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빌로드 Sep 28. 2023

부모와 절연 그 후,

나의 자가면역질환 치유기 #3

무의식정화의 핵심은 감정정화이기에
 내가 기억도 못하는 깊은 감정을
느껴줄 수 있는 건
무엇이든 내면치유의 길잡이가 된다.



나의 원망과 분노, 증오가 섞인 그 장문의 문자를 보낸 뒤 연락을 안 하고 있다. 그러나 남편에게 부탁해 추석 택배 선물은 보내드렸다. 53년생 이하정은 남편과 통화 중에 내가 무서워서 전화를 못한다고 하셨단다.


그럼에도 자고 일어나면 그래도 못다 한 분이 남았는지 못한 말이 떠오르곤 한다.


 "친척들에게 내 흉을 볼 때, 그게 당신 얼굴에 먹칠하는 건지는 몰랐?" "내 무능함을 흉보기 전에 유아기 3년 동안 벽만 보며 방치된 건 말했?" "밤마다 남편이랑 싸우느라 애가 불안에 벌벌 떠는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건 잘한 거?" "불안장애로 마음의 말을 못 하는 병에 걸린 걸 두고, '말도 못 하는 바보네'하고 퉁치고 넘어가면 다야?" "5살 이후부터 우울증에 불안장애를 갖고 몇십 년을 살아왔는데, 그 모든 게 내가 못난 탓이?" "정말 당신 잘못은 하나도 없?" " 그땐 다 그랬으니 잊어버리면 그만이?" "그 몇십 년을 정신병인줄도 모르고 고생한 나는 그거 치유한다고 년을 고생어!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있었는 줄 ?" "돌아오면 안 받아준다고? 차라리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가지, 그 집구석은 안 들어갈 테니 걱정 !"


내 안의 내면아이는 여전히 풀리지 못한 분을 삭이지 못해 화를 내고 있다. 그래도 그 땍땍거리는 말투와 목소리를 듣고, 보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은 미간사이에 고질적으로 나던 여드름이 가라앉았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피지가 굳었는지 아주 딱딱한 무언가가 나오기도 했다. 울긋불긋하던 얼굴이 전체적으로 희어지고 있다.


영적지도자들에 따르면,
무의식적인 수치심이
 피부질환으로 드러난다고 본다.


예전에 거울명상을 하고 잠깐 좋아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좀 흐른 뒤, 그 자리에 계속적으로 피부트러블이 올라왔었다. 난 그저 무의식 정화 중인가 보다. '아직 수치심이 정화가 안 되었나' 생각했다. 거울명상만으로 진전이 없자 나는 다른 방법들을 찾았다. 최근 금쪽상담소를 보며 내 상황과 비슷한 모습을 보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고, 오은영박사님의 정확한 분석을 듣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 어차피 무의식정화의 핵심은 감정정화이기에 내가 기억도 못하는 깊은 감정을 느껴줄 수 있는 건 무엇이든 내면치유의 길잡이가 된다. 그리 결국 용기를 얻어 몇십 년 동안 못한 마음의 말도 하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불편하게 얽혀있는 관계에 거리를 둘 수 도 있게 되었다. 나는 비로소 험한 세상에 대처할 줄 알게 된 듯하다.


이는 분명 좋은 신호이다. 그동안 수치심이 자기학대로 변해 스스로를 공격하던 화살을 돌려 내게 피해 준 이들을 공격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그들이 나를 보는 시각은 '저 멍청이 어떡하나?' 싶은 걱정 어린 시선이었고, 그들의 생각에 따라 나는 나를 '멍청이'로 보며 스스로를 학대하고 있었다. 그 수치심의 근원을 알기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답을 찾았다. 이를 알기 전에는 그들의 '걱정'이라 둔갑한 공격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거다. 이제 와서 보니 애정결핍자들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하려는 성향, 그리고 뭔가 공격할 대상을 잡아서 그로 인해 존재감을 인정받으려 한 건 아닌가 싶을 뿐이다.


나의 생물학적 부모는 아이를 낳자마자, 아이에게 사랑받으려 한 미성숙한 인간들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그 모든 걸 바로 잡기 위해 나는 명상을 통해 나의 부모가 되는 여정을 기꺼이 거쳐야만 했다.


피부가 전보다 좋아지니, 나를 둘러싼 에너지체에 있던 '수치심' '자기 학대'에 대한 감정을 정화시키고, 청소를 한 기분이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나는 누군가의 딸이고, 누군가의 동생이 아닌 '나 스스로 존재하는 자'라고 온몸으로 선언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또 하나, 나도 모르게 신경 쓰게 되는 그 연락들에 빼앗기는 에너지를 쓰지 않으니 피부나 탈모 개선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세안이나 식생활등 내 삶에 활기가 도는 것 같다.


사실 가족과 절연을 하게 된 건 자가면역질환 치유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새로운 가족이 되는 거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첫 아이를 유산한 경험이 있었는데,





다음 편에 계속......

이전 15화 부모, 가족과 절연 이후 얻은 것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