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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un 26. 2024

이 새벽, 내가 왜 글을 쓰는지
나를 헤짚어 정리해본다

'글쓰기'에 대하여

오늘(6/25) 새벽, 

영리함을 너머 본능적으로 영악한 것이 사람의 본능인가? 에 대한 불쾌감이 날 괴롭혔고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 나는 책이나 읽자, 또는 글이나 쓰자. 한다. 그러면서 갑자기 '나는 왜 글을 쓰지? 내가 글을 토로의 수단으로 삼는 건가?' 하는 근거없는 탓을 살짝 하기도 했지만 


이내 '나는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아내고 싶어 그간 내가 써왔던 글들을 새벽내내 줄줄 읽어 가며 내 글속에서 나를 해체, 발견해봤다.


그리고 지금 

기로에 서 있는 나에게 정리를 강요한다.

깊이를 낮추고 두께를 얇게 펴서 보편에 좀 더 가깝게 나를 바꾸어야 하나?

깊이를 더 파고 두께를 단단하게 뭉쳐 고립의 가치에 더 치열해야 하나?

균형을 위한 어떤 합일점을 이루기 위해 기로에 선 나를 정리해야 할 때다.


내가 지나온 사고의 진화, 사유의 길에 걸맞은 내가 되기 위해서는 우유부단하거나 머뭇거리면 안된다. 무엇이 옳은 방향이고 전체를 위한 것인지, 정신이 선명한데 행동이 굼뜨면 나는 글과 삶이 다른 위선자임을 증명해내는 셈이니 위선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쪽으로 나를 세워둘 필요가 있다. 


순수하고 투명하지는 못해도 머리가 깨달았으니 영악하지는 않아야지.

바보같이 모른다면 모를까 머리가 알아챘으니 아는 것만은 해내야지.

더디고 무딜 수는 있어도 머리가 지시했으니 가야할 방향으로는 가야지.

불쾌하고 심란한 감정의 이유를 머리가 이해했으니 해석으로 씻어내야지.


나는 왜 글을 쓰지?


글로 먹고 살고 싶다고 서너번 글로 뱉은 적이 있으니 쓰는 것이고
진리를 위한 논리를 정열시켜 정신에 깊은 주름을 내고 싶으니 쓰는 것이고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사람답게 살다 죽고 싶어 사람의 도구인 언어로 사람다운 삶을 증명하려 쓰는 것이고내 안의 것을 세상과 연결짓는 도구 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재주가 글이니 쓰는 것이고
내 힘으로 내가 원하는 삶이 버거워 그것들을 글에 담아 세상의 도움을 구하고자 쓰는 것이고
딱 나만큼 제대로 살아 딱 나만큼이라도 세상에 남겨지는 삶이어야 해서 글로 남기려 쓰는 것이고
삶의 어긋나거나 치우친 부분을 바로잡으려는 정신을 보려니 글로 푸는 것이 유리하여 쓰는 것이고
어중간한 경계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어리둥절한 표정짓는 꼴불견말고 진짜 나답게 살려 쓰는 것이고
무엇보다 내가 나를 키우는 배움이 책과 글외에 뭐가 있나 싶어 닥치고 써야 하니 쓰는 것이고 
이를 통해 
죽음 뒤 성현들의 잔치에 초대받고 싶어 내 글이 그들의 초대장에 지불하는 대가가 되길 바라는 맘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네.

내가 이런 이유로 글을 쓰네....

조목조목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내 속을 찬찬히 들춰서 적어보니 그러네...

현실과 현실너머까지 참 다양하네....


그래, 쓰자.

오늘도 읽은 것을 내 안에서 소화하고 내 것과 섞어 나의 사유의 길에 올려놓고 단단한 사상으로 구축시켜 글로 풀어내보자. 내 감정이나 달래려, 내 속상한 맘이나 토로하려, 나 이런 생각한다 생색내려, 다른 무언가를 유도하려 그리 내가 글을 쓰면 지금처럼 혼내자. 


한글자한글자, 한문장한문장, 한문단한문단, 한편한편... 

저~어기 먼 뒷날, 내 글의 자음과 모음이 모두 흩어져 세상의 흔적묻히며 날개달고 날아다니다 어딘가에 모여 성현들과 만나는 다리가 되어준다면, 그리고 그 곳에서 내 글들이 세상을 어떻게 조금이라도 변화시켰는지 알 수 있다면... 


그러니, 그냥 쓰자. 

올곳게... 진솔하게... 진리를 따르며... 그렇게 쓰자.

그리고 당당하게 요구하자. 

스웨덴보그에게 징징대서라도 '길안내'를 부탁하자.

날 사랑으로 키워주었던 에머슨과 소로우를 만나 '나도 같이 놀아달라' 친구하고 싶고 

세네카와 몽테뉴를 만나 '이제서야 뵙습니다.' 절 한번 올리고 싶고

아우렐리우스를 만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지 못했던 정신 혼내'주십사 간청하고 싶고

디오니소스를 만나 '당신을 흉내내서라도 닮고 싶었다' 고백하고 싶고

릴케를 만나 '애써 외면했던 나의 가슴을 보듬어 달라' 안기고 싶고

루크레티우스와 에피쿠로스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 '용기와 확신을 나에게도 가르쳐달라' 조르고 싶고

톨스토이를 만나 '당신의 고백에 잠시 딴생각 품은 것'에 사죄하고 싶고

올더스헉슬리를 만나 '도대체 어떻게 얼마나 공부하면 당신처럼 되냐'고 진짜 대화 한번 해보고 싶고

블레이크를 만나 '얼마나 사물을 통찰하는 힘이 강하면 그리 위대한 시가 나오는지' 그와 함께 잠시 걷고 싶고

나폴레온힐을 만나 '나의 연구에 대해 평가'해달라 당당히 내밀고 싶고

키루스를 만나 '어찌 그리 확신할 수 있냐고, 그 숱한 배신이 당신을 키울 것'을 어찌 알았냐 묻고 싶고

오그만디노를 만나 '당신을 만난 순간,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내가 아닐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싶고

볼테르를 만나 '유럽에 함께 가줘서 고맙다'고 '이제 어딜 함께 가겠냐' 묻고 싶고

데카르트를 만나 '내 정신을 말끔하게 세척해주느라 힘들지 않았냐'고 보답하고 싶고

니체와 쇼펜하우어에게는 '당신들의 사상이 날 광적으로 자극한 것은 맞지만 당신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아 내 꾸역꾸역 현실에 발을 디뎠'노라고 고백하고 싶다.


그러니, 대가를 지불하자.

내 글은...

미숙하지만 이렇게 간절한 내 글은...

혼자 눈물 뚝뚝 흘리며 헤짚어놓은 내 속 다시 정리해주는 내 글은....

쓰기 어려워 도망가고 싶은 맘 여기 토로 아니, 정리해가는 이 과정은... 

나.... 중에... 

내가 만나고픈 그들과의 만남을 기약하는 초대장이라 여기며 

쓰자...


[건율원 ]

삶의 가치실현을 위한 어른의 학교, 앎을 삶으로 연결짓는 학교, 나로써, 나답게, 내가 되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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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담북살롱]

책, 글, 코칭으로 함께 읽고 함께 쓰는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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