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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Dec 06. 2024

정신은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 모두는 정신을 지니고 있다.

'정신없어'라는 표현을 자주 하고 듣곤 하지만 

'정신이 없는' 사람은 없다.


정신은 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을 끄집어내고 거머쥐고 갈아내고 닦아내야만 한다.


우리의 정신은 지금 어떠한가?

스스로를 재단하며 변화하려는 용기와 의지.

서로를 위해야 한다는 호혜적인 자선과 배려.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는 도전과 극복.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근면과 성실.

뭔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성취와 추구.

이 모든 것들에서 내 정신이 하품하며 졸거나 대충 깨어있는 상태에서 마냥 하릴없이 노니는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닌가.


우리를 살게 하는 나라의 정신은 어디서부터 걸음을 멈췄는지,

우리를 알게 하는 나라의 교육은 어디서 엉뚱한 놀이에 빠졌는지,

우리를 걷게 하는 나라의 국민은 어찌하다 불안에 길들여졌는지.

우리를 보게 하는 나라의 환경은 왜 외부로 자꾸 시선을 두게 하는지.


힘들 때 기강이 되어줘야 할 정치철학의 옹달샘은 수해때문인지 폭설때문인지 흙탕물옹달샘이 된지 오래고

모를 때 뒤져서라도 찾고 싶은 우리의 교육철학은 인간개인의 본질을 수장시킨 채 진학, 취업이 마치 인생의 종점인양 경주하고

목이 타도록 갈구해야 할 자기만의 인간철학은 '안정된 생계'를 위해 뒷방공론으로 내쳐졌으니

우리에게 정신은 그저 여기저기 탐닉에 길들여진 채 눈치만 늘거나 탐닉에 길들여지거나 심지어 지력없는 시력으로 소경이 되어가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정신은 어떠한가.

나 역시 전체 안에서 기생하는 개인인지라 

나 또한 졸린, 졸고 있는, 이미 졸음에 취한 정신들과 한바구니에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따뜻하고 배부르고 할말이야 나 말고도 할 사람많으니 앞도 뒤도 옆도 다 조니 나도 조는 것이지 뭐, 하면서...


나의 정신은 과연 

깨짐에 익숙하고 

새로운 융합에 허용적이며 

갈아내는 고통에 인내하고 

닦아지는 쾌감의 흥분을 아는가? 


오늘 새벽, 나는 나의 관념과 부딪혔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텐데 나의 작은 지식이 내 속에 불을 지폈다. 

그 관념을 끝까지 고수하려고 애쓰는 정신때문에 내 속은 시뻘건 불로 타올랐다.

'정신을 깨뜨리려는 정신'이 불을 끄려 시도했으나 약하다. 남은 불씨는 꺼질 줄을 모른다.....


안된다.

정신이 나간 사람도 위대한 학자가 되어 있고

정신이 나간 정치인도 위대한 정치인이 되어 가고

정신이 나간 의료진도 위대한 의료인이 되길 원하고

정신이 나간 교육자도 위대한 교육의 수장이 될 힘을 지닌다.


그런데 더 모순인 것은 이러한 '정신이 나간' 이들을 위대하게 만든 이들이 '정신이 나간' 개인이라는 사실이다. 수적으로 많으면 힘을 지닌다. 내 정신은 어디로 출타중인가? 정신이 출타중인 틈을 타 내 혀가 마구 놀아대고 내 눈빛이 마구 반짝거리고 내 손이 여기저기로 뻗힌다면 이를 꽁꽁 묶어둘 수도 없고 그저 '자기보존본능'이라는 말같지도 않은 말로 타협해버릴 수도 없고... 그저 몰랐다, 무지했다라는 반성에 길들여진 정신만 난무하니...


난감한 나는 나의 정신에 명해야겠다.

네가 담고 있는 도덕이라든가 학문이라든가 원리라는 것이 과연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인가.

그 추상의 형체들이 실존의 옷을 입을 수 있는 것인가.

미지의 미래를 향해 당당히 걷게 해줄 힘인가.

나로 하여금 나답게 살도록 이끌기에 내 하루의 각도와 온도가 적당한 기준으로 세워졌는가.

충분한가? 더 조잡해지고 더 천박해지고 더 난잡해지지 않을 자신은 있는가.


어느 누구도 자신이 없는 것을 내놓을 수는 없다.

내 정신의 함량이 지닌만큼 나는 내놓을 수밖에 없을텐데

나는... 과연 충분한가. 괜찮은가. 당당한가.


새벽부터 내 안의 시벌건 불씨가 나에게 자꾸 물으며 답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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