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 등 부정정서'에 대하여
한쪽은 반드시 상반된 다른 한쪽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모든 부정은 긍정을 내포하며 긍정은 부정을 내포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초긍정=부정+긍정'이다.
이러한 이치에 따라
부정적 감정에 휩싸일 때 '곧 긍정이 오겠구나.' 라고 인식할 수 있는 힘이
내 정신에 함유되어 있어야만 하는데
우리는
아~주! 어리석고
아~주! 과감하게
아~주! 자주
이상한 도전을 한다!
'스트레스를 없애버려야지!'
'화는 내면 안되지'
'불안에 떨지 마라'
'두려움을 떨쳐버려라'
'슬퍼하지 마라'
'좌절하지 마라!' 등등으로 쉽게 말하면서
내게서 없애려 한다.
내게서 떨어뜨리려 한다.
내게서 쫒아내려 한다.
부정적 감각을 없애면
곧 이어 다가올 긍정 역시 없애버리는 꼴인지도 모르고
마구마구 어리석으면서도 무지한 발언들을 일삼는다.
그것들이, 그렇게 내가 싫어하는 상태로 내게 온 것은
그들도 나에게서 무슨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인데,
그것들이, 그런 못난 상태로 내게 온 것은
그들도 나름 무력한 존재여서 자기를 바꿔달라고 내게 안기려 하기 때문인데,
그것들이, 그런 이상한 감정으로 내게 온 것은
내가 알아채지 못한 것을 알아채게 해주려 하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없애지 못하면 견뎌야 하는가? 피해야 하는가?
'외로움(기타 부정정서)을 피하는 방법'과 같은 제목의 글들이 난무한 걸 보면
'피하기'가 최고의 기술인 듯한 무모함이 보인다.
더 기가막힌 것은
'피하지 못할 거면 즐겨라!'이다.
이는 더더욱 골치아프다.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너무나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마 이 말대로,
즐길 수 있었다면
OECD국가들 가운데 우리나라가 자살률, 우울증, 노인빈곤률 등으로 선두에 서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여기서 잠깐, (정말 내가 싫어하는 짓이지만) 누군가의 이론을 빌려와야겠다.
'더닝크루거'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그저 지금 내가 쓰는 글에 근거가 될 듯한 그림이어서다.
사실 나는 학자여서 요리조리 논리와 이론만들기를 좋아하지만
그다지 대단하거나 신뢰롭다고는 여기지 않는다.(물론, 학자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며 그럴 자격도 내겐 없다.)
그저 부족하고 편협된 생각이지만, 이론은 다음 이론까지만 생명력이 있는, 깨지기 직전 단계일 뿐이며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은 보기좋게 다듬는, 그냥 정리된 작업에 불과하니까.
자! 부정적 감정이 나를 휩쓸 때,
먼저, 어차피 내게 할당된 에너지를 '회피'말고 '관리'로 옮겨보자.
그것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 에너지를 몰아보자.
(그래프에서 보면 처음 무언가를 시도할 때는 자신감과 희망이 하늘로 뻗친다. 그러다 뚝 추락!)
좌절감, 스트레스, 무기력, 무능력감, 실망감, 회의감, 상실감, 공허함, 권태로움, 포기, 슬픔, 우수, 화, 불안, 두려움, 절망감, 후회, 유감, 죄책감, 시기, 질투심 -------
내 안에 이렇게나 많았나 놀랄 정도다!
이것들이 내게로 오면
그냥, 맘껏, 바짝, 제대로, 경험하라
파올로코엘료가 얘기한 초심자의 행운은 인간만이 아니라 우주전체에서 움직이고 있는 게 확실하다.
우주는 자체알고리즘으로 뭔가를 시작하는 누구에게나
극도의 자신감과 자만, 희망을 갖게 하지만
(그래프에서 보이듯이) 이내 뚝 떨어뜨린다.
곤두박질. 이라는 단어가 딱이다.
여기 내리막길에서 우리는 초심자의 행운으로 꽉 차 있던 마음상태가 순식간에 부정의 감정들로 바뀐다.
그런데 어차피 얘는 자기갈 길 가려고 내게로 온 것이다.
내리막길에서는 내리막길의 감정이 분명 엄청난 속도와 강도로 나에게 들어올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우주의 알고리즘으로 내게로 오는 것을 내 힘으로 막는다고??????????
그걸 애써 피하고 없앤다고?????????
그렇게 우주의 알고리즘을 역행하는 무모한 도전을 한다고??????????
그렇게 해서 내리막길을 천.천.히.... 더. 천.천.히.... 가려고(갈 수 있다고)??????????????
그렇게 해서 다시 올라갈 기회마저 뒤로 미루거나 막아버리려고?????????????
그래서
없애거나 피하지 말고 그냥 느끼고 지나가게 길을 비껴줘라!
'관리(管理)'는 '이치에 따라 주관한다'는 것이다.
즉, 이치에 맞는 시스템의 운용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여기서 따라야 할 이치는 우주의 알고리즘이다.
자영업자가 처음 오픈하면 오픈발,
신입사원이 처음 입사하면 신입발,
게임에서 처음에 이기는 첫끗발.
무슨 발이 이렇게 많은지 암튼 우주의 알고리즘은 첫 시도에는 엄청나게 빠르고 크고 튼실한 발을 내게 보내지만 이내 그 발은 다른 이에게로 옮겨가고 나는 곤두박질치게 만들면서 돌아간다.
그리고 곤두박질치는 걸 견뎌낸 이에게 다시 서서히 상승, 깨달음을 하나씩 선물하면서 기대한 그것이 기다리는 곳으로 나를 안내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냅둬야 한다.
모든 것은 자기 갈길을 가는 것이니 그냥 믿고 내버려두는 것이다.
'방치'가 아니라 '믿으라'는 것이다.
나에게 올라온 그 감정이 알아서 제 갈길 갈 것을 믿으라는 말이다.
그 수많은, 우리가 '부정'이라 이름붙인 그것들이 내게 어떤 역할을 하고 떠날 것을 믿고
그것이 가는 길이 있으니
제 갈길가도록 맡겨보라는 것이다.
믿지 못하고 그 감정을 내게서 내쫒으려는 불순한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도저도 다 싫고 어려우면
물어보자.
좌절아, 너 지금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거니?
절망아, 너 지금 나에게서 뭔 짓을 하려는거니?
두려움아, 너 지금 내게 원하는 게 뭐니?
화야, 너 지금 나를 통해 뭘 보여주려는 거니?
스트레스야, 너 지금 어떻게 변하고 싶은 거니?
이런 질문에 아마 이 감정들은 자신들이 억지부리고 있음을 깨닫고 바로 꼬리를 내릴 지 모른다.
다 필요해서 나에게로 오는 것이다.
다 나의 변화를 위해 그런 미운 모양새로 내게 들어오는 것이다.
내가 감당하기 무겁고 무섭게 오더라도 그것들 역시 내 도움이 절실한 무력한 것이다.
곧 사라질 자신을 웅켜잡으려 무력하지만 나에게서 자신을 변화시켜 달라고 매달려 있는 것이다.
그것들이 밉지만 뜻하는 바가 있어 그런 상태로 내게로 왔으니
그것들이 나에게 뭔 짓을 하든 말든
나는 기다려야만 한다.
기다려줘야만 한다.
내게 필요한 것은
기다릴 수 있는 인내와 용기뿐이다.
그냥 내버려두란 말이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우주의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따르는 '집중적인 관리'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초긍정=긍정+부정'을 실천하는 능력이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다음에 올 긍정'을 더 빨리 당기는 효율이다.
피하거나 즐기려거나 없애려는 태도는
오히려 부정이 가는 길을 방해할 뿐이다.
설마... 이 글을 읽고서
'좌절감을 피하는 방법 - 피하거나 즐기거나 없애지 말고 냅둬라!'라고 하지는 않겠지?
좌절감(또는 다양한 부정정서)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좌절감을 그냥 내 안에 머물다 가도록 냅두라는 것이다.
피하는 것은 어리석을 뿐더러 그럴 수도 없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