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hira Sukham Asanam: 스티라 수캄 아사나>
스티라 수캄 아사나 (Sthira Sukham Asanam)
(요가 수트라 2장 46절)
스티라 (sthira): 견고함, 단단함
수캄 (sukham): 편안함, 안정적임, 부드러움
아사나 (asanam): 자세
요가는 근력과 유연성의 조화다.
요가 자세는 단단하면서도 편안해야 한다.
그런데 가만 보면, 내 삶도 그렇다.
내 안의 단단함을 지키면서, 편안하고 유연하게 맞서야 하는 것.
그렇다면, 내 안의 단단함은 뭘까?
넘어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뚝심,
거센 바람에 온몸이 휘청일 때, 꽉 쥐고 버티고 있을 내 안의 대나무 줄기 같은 무언가.
우리 모두의 삶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우울'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울은 하루 걸러 한 번씩 나를 찾아와 잽을 날린다.
“이것 좀 맞아봐라!”
“이 정도로도 안 쓰러져?”
퍽, 훅, 넉다운.
더 답답한 건, 이 잽이 꼭 외부에서만 날아오는 것도 아니란 거다.
내 안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와 나를 때릴 때가 있다.
2023년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잽을 날리며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지고 있었다.
가벼운 우울증세도 찾아왔다.
속삭이는 목소리가 자꾸 귓가를 맴돌았다.
"이게 네가 꿈꾸던 인생이야?"
"언제까지 이 일이나 하면서 살 건데?"
"10년 전엔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잖아. 근데 솔직히 지금 좀 찌질해."
자유롭고 흐르는 물처럼 살겠다던 나는 어디로 갔을까?
대도시 답답한 공기에 처박혀서 말이다.
나는 대답했다.
"맞아. 난 즐길 만큼 즐겼고, 지금 죽는다 해도 여한 없을 것 같아."
"인생, 재미도 없고 다 똑같아."
"지금 이 불만족스러움은 전부 과거의 나 탓이야.
아니지, 나를 힘들게 했던 그 사람들 탓이야."
아침에 눈 뜨는 게 너무 괴로웠다.
도망치고 싶었다. 현실로부터.
'일하기 싫어 미치겠다. 퇴사할까?'
'이렇게 일하기 싫으면, 애 낳고 집안일하는 가정주부로 살아야 하나?'
혼자 자유롭게 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내가 이런 생각까지 하다니.
정신 차리자며 고개를 흔들어도, 두 발 딛고 서 있는 것조차 버거운 날들이 이어졌다.
“우울해.”
겨울이라 그렇겠거니 했다.
“여름 되면 나아지겠지.”
근데 여름에도 그랬다.
“장마 때문이겠지.”
그렇게 계절 탓을 하며 또 한 해를 넘겼다.
그리고 2025년 2월,
요가 지도자 과정을 시작하며 요가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아침에 일어나는 게 개운해지고, 기분도 서서히 밝아졌다.
몇 년간 송두리째 흔들리던 내 안의 뿌리, ‘물라다라 차크라' (Muladhara Chakra: 뿌리 차크라, 생존 본능과 안전감, 삶의 기반과 연결된 에너지 센터)가 다시 땅을 디디는 기분이었다.
굳게 닫혀있던 마음, ‘아나하타 차크라' (Anahata Chakra: 가슴 차크라, 사랑과 치유, 관계와 감정의 흐름을 관장하는 에너지 센터)도 조금씩 열리고 있었다.
2021년 이후, 철문처럼 굳게 닫아뒀던 마음이 살짝씩 열리는 기척이 느껴졌다.
거울 속 내 얼굴에도 미소가 걸렸다.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잘 지내는지 궁금해지고, ‘행복하다’는 감정이 4년 만에 돌아왔다.
하지만 이미 겪었기에, 이제는 안다.
이 행복감도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언제든 불행해질 가능성은 열려 있었다.
왜냐하면 인생은 ‘업 & 다운’의 연속이니까.
사소한 카운터 펀치가 끊임없이 날아오니까.
아침엔 주식창을 켰다 떨어진 주식을 보고 우울해하고,
오후엔 상사한테 한소리 듣고 우울하고,
저녁엔 좋아하는 가수 콘서트 티켓팅 실패해서 우울하고.
삶은 나를 취약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갉아먹는 아주 사소한 순간들의 집합체다.
어떤 건 크기가 너무 커서 겨우겨우 헤엄쳐 빠져나오고, 어떤 건 맥주 한 캔에 후련하게 털어내기도 한다.
이런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에서
크게 휘둘리지 않는 법, 단단한 사람이 되는 법은 뭘까?
스티라 수캄 아사나 (Sthira Sukham Asanam)
"견고하면서도 편안한 자세"
완벽한 요가 자세는 '힘과 유연성, 집중과 이완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이다.
요가는 인생에서의 단단함을 기르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요가를 시작하면서 내 안의 단단함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일단 외부의 자극과 소음에서 최대한 멀어져야 했다.
SNS, 인터넷, 남들의 반응 읽기. 다 끊어내는 것부터.
물론 피할 수 없는 일들도 있었다.
가족 문제나 회사에서 피곤한 동료 같은 것들.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행복’을 지키려면, 여러 개의 도피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능하면 다양할수록 좋다.
그래야 한 군데가 무너져도, 애도할 시간을 잠깐 가진 뒤 다른 문을 두드릴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도피처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특별한 경험, 그리고 그 경험 속에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 있다면 더 빛나고 있었다.
그 경험들은 내 자존감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내 지난 여정에 남아 있는 빛나는 순간들을 돌아봤다.
처음 프리다이빙을 배웠던 날,
친구와 단둘이 오리발 하나 끼고 남해 바다 작은 섬까지 헤엄쳐갔던 순간,
통영 비진도 바다에 둥둥 떠서 먼지 한 톨 없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무 근심 없이 흘러가던 시간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요가의 여정을 글로 적어 내려가는 이 순간까지.
하나둘 모아, 내 안에 작은 조각으로 차곡차곡 쌓아갈 것이다.
그렇게 쌓인 조각들이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