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경쟁자가 있다는 것

차갑지만 치열했던 영업 이야기

특판생활을 하면서 나의 영업에 많은 업체의 담당자 못지않게 큰 영향을 준 존재는 바로 경쟁사의 특판팀 직원이다. 즉 흔히 라이벌이라고 말하는 경쟁자에게 때로는 많은 도움을 받기도 하고 용기를 얻을 때도 있었다. 업의 특성상 자동차업계는 영업의 결정판으로서 쟁쟁한 인물을 많이 배출해 왔다. 우리 회사에도 걸출한 영업 실적을 토대로 ‘영업 상무’라는 영예를 획득하신 선배님들도  많고, 경쟁사에도 마찬가지로 범접할 수 없는 영업 실적을 내는 영업 명장이 많았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기아자동차의 황 차장님과 르노삼성자동차의 이 차장님은 같은, 특판영업을 하면서도 영업 실력이나 인품이 탁월하며 나에게 배울 점을 많이 주었던 동료들이다. 특히 기아차의 황 차장님은 일단 외모에서 풍기는 젠틀함과 유머감각, 타인을 배려하는 편한 분위기로 유도할 줄 아는, 영업 테크닉이 참으로 탁월한 분이었다. 그와는 여러 입찰 건에서 경쟁하면서 때로는 상대방의 물량을 뺏고 뺏기기도 했지만, 그와 경쟁할 때마다 항상 긴장되고 성취감을 배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흔한 얘기로 진정한 고수와의 대결이라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시원하게 승부를 인정하고 박수를 보내 주었다. 같은 영업인으로서 참 매력적인 스타일이었다. 그와는 2011년 삼성그룹 임원 차량 공급 때부터 만나 10년 기간 동안 여러 대량 물량에서 경쟁하면서 때로는 뺏고 뺏기면서 성취와 고배를 경험했다. 매 순간 적으로 만나지만 언제나 한결같은 영업 마인드와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나보다 연배는 많지만 항상 겸손하게 말하는 그의 인품에서 오랫동안 영업 현장에서 경험한 (고등학교 졸업 이후 자동차 영업 현장에 뛰어든 것으로 안다) 기품이 자연스레 배어 있는 듯했다.  영업을 하면서 말투와 제스처는 필수조건일 만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투박하고 사투리를 쓰는 말투가 단점이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색깔을 만드는 데 좋은 요소가 될 수 있다. 두  번째 좋은 경쟁자로 만난 삼성차의 이 차장님이 그렇다. 카드회사로 입사해서 덤프트럭 상대로 할부영업과 택시영업을 두루 거쳐 왔는데, 주로 거친 현장에서 영업을 해서인지 외모와 말투에서 느껴지는 상남자 스타일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고향이 남도인지라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투박하지만 영업을 하는 현장에서는 자신만의 무기가 되는 것 같았다. 주로 은행과 렌트사를 상대로한 영업에서 많이 중복되었던 이 차장님은 항상 나보다 한 발 더 뛰는 부지런함과 열정으로 나를 일깨웠다. 특히 과감하게 제시하는 승부사적 기질은 같은 영업을 하는 나에게는 인상적이었다. 영업을 하다 보면 어떨 때 치고 나가야 하는지, 언제 결정적 제안을 해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해야 할 때가 많다. 이 차장님은 동물적 감각이 탁월한 분들 중 단연 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판영업의 특성상 여러 대형 물량 입찰에서 어김없이 이 두 명이 포진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매 순간 긴장하게 만드는 이 경쟁자들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도 없다.

경쟁이 없는 시장, 경쟁이 없는 상황을 누구나 바라지만 결국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좋은 경쟁자, 배울 수 있는 경쟁자가 함께한다는 것은 마치 명품 요리를 만드는 필수 양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일을 그만두게 될 때가 되면 이들에게 소주 한잔하자고 전화해야겠다. 그들이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경쟁자가 되어 주었던 지난 시간 동안 참으로 고마웠고, 당신들이 나를 키워 주는 좋은 파트너였다’ 고 말하고 싶다.

그들의 반응은 어떨까? 다른 건 몰라도 아마 술맛은 좋아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