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싸우는 엄마
난 5살에 빨래도 하고 밥도 차렸다
임신 중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10개월 동안 뱃속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공황장애 약을 복용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하였습니다. 지금이야 11년 전일이라 이렇게 조금은 무덤덤하고 별일 아닌 것처럼 이야기 하지만 그때 임신 기간 10개월은 제게 10년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소중하지만 결혼 7년 만에 낳은 제 아이는 제게 더욱더 소중하고 특별합니다. 유당 불내증이 있는 저를 닮아서 배앓이를 하까 비싼 수입 분유를 고집해서 먹였고 이유식은 유기농 야채와 고기로 직접 만들어 먹였습니다. 아이가 10개월쯤 시댁과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도 아이의 이유식 전용 냄비를 챙겨가서 숙소에서 끼니때마다 만들어 먹였던 예민하고 극성인 초보맘이었죠. 유난을 떤다고 지인이나 가족들이 뭐라 해도 그게 좋았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다른 엄마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귀하게 얻은 아들과 매일 싸웁니다. 이 싸움은 아이가 두세 살 정도부터였습니다.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뭐든지 자기가 하려고 하는 그 시기쯤이었습니다.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예민하고 별나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말은 안 듣고 제멋대로 일 줄은 몰랐습니다. 나는 5살 때부터 혼자 밥도 차려 먹었는데. 나는 초등학교 때 오전반 오후반이 있던 시절에도 혼자 시간 맞춰서 학교 잘 갔는데 왜 내 아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인지 답답했습니다. 5살쯤 키워 놓으면 내가 그랬던 것처럼 밥도 챙겨 먹고 학교 준비물도 혼자 챙겨 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지금도 아이는 밥을 차려 달라고 하고 때론 가방도 들어달라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호림(가명)아, 너는 이제 다 큰 거야. 혼자 스스로 할 수 있어" 그러면 아이는 이렇게 말하죠. " 귀찮아. 엄마가 해주는 게 더 좋아." 그 말은 듣고 저는 용암 같은 분노가 치미러 오르면서 3절 정도의 잔소리를 빙자한 화를 냅나다. 저의 레퍼토리 시작은 늘 " 엄마는 5살 때부터 혼자 밥 먹고 할머니 안 계시면 빨래도 해놓고 연탄 불도 갈아 놓는 아이였는데 넌 왜 이것도 못하니?"였습니다.
점점 아이가 유치원 생이되고 초등학생이 될수록 서로 성격이 너무 다름을 느꼈습니다. 물론 남자와 여자는 특성상 기질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아들은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만약 아이가 남편이었다면 당장 이혼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로 아이와 골은 깊어만 갔습니다. 그렇게 매일 하루에 몇 번씩 사사건건 부딪히는 우리를 보던 남편이 어느 날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 여보, 당신은 호림이 훈육할 때 애랑 똑같이 싸우는 것 같아 " 그렇게 말할 때마다 아이한테 속상하고 화난 마음은 아무 상관없는 아빠에게 불똥이 튀기곤 했죠. 그러면 그럴수록 아이가 원망스러웠습니다. 힘들게 공황장애를 이겨내고 아들은 낳은 내가 불쌍하기까지 했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던 유능하던 직장여성의 모습은 다 없어지고 카톡에는 누구 엄마로 적혀 있는 프사를 보면서 억울하고 눈물도 나고 아이가 미웠습니다. 그런 날이 되풀이되고 번아웃이 오고 무기력할 때쯤 전 제 스스로 정신과에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화나는 느낌은 있지만 우울하다고는 느끼는 것 같지 않았는데 중증 우울증이라니 믿기지 않았습니다. 약 처방을 받고 심리상담 치료를 병행할 것을 권유받게 되었습니다. 뉴스와 인터넷 신문에서 유명 연예인 들고 자살을 하게 만든다는 그 무서운 우울증에 내가 걸리다니 나도 이러다 자살하는 것은 아닌지 무서워서 집에서 다닐 수 있는 거리의 심리 상담 센터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매주 수요일 아침 심리 상담 센터를 다닙니다. 그리고 9개월째 심리상담 치료를 한 지금 전 제 문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들의 성격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면에는 아직 다 성장하지 못한 저의 내면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 자신 조차도 잃어버리고 살았던 내 어린 시절의 감정과 기억들이 성인이 된 나의 삶에 다양한 방면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니 당황스럽고 놀라웠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끈질기게 잠재의식 속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제 내면아이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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