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대학원에 입학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부러움과 더불어 우려도 많았다. 당연히 남들이 잘 하지 않거나 못 해 본 거라서 부러워하는 건 이해하는데, 과연 영업을 하면서 잦은 술 약속과 업체와의 이런저런 일 때문에 수업을 잘 들을 수 있을지, 2년 동안 대학원 수업을 무사히 해낼 수 있을지, 업무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지 등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를 잃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내 인생의 모토이면서 항상 나를 지배하는 이 생각대로, 지금 당장은 서운하고 손해 볼 수 있지만 언젠가 반드시 보상이 있을 거라는 믿음에 밀고 나가기로 했다.
우선 부서 팀장과 담당 임원에게 보고하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 의외로 고참들은 열심히 해 보라고 힘을 실어 주셨고, 그 격려 덕분에 일에 지장을 주지 않고 잘해 나갈 수 있는 용기도 얻었다. 사실 2년 동안 묵묵히 지지해 준 아내와 아이들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주경야독, 낮에 업체 왔다 갔다 하느라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늦게까지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밀린 과제를 하면서 보내다 보니 정말 하루하루가, 일주일이 벅찬 삶이었다. 그런데 그런 바쁜 가운데에도 나는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얻었다. 거의 20년이 다 되어서 다시 다니는 대학 캠퍼스의 기운이 나에겐 힘이 되었고, 학생식당에서 먹는 삼천 원짜리 백반이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
었다. 한참 어린 입학동기들과 토론을 하면서 내 몸은 40대이지만 마음은 20대로 살고 있는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그래, 지금을 청춘처럼 살자. 40대를 20대처럼 살자. 그게 바로 인생이다.’ 그렇게 마음먹었다.
2년간의 대학원 수업 중에서 가장 기억나는 수업은 바로 지도교수님이셨던 박00 교수님의 명강의 ‘혁신과 변화’이다. 이 수업은 부족했던 나의 역량을 깨치게 해 주었고 대학원이라는 클래스를 입증해 주는 수업이었다. 매주 10~15쪽 분량의 HBR(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두 편을 읽고 정해진 서술형식(주요 키포인트와 솔루션 등 컨설팅의 실제 적용사례를 정리하는 방식)에 맞춰 작성하고 강의 시간에 자유토론을 해서 인사이트와 정확한 솔루션을 찾아가는, 가혹하면서도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수업이었다.
말이 일주일에 두 편이지, 처음 익숙하지 않았을 때는 독해를 하는 데만 4~5일이 소요됐다. 매주 제한된 시간 안에 제출해야 했기에 더더욱 주말 밤을 새워 가며 논문의 의도와 명쾌한 인사이트를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오죽했으면 아내가 그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에 갔을 거라는 이야기까지 했을까. 정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들었지만 매주 동기생들의 발표와 내용을 보고 들으면서 자존심도 상하고 도리어 오기도 발동했다. 영어 공부의 소중함과 절실함을 다시 느꼈다고나 할까. 어쨌든 총 서른 편이 넘는 HBR를 공부하면서 대학원생, 소위 컨설팅을 배운다는 학생으로서 조금씩 성장해 가는 나를 보게 되었다.
교수님께서 첫 수업에서 하셨던 말이 생각난다. 이 수업은 말 그대로 여러분 자신의 혁신과 변화를 끄집어 낼 것이라고. 4학기 코스워크를 마치고 논문을 쓰는 데 2년이 소요되면서 4년 만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교 학부를 마친 지 20년 만에 대학원을 졸업하게 된 것이다. 40대 후반에 어렵게 석사 학위를 받으면서 나에게 공부란 무엇이고, 내가 이 과정을 통해서 무엇을 얻었는가를 되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대학원 생활은 확실히 ‘혁신과 변화’의 모멘텀이 되었다.
지금 영업 현장에서 또는 각자의 업무에서 많은 스트레스와 존재의 무의미로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어느 순간 자신이 정체되었다고 느끼거나 뒷걸음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과감히 ‘혁신과 변화’를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것이 공부건 취미생활이건 또는 무엇이든, 변화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이것은 확실한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