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AMMARY Oct 27. 2024

 다시 혼자  


 자전거 수리가 완료되었고 다시 자전거 여행을 시작해야 했다. 그런데 이 날은 하필 비 예보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이동하자마자 비가 쏟아졌고 우비를 쓰고 정신없이 자전거를 이끌어 다음 마을로 이동했다. 우리가 머문 숙소는 카스트로헤르츠에 있는 폐허 된 수도원을 개조해서 만든 알베르게다. 때문에 전기가 안된다는 것을 도착해서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숙소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근방으로 가서 자전거를 충전할 곳을 찾기도 했다. 순탄하지 않은 여정이었다.     

 

 저녁이 되었고 수도원 알베르게 직원분들과 우리 셋 그리고 덴마크 여자분과 함께 저녁을 준비했다. 파스타면을 삶고 와인을 준비하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겨움이었다. 비가 그쳤고 수도원 마당에 테이블을 설치했다. 촛불을 켜고 음식을 나르며 각 나라의 언어로 견배사를 외치며 와인을 마셨다. 알베르게 직원 중 한명은 이탈리아 남자였는데 눈치가 이전에 한국인과 연애를 했던 듯하다. 한국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덕분에 가까워졌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와인에 취해서일까 분위기에 취해서일까 오랫동안 만났지만 상황상 헤어지게 된 전 남자 친구의 이야기와 아픔덩어리인 가족의 이야기를 하며 울고 웃는 밤이었다.  

   

 간밤에 너무 정이 들었나. 다들 아쉬움의 포옹을 하며 헤어짐을 준비했다. 나는 고민이 되었다. 다리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았다. 무리해서 자전거를 탄 탓인지 무릎이 너무나 아팠다. 헤어지기엔 이들과 떨어져서 갈 여정이 너무 외로울 것 같다는 생각과 자전거와 도보는 간격 차이가 커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나. 그러나 함께 하기엔 내 건강이 걱정이 되었다. 한참을 고민하다, 그녀들에게 나는 여기서 자전거 여행을 멈추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녀들은 우리의 매리, 우리는 떨어질 수 없어하다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의 건강이 회복되길 바란다며 인사하고 또 만날 날을 기약했다.

      

 하루 더 쉬어야 했다. 우연히 근처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알베르게가 있어 서둘러 예약을 하고 이동했다. 알베르게가 오픈할 때까지 근처 카페에서 쉬며 그녀들이 없는 시간이 너무 허전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나를 안주하게 하는 이 익숙함을 던지기로 했다. 

이전 10화 My name is Mar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