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을 하면서 가장 괴로울 때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 일 을 중간에 포기해야 하는 경우이다. 내 자신의 문제나 잘못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회사 리더의 반대나 대응 부족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럴 경우 영업인이라면 누구라도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우리 특판팀은 짧게는 몇 개
월부터 길게는 몇 년씩 공을 들여 온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꽤 많았다. 열정이 남달랐던 영업 초기 시절에는 경쟁사에 진 것보다 더 괴로워서 애꿎은 선배를 붙들고 술로 풀어 보기도 했고, 한강에 가서 소리도 막 질러 보았다. 나는 승부욕이 조금 강한 편이다. 경쟁 입찰이나 업체 관리에 있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꽤 많이 노력했다. 경쟁 입찰에서 지는 날에는 내 자신의 영업 실패로 느껴져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영업을 하면서 생긴 고질적인 긴장감과 예민함이 지금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걸 보면 직업병인 것 같다. 업체가 결정적 상황에서 우리 차를 배제하거나 불가피하게 선택하지 않을 때에는 내 자신이 낙오된 것 같은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영업에 있어 적당한 자기 긴장감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도리어 영업을 오래 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영업고수들의 공통점은 항상 밝은 얼굴이라는 것과 긍정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존감의 밑바탕에 자기 만족감과 효능감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어떠한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열정을 쏟다가도 내부 요인이나 외부 환경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장수하는 영업 비결은 바로 이런 과정을 계속 반복하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때로는 속이 새까맣게 타기도 하고 허무하게 끝나는 경쟁도 많았다. 신이 있다면 신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영업에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런 말이 와닿는 분도 많을 것 같다.
“인생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빗속에서도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미국 작가 비비안 그린의 말처럼 바로 영업이 그런 것 같다. 마구 쏟아지는 비를 피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비 맞는 것을 즐기다 보면 비가 하나도 두렵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심지어 그런 비가 우리의 영업에서는 자주 온다는 게 고마울 때도 있을 것이다.
내성을 기르는 것, 그리고 즐기는 것. 영업에 이 이상의 처방이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