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아이들을 태운 노란색 통학버스가 인절미 만들기 체험학습장을 향해 달린다. 버스를 타자마자 아이들은 야단 법석이다. 버스 기사님이 정신이 없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될 정도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은 인절미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들은 인절미를 만들던지 빵을 만들던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단지 버스를 타고 친구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하러 간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저마다 기대에 찬 표정으로 체험장에 들어선다. 절구통 안에는 새하얀 찹쌀밥 덩어리가 들어 있다. 사실은 선생님이 80퍼센트 정도 찧어 놓은 것이다. 한 사람씩 차례로 나와 절구질을 한다. 찧는 흉내를 낸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마치 두더지지 게임을 하듯 집중을 한다.
책상 위에는 노란 콩고물이 담겨 있는 커다란 쟁반이 놓여 있다. 책상마다 네 명의 아이들이 찹쌀 덩어리를 기다리며 다소곳이 앉아 있다. 드디어 콩고물 위에 찐득찐득한 찹쌀떡 덩어리가 올려진다. 콩고물을 살살 뿌려가며 피자 정도의 두께로 납작하게 펼친다.
플라스틱 칼로 가로 세로 칼집을 내어 한 입 크기로 자른다. 손으로 조물조물 콩고물을 골고루 묻힌다. 콩고물을 곱게 뒤집어쓴 동글동글하고 말랑말랑한 인절미가 만들어진다. 크기와 모양이 제멋대로지만 고소한 냄새만큼은 시장에서 파는 인절미랑 똑같다.
엄마 손바닥만한 네모난 종이 상자 안에 자신의 몫을 담는다. 동작이 빠른 아이는 잽싸게 몇 개쯤 더 챙겨 넣는다. 떡을 한 두 개 먹어 보고 씽긋 미소 짓는다. 더 먹고 싶지만 참는 표정이 또렷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인 양 정성스러운 손길로 상자를 접는다. 떡고물이라도 새어 나올세라 고무줄을 단단히 동여맨다.
행복함과 흐뭇함이 섞인 표정으로 상자를 한 번 지긋이 바라본다. 식구들 앞에 펼쳐 놓고 가족들로부터 자신의 노력과 수고에 대한 찬사를 받고 싶은 것이다. 밖에 나갔다 들어 올 때 빈손으로 오지 않는 엄마처럼 오늘은 자기도 가족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