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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라킴 Aug 27. 2024

공황장애에 걸리다

엄마도 전문직이다(7)

연예인들만 걸리는 병인 줄 알았다. 공황장애. 김구라 씨가 라디오 스타에 나온 게스트에게 "너도 공황이야? ' 하면서 웃을 때, 그냥 시시한 병(?)인가 보다 싶었다. 사람이 많은 곳이나 정신없는 상황에서 "진짜 공황장애 걸리겠네!" 하는 농담도 하고, 그저 그런 병인가 보다, 했다.


평범한 날이었다. 지인과의 점심이 약속되어 있었고, 장소가 마침 좀 시끄럽긴 했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가 무르익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거나 어디 명확한 곳에 통증이 있는 건 아닌데 어디가 불편한 느낌. 석 달 전쯤 이석증을 앓았고 그에 대한 불안이 큰 상황이어서 지인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심장이 뛰면서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이석증이 다시 오려나'

그런데 이석증 증세와는 달랐다. 무슨 약이든 먹어야겠는데, 도무지 뭘 먹어야 좋을지 알 수 없어 허둥대다가 남편에게 문자를 남겼다. 증세를 대강 전해 들은 남편은 이석증 때 병원서 받은 로라제팜이라는 이름의 신경 안정제를 먹어보라 했다. 약을 먹자 증세가 나아졌고 자고 일어나면 괜찮으려니, 했다.


문제는 다음 날에도 같은 증세가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 오면서 당장 죽을 것만 같았다.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분간되지 않았다. 이러다 갑자기 콱 목이 막혀 세상과 작별할 것 같아 눈물이 줄줄 흘렀다. 도저히 직접 운전을 할 수 없어 택시를 불러 응급실로 향했다. 하필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고 병원으로 가는 길목은 줄지은 차량들로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기사님, 여기서 내릴게요."


우산 없이 대차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응급실을 향해 빠르게 걸었다. 나는 곧 죽는다, 는 생각만 들었다. 남겨질 아이들이 걱정되고 죽은 뒤 세상이 두려웠다. 응급실에 기어들어가 접수를 하고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함께 차례를 기다리던 할머니 한 분이 곁에 오셔서 등을 쓰다듬으며 말씀하셨다.


"괜찮아요. 나도 너무 아파서 왔는데, 여기 서울대병원이에요. 의사 선생님이 곧 낫게 해 줄 테니까 울지 말아요."


평소의 나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람들이 모두 지켜보는 곳에서 서럽게 울다니. 출산 때에도 의료진들에게 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 악 소리 한번 안 냈던 나였다.


심전도 검사, 피검사 등 여러 검사들이 이어지고 문진 끝에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이 내려오셨다. 안정제를 놓아주셨기 때문에 반 수면 상태로 모든 진료가 이루어졌고 병명은 '공황발작으로 인한 불안장애'로 정신과 외래가 필요하다고 했다.


공황 발작 후 한 달 여 지난 요즘, 정신과에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고 약을 먹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3-6개월 정도 약을 먹으면 치료가 된다고 하셨다. 다행히 약을 먹을 이후로는 이전과 같은 발작증세는 없다. 다만 오후 시간이 되거나 갑작스럽게 예기 불안(발작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 증세)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때 역시 약을 먹으면 바로 진정이 된다.


치료 중에는 심박수가 올라가는 운동을 할 수 없어, 좋아하는 러닝 대신 근력운동을 하고 있다. 어차피 시작하려고 했던 터에, 잘됐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유산소를 못하는 게 영 불편하지만 근력 운동도 하다 보니 나름의 재미가 있다.


이제 겨우 인생의 반절을 살았는데 벌써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느낌이다. 더 잘 챙겨 먹고 신경을 써야겠다, 다짐한다. 지금껏 살면서 술, 담배 입에 안댄건 물론이고 몸에 나쁜 거라곤 군것질 좀 좋아한 것 밖에는 없는데, 늦은 나이에 출산을 한 것 때문인가,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건강에 더 신경 쓰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이석증에는 비타민D와 칼슘이 필수라고 해서 열심히 챙겨 먹는다. 정신과 약으로 대사가 느려져 코큐텐도 빼먹지 않고 먹고 있다. 보충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밖으로 자주 나가고 활기차게 생활하려 노력 중이다. 뜨거운 날이 좀 덜해지면 하염없이 두 시간쯤, 온몸이 지칠 때까지 걸어봐야겠다. 가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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