치기를 기도드립니다. 믿는 자들이 다 주 안에서 온전한 믿음의 삶을 살게 하여 주소서.
제가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보여주소서.
주여. 광야 같은 이 시간 저를 주 안에서 믿음이 견고하게 하여 주소서.
폐암 수술 후 아들과 함께 지내면서 평안함을 누릴 때 나 혼자 평안함을 누리고 있는 것인가 하면서 죄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했었다. 미우나 고우나 남편인데 갑자기 내가 이렇게 되어 혼자가 된 남편이 안쓰럽기도 했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스트레스는 나의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치명적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어 마음을 다스리곤 했었다. 남편을 사랑할 힘을 기르고 싶었다. 너무 주눅이 들어 있어서 남편 앞에 있으면 표정이 굳어 버리곤 했었다. 지금 돌아보니 나에게는 남편을 상대할 수 있는 넉살 좋은 강함이 없었던 것 같다. 지금 난 그 힘을 기르고 싶다. 내 앞에서 아무리 냉정하게 있는 사람이라도 포용할 수 있는 내적인 온유한 힘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