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지만 치열했던 영업 이야기
어떤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인적·물적 환경에 따른 갈등 요소가 많이 생긴다.
이럴때 정말 필요한 것은 명확한 목표와 시간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45일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절실하게 느낀 점이 바로 이것이다. 내 맘같이 모든 사람이 움직여 주지 않고 문제와 불만이 생겼을 때 그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고 명확하게 지시해야 하는지에 관해 참 많은 것을 배운 좋은 경험이었다. 차량 생산이 시작되고 완성되어 가는 시점에서 다시 업체별로 준비사항과 진행사항을 체크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봉착했다. 우리가 이론적으로 가능할 거라고 믿었던 배송 문제였다. 차량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이 차량 수급 문제나 도로 상황, 날씨 등 외부환경의 변화에 따른 변수뿐 아니라 업체 간에 이익을 따지는, 내부 변수도 있다는 점이다. 바로 배송을 맡은 두 업체(1차, 2차 배송업체) 간에 보이지 않는 갈등(1차 배송업체에서 배송지를 먼저 선점하고 2차 배송업체에 지정해 주면서 생긴 일)이 터져 나왔다.
배송이 시작된 첫날부터 최초 배송 목표로 잡은 50대의 반도 안 되게 차량이 나간 것을 알게 되었다. 2차 배송업체 사장님에게 확인하니 1차 배송업체의 반발로 차량을 가져가지 못했다고 했다. 충청도를 기준으로 배송지를 크게 두 군데로 나눠 업체별로 지정했는데, 서로 먼저 차량을 배송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빚어진 일이었다. 처음부터 일이 꼬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명확한 우선순위와 일의 체계를 환기시켜줘야 했다. 나는 1차 배송업체 책임자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2차 배송업체 사장님과도 3자 통화를 하면서 명확하게 임무를 숙지시켰다. 1차 배송업체 책임자는 배송에 있어 자신이 더 베테랑이니 알아서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나는 “당신은 나무를 알고 잎과 줄기까지 다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다 같이 숲을 만드는 과정입니다”라는 말과 함께 이 프로젝트의 최종 결정과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라고 주지시켰다. 지금은 불만이고 이해가 안 갈 지 모르겠지만 믿고 따라 달라는 당부를 하면서 다시 한번 분위기를 잡아 갔다. 지금 상황에서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거나 일을 적게 하는 업체는 없다고 강조하면서 내 지시에 따라 줄 것을 요청했다. 고성이 오가는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지만 다행히 잘 마무리 되면서 다시금 일이 진행되었다. 무더위의 찌는 햇볕 아래서 업체들의 수고가 이어졌다. 중간중간 현장의 AS팀장들을 통해서 간식과 아이스크림을 제공해 가면서 그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도록 격려하고 하루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특장작업(트렁크 선반 제 작)이 진척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장에서 조립해 장착하는 데만 생각했던 시간보다 1시간이 더 지체되면서 하루에 할 수 있는 양이 20대도 안 되었다. 이 상태로 가면 아무리 열심히 한다고 해도 기한 내에 500대를 하기도 벅찬 상황이었다. 업체 사장님에게 주말 특근을 요청드렸고 우리 측 인력을 지원해서라도 마무리 짓자고 말씀드렸다. 초기에는 속도가 늘지 않았지만 업체 사장님의 지원으로 하루 20대 수준에서 2주 차에 들어서는 40대 수준까지 장착 대수가 늘었다. 거의 디데이(D-day)까지 특장작업을 했던 걸로 기억된다. 차 안 기온이 거의 40도를 넘는 폭염 속에 나르고 끼우던 작업자분들의 노고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마지막 배차를 하던 주에는 고생한 작업자분들을 위해서 다 같이 삼겹살 파티를 했다. 그간 너무 고생들이 많았고, 이런 협업 과정이 개인적으로는 좋은 모델이 된 것 같아 감사함을 표현하면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로 교류가 없던 업체들도 안 될 것 같았던 일들이 착착 진행돼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내심 뜻깊었고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소주를 한 잔씩 나누면서 그간 서운했던 감정이나 불만도 다 잊어 달라고 당부했다. 언제 다시 우리가 함께 일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소중한 경험을 했음을 공감했다.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던 일이라도 뜻과 마음을 모으면 극복할 아이디어와 열정이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5일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마지막 배차지까지 차량이 다 도착하는 동안 애써주었던 공장 관계자와 후속 작업 업체들 모두가 하나 되어 이룬 쾌거였다.
지금도 그때의 협업이 자랑스럽다. 이 프로젝트는 아마도 FLEET 역사에 남을 좋은 모델이 될 거라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