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ance pose: 밸런스 자세>
혼자 유튜브를 보며 요가를 하던 시절부터, 나는 밸런스 자세를 좋아했다.
특히 한 팔로 균형을 잡는 암 밸런스나, 한 다리로 서서 중심을 맞추는 스탠딩 밸런스 자세들.
예를 들면 나무 자세, 반달 자세, 반달 활 자세, 극락조 자세, 컴퍼스 자세 같은 것들.
내가 스탠딩 자세를 잘해서 좋아하는 걸까? 싶었지만, 여러 시퀀스를 연습해 보면 그건 또 아니었다.
남들과 비교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수행도를 기준으로 봤을 때, 오히려 밸런스 자세는 가장 못하는 쪽에 가까웠다. 편차가 심해서, 어떤 날은 별 힘도 안 들이고 성공하는데, 어떤 날은 온몸이 덜덜 떨려서 마치 시베리아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요가 수업에서는 더했다. 혼자 할 때보다 괜히 더 떨리고 긴장돼서, 자세를 잡기도 전에 불안이 먼저 몰려왔다.
요가 수업에서 밸런스 자세를 해본 사람이라면 다 공감할 거다.
‘제발 떨어지지 말자… 오늘은 해내자…!’라는 간절함, ‘선생님이 날 보고 있어…’라는 긴장감, 그리고 ‘지금 다가오시면 바로 무너질 것 같은데, 제발 오지 마세요…’ 같은 온갖 잡생각들까지.
이 모든 것이 머릿속을 휘젓는 와중에도, 손끝과 발끝은 최선을 다해 균형을 잡으려 발버둥 친다.
웃티타 하스타 파당구스타아사나
아쉬탕가 요가에서 나를 가장 긴장시키는 자세다.
삼각형으로 다리를 벌리고 전굴을 몇 번 반복하는 ‘파리브리타 파도타나아사나’는 비교적 쉽게 해내지만, 그다음에 오는 이 자세는 다르다.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손으로 잡은 뒤, 상체를 가까이 붙이며 전굴을 하면… 아래 있는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조금 더 깊이 숙이면, 이젠 아예 깡충깡충 뛰기 시작한다.
‘제발 진정해…!’
마음속으로 다리를 달래 보지만, 그럴수록 더 오버액션을 하는 느낌이다.
(참고로 선생님도 이 자세를 ‘아쉬탕가 요가의 첫 번째 관문’이라 하셨다.)
이렇게 보면, 나는 밸런스 자세를 ‘잘해서’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럼 왜 좋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냥 ‘재미있어서’인 것 같다.
이게 참 신기했다.
나는 늘 ‘잘해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운동을 예로 들면, 예전에 클라이밍을 체험한 적이 있다.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잘하지 못했고, 그래서 재미도 없었다.
함께 갔던 친구는 키가 작고 마른 체형이었는데, 근력이 많지 않아도 날쌔게 잘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내 체형이랑 안 맞나 보다. 안 하는 게 낫겠다.’라고 결론 내렸다.
이런 식이었다.
수영을 좋아하는 이유도, 요가를 계속하는 이유도 ‘잘하니까’ 재미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느 날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수영을 진짜 못하는데도 몇 년째 열심히 오는 사람들 있잖아. 난 그런 사람들이 대단한 것 같아. 어떻게 못하는데도 재밌지?”
“그러니까 대단한 거지.”
친구들에게도 같은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그건 내 오랜 고정관념이었던 것 같다.
나는 뭐든지 잘하지 않으면 흥미를 잃는 성격이었고, 그래서 도전적인 편도 아니었다.
항상 ‘안전한 길’을 선택했고, 그게 아쉽긴 해도 타고난 성향이라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그런 내가, 잘 못하는데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아가고 있었다.
어쩌면 예전부터 나에게도 그런 게 있었을 텐데, 인지하지 못하다가 요가 수련을 하면서 비로소 깨달은 걸지도 모른다.
요가원을 다니면서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밸런스 자세를 많이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이 자세는 언제나 ‘떨리는 순간’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
어떤 날은 집에서 잘했던 자세도 수업에서는 흔들리고, 유독 중심을 못 잡아서 아쉬움이 남았다. (아니, 분명 집에서는 잘했잖아!)
반대로, 유독 잘 해낸 날에는 그 어떤 자세보다 뿌듯했다.
밸런스 자세는 단순한 힘과 유연성만으로 되는 게 아니다.
시선을 한곳에 집중하고, 불안정함을 거부하지 않는 연습이 필요하다.
주변 사람이 요동치는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흔들린다.
그럴 때마다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려고 애쓰다 보면, 마지막 순간 아주 짧게라도 편안한 균형이 찾아온다.
나는 이 과정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고, 성공했을 때 오는 성취감도 정말 좋았다.
(타본 적은 없지만) 외나무다리를 건널 때의 짜릿함이 이런 걸까?
살면서 내가 흔들리는 순간들을 마주하면, 요가의 밸런스 자세를 할 때와 똑같이 ‘거부감’이 먼저 올라온다.
‘이것도 못해?’
‘난 왜 이렇게 약하지?’
마치 처음부터 모든 걸 능숙하게 해내야 하는 사람처럼, 나 자신을 다그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인생도 요가 자세와 다르지 않다.
처음부터 완벽한 균형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
수많은 연습과 흔들림 끝에야 겨우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거다.
게다가 그 균형이 ‘오래’ 유지될 거란 보장도 없다.
잠깐의 평화 뒤에 다시 흔들려 넘어질 수도 있다.
그럼 그냥 다시 일어나 자세를 잡으면 된다.
부정적인 의미를 덧붙이지 않고, 툴툴 털고 다시 시도하면 그만이다.
아마도, 이렇게 계속 연습하고 부딪히다 보면
언젠가는 더 빠르게 균형을 잡고,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되겠지.
그때 나는 그 무엇보다 큰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니까, 요가의 밸런스 자세를 즐기듯이 인생의 흔들림도 즐기면 된다.
잘 못해도 재미있을 수 있으니까.
“아— 재밌다!”
그렇게 외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