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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Oct 15. 2024

절망...
그 잔인함이 숭고함으로...

'절망'에 대하여

아직도 가슴 한켠을 아리게 찔러대는 아픈 그리움.

이제는 그 그리움의 미련스러움을 사랑하련다.

그토록 그 사랑에 모든 것을 던졌음을 의미하니까.


아직도 심정 저 끝에서 얼룩으로라도 존재하려 몸부림치는 그 기억.

이제는 그 기억의 집요함을 수용하련다.

그토록 그 시절 내 모든 것은 뜨겁게 끓고 있었음을 의미하니까.


여전히 온 가슴을 뒤집을 정도로 미워하는 누군가를 향한 원망.

이제는 그 원망의 무지막지함을 잊으련다.

그토록 그 시절 내 모든 것을 빼앗긴 연유로 인해 지금 나는 진정한 날 찾고 있으니까.


절망... 

절망 속에서 나는 몸부림치며 울부짖은 시간들을 이제는 잊으려 한다.

나태와 권태에 타협하기 위해 '절망'이라는 단어를 방패삼아 내세우는 것은 진정 절망을 모르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으려, 내 심정의 즙을 모두 짜내어도 어쩔 수 없었던 그 시간, 그 기억, 그 망연함... 그래서, 절망은 온전히 발가벗겨진 나를 마주하게 하며 오히려 나를 일으켜준 감사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허우적대다 포기한 자가 아니라

허우적댈 힘조차 없이 바닥에 날 널부러뜨린 '절망'덕에 희망하는 자로 난 일어나 있으니까.

힘없는 날개 파닥대다 멈춘 자가 아니라

힘조차 없는 고요의 침잠속에서 그렇게 서서히 날개에 새로운 힘을 모아 '비상'하려 하니까.

절룩거리며 이성도 감정도 이도저도 아닌 것들로 엉킨 자가 아니라

절제와 구속으로 섞인 것들로 다시 시작할 기초를 만들고 있으니까.


절망이란 두글자는 

진정 자신으로 온전히 저항한 뭉개진 자들에게 어렴풋이 비치는 희망의 여명일지도 모르겠다.

진정 자신으로 온전히 살아간 억압된 사슬을 끊게 하는 장막의 서막일지도 모르겠다.

진정 자신으로 온전히 사랑한 상처의 누런 농까지 모두 뽑아낸 생살의 난육[卵育]인지도 모르겠다.


오늘 새벽 희미하게 밝아오는 여명은

미련이 추억으로,

기억이 망각으로,

원망이 자각으로,

그렇게 

시간속에 분명 존재하는 잔인했던 절망이

자체의 화학변화로 일궈낸 숭고한 희망의 어미였음을 내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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