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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빌로드 Oct 16. 2023

(부록) 나의 Adhd치유기

신기한 경험을 했다. 은행 직원이 알려주는 어플 사용법을 그 자리에서 알아듣고 기억해 냈다.

청약대출을 받는 것, 불과 일 년 전에도 설명을 못 알아들었다. 설명이 온라인을 통해  적혀 있었다면 알아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오프라인에서 내게 얘기하는 순간 내 어깨는 잔뜩 긴장이 되고, 방금 얘기한 내용이 한 귀로 들어와 한 귀로 빠져나간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나의 영혼 없는 삶은 대인공포와 조용한 adhd 성향도 한 몫을 했다.


오프라인 강의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고, 줌 강의도 그 순간에 집중이 어려워  잔뜩 긴장을 해야 했다. 내게는 오직 녹화된 온라인 강의만 가능했다. 업무도 코로나 덕분에 재택으로 하는 작업만 겨우 가능했기에 사회생활을 하는데에 늘 제약이 많았다.


어린 시절에는 가능했던 일이었다. 한 번씩 딴 청을 부리는 습관은 있었지만, 공부는 곧잘 했었다. 고 2 때부터인가 점점 나만의 세계로 빠졌고 고3, 재수 때는 이단교회에서 나의 영혼을 버렸고, 언니들의 성화에 간 전문대에서는 도저히 집중이 안 되곤 했다. 그럼에도 편입은 했다.


편입은 혼자 영어를 파면되는 거니까. 그러나 영어 성적이 좋아도, 토익이 900이 넘고 스피킹 점수가 좋아도, 말을 하는 것과 마음의 말을 하는 것은 별였다. 6살에 생긴 선택적 함구증과 대인공포를 기반한 ADHD는 사회생활 가운데 늘 한계를 드러냈다. 회사 생활에서도, 심지어 친구와 대화조차 어렵곤 했다. 언니 말대로 나는 그냥 'no답'이었다.


무의식을 공부하면서 나의 ADHD의 원인이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걸 알았다.


거울명상을 설파하시는 김상운 선생님의 조언은 아래와 같았다.


'무의식에 억눌려있는 버림받는 두려움에 떠는 어린아이가 그런 증상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그 아이의 존재를 꾸준히 인정해 주면 나와 분리됩니다.  거울 앞에서 "난 버림받는 게 너무 무섭다.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살까 봐 너무 무섭다"라고 꾸준히 두려움을 표현해 보세요.'




하지만 내게 거울명상은 차도가 없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ADHD가 뇌의 문제라고 약을 먹던데, 나는 ADHD를 치료로 접근하기보다는 성향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ADHD여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하루라도 빨리 당시의 상황을 탈피하는 게 목표였던 것 같다.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는 독립적인 세상 말이다. 연예인 중에도 ADHD가 있으니, 성향에 맞는 일을 찾으면 될 거라 여겼다. 굳이 약을 먹어 고치려는 접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겨우 서비스 직군에서 일을 하다가 창업을 한다고 설치다가, 일 보다도 내면 치유에 집중하며 상황은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연애다운 연애를 못해보던 30대 후반 모태솔로는 비로소 스스로를 사랑하며  사랑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명상을 통해 배웠다.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연애다운 연애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나를 문제아로 보던 그 시각을 탈피하기 위해 부모와 연락을 끊었고, 가스라이팅 된 상태에서 나를 문제시하던 것에서 비로소 벗어나 마음으로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를 공격하고 문제시한 것만큼 공격하려면 18년 가까이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내가 문제였던 나'에서 '그들이 문제다'로 바뀌는 이 인식의 전환


그들에게 버림받을까 두려워할 말을 못 하고 살아온 그 모든 시간들을 뒤엎어 '버림받을 용기, 미움받을 용기'로 무장한 지금. 이런 단단한 내면이 비로소 그 은행직원이 하는 말을 알아듣게 해 준 것 같다.


참 오랜 시간 돌아왔다. 애정결핍으로 찌든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를 버리던 10대, 가스라이팅으로 인한 예수 코스프레를 한 건지,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멸시, 천대를 받던 2~ 30대, 갖가지 심리적 어려움과 신체적 결함까지, 하나하나 드러, 하나하나 치유는 이 과정을 그저 즐겨야 할 것이다. 인생이 너무 쉬웠더라면 재미가 없었을 테니까. 부정적 경험을 했던 만큼 앞으로는 긍정적 경험도 즐기며 쌓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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