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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명 Aug 28. 2024

길과 프롤로그

진로에 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이야기의 프롤로그

앞서 이야기했던 사회생활과 더불어 대부분의 사회 초년생들이 아직 가지고 있을 진로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싶다. 인생이라는 길의 초입부에 접어들 나이인 대부분의 10대 청소년들과 2030 청년들과 같이 나 역시 끊임없이 진로에 대해 고민했고 그 길 안에서 방황했다. 

직접 걸어본 길이 아니라면 그 과정도, 결과도, 그 사이의 좌절과 노력, 희망 모두 예측할 수 없다. 


필자는 수능을 응시하지 못해 지망했던 거리가 먼 대학을 갔었고, 경영학과에서 컴퓨터 공학으로 전과 후 자퇴까지 했다. 자퇴 후에는 기회가 생겨 이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무역 분야의 회사에 취직을 했으나 1년 3개월 후에 퇴사를 하게 된다. 대학생 시절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고, 과외를 하고, 다양한 직종의 알바를 하며 지냈고, 상당히 부푼 꿈을 안고 입사를 했으나 대리까지는 있겠다는 초기의 목표와 달리 이른 퇴사를 했었다. 

모두에게 다른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끊임없이 나 자신을 검열했으며, 일반적으로 좋다고 하는 길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하는데에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자퇴와 퇴사 모두 용기있게 감행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도망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나약해서 견디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많은 자책 역시 함께했었다. 


필자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에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고 다양한 문화 속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했기에 정치외교학과와 무역학과를 지망했었다. 그러나 결국 진학은 경영학과로, 전과는 컴퓨터를 잘 다룬다는 자신감과 대세라는 이유만으로 컴퓨터공학과로 했었다. 가르치는 일이 좋았기에 중간에 학원 강사로 근무하며 과외를 병행했고, 회사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수출입 무역 업무를 담당했었다. 

간단하게 줄여서 이야기했지만, 성인이 된 이후 짧은 시간동안 수많은 진로 변경이 있었고 그 속에 끝없는 자아검열과 성찰, 고민이 있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진로를 일찌감치 정해 탄탄대로인것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었기에, 내가 한 고민과 선택이 한순간의 방황으로 퇴색되는 것 같은 생각에 수많은 고민을 하곤했다. 


하지만 필자 본인 뿐만 아니라 필자가 가르쳤던 다양한 나이대의 학생들, 친구들, 동생들까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몰라 고민하던 이들이 대다수인것을 보며 미래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깊게 해보게 되었다. 생활기록부에 작성하는 용도가 아닌 본인이 무엇을 하고싶은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대한민국 청소년이 얼마나 될지, 성인이 되고나서도 명확하게 원하는 진로를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대다수의 청소년과 청년들이 나이와 직종을 불문하고 본인의 미래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나이대의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 해 보았고 다양한 길을 시도해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필자 본인이 원하는 미래가 무엇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미래에 관련해 어떤 조언을 해야할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초반부터 이야기 한 것처럼, 나의 이야기가 아,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읽혀지기를, 비슷한 공감대가 있다면 위로가 되기를, 내 나이대의 자녀 혹은 지인이 있다면 그 고민에 공감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써내려 가고 있다. 


무작정 버텨라, 혹은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극소수이니 그냥 장래가 유망한 길을 걸어라는 등의 말은 오만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설령 같은 길을 걷고 있더라도 그 길을 어떻게 걸어가는지, 중간에 어떤 갈림길을 택하는지까지 동일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필연적으로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에서 남들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필자가 걷는 길을 어떤 사람은 쉽게 포기하는 사람으로 보기도 하고, 또 다른 사람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사람으로 보기도 한다. 같은 행동을 두고도 여러 시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필자 역시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고 상처받곤 했었다.

하지만 흔들리고 상처받는 와중에도 한 가지는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떳떳할만큼 매 순간 최선을 다했으며 지나온 길에 한 치의 후회도 남지 않는다고. 


여태 사회의 다양한 잣대와 평가에 상처받은 일들이 무수함에도 불구하고 내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세상에 꺼내놓고자 하는 것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고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동시에 어릴적부터 필자의 오랜 꿈이었던 작가를 다시 한번 시도해보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기억이 나는 순간부터 나는 책이 너무 좋았고, 책 속에 몰입하면 그 세계로 오롯이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다. 어느정도 크고 나서부터는 늘 글을 쓰고 있었고, 내 감정을 오롯하게 지면에 채워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내 생각을 물리적 한계에 구애받지 않고 펼칠 수 있다는 점이 펜을 놓지 못하게 하고는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도 지쳤고, 내 속마음을 꺼내고 싶지 않아 글을 한동안 쓰지 않았다. 보고서와 같은 공적인 용도의 문서 이외에는 일기조차 쓰지 않을 정도로 이전에 내가 몰두했던 글과 책은 나에게서 멀어졌었다. 


이렇게 내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으나, 이제 근 7년간 내가 살아왔던 모순적인 삶과 다양한 고민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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