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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an 09. 2023

아! 알았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

'소중'에 관한 소고

아! 알았다!

내가 다다르고 싶은 그 길의 끝에서

나는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된다는...

그것이었다.

훌륭한, 위대한, 엄청난, 똑똑한, 현명한, 

그리고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수많은 수식어의 사람이 아닌,

그저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었다.


아... 이제야 알았다!

所重(소중).

자주 하여 나에게 보태고 또 보태어

내 것으로 스스로 무게를 만드는

더딘 그 걸음걸음에

누군가의 걸음이 내 것과 겹쳐질 때...

나는 소중한 사람이 되겠지.


무겁게 지켜낸 그 것으로

무겁게 그 곳을 지켜내는,

무거워 옮겨지지 않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소.중.


결국,

나여야 하는 길이다.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것은 '나다운' 것밖에 없으니

나여야 소중한 것일테지.


내겐 이미 소중한 몇가지가 있다.

낡았지만 내 지성이 그 때 거기였음을 알게 해주는 책 책속의 메모들.

나의 행복을 그 시간 그 자리에 정지시킨 과거사진들.

노트북 폴더 안에서 스스로 몸집을 키워가는 내 글들.

결코 화려하지도 비싸지도 거창하지도 않지만,

더딘 시간들 속에 무겁게 자리잡고 있는,

결코 없애거나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것들이다.


지금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가족이다.

너무 소중해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고

너무 소중해 어떤 상처에도 강해지길 바라고

너무 소중해 가장 오래 간직하고 싶고

너무 소중해 나를 버려도 괜찮은 소중한 존재다.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속에 소중한 것들담겨 있어야겠지.

내게 오는 모든 것들을 고르지 않고 피하지 않고 중히 여겨 모두 품어야겠지

걷는 길에서 마주치는 그것이

미운 모습으로 오든 이쁜 모습으로 오든

거친 모습으로 오든 반듯한 모습으로 오든

잔인한 모습으로 오든 순결한 모습으로 오든

내가, 나에게, 내것으로 소중히 담아내야겠지.

그러면 소중히 담기겠지.

지금껏 내게 그리 온 것들처럼

앞으로의 길에서도 다채롭게 올 모습들을 소중히 담아내야겠지.

그 길에선 그것을 만나야해서 거기 있는 것이니 그저 소중히 담으면 되겠지.

그러려면 내가 담을 그릇이 되어야겠지.


소중하다는 것은

우아하지, 깨끗하지, 투명하지, 고귀하지, 멋지지, 아름답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소중하다.

상처도, 얼룩도, 치우침도, 묵은 채로 담겨있어 소중하다.

나도 그렇다.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려 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나를 소중히 여겨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리 단순해지니 선명해진다.

누군가가 소중히 여길 이것저것이 내 안에 담겨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와 그 누군가는 각자의 길을 걸었지만 어떤 지점에 어떤 시선으로 어떤 결이 같아

나는 그 누군가에게

그 누군가는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겠지.

만나서 겹쳐지는(重) 그것으로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겠지...


이제서야 알았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나는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가슴에 담겨 있는 사람

만날 수 없어도 느껴지는 결을 지닌 사람

함께 걷지 못해도 늘 손잡고 곁에 머무르는 사람


말하지 않으면서 언제나 귀를 열게 하는 사람

그래서, 바보처럼 혼자라도 답하게 하는 사람

주지 않았는데 모든 걸 가져가는 사람

그래서, 받지 않았는데 모든 걸 알게 하는 사람

그렇게 든든하게 인생을 함께해주는 사람


나는 그리 소중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었다.

그렇게 남겨지고 싶은 것이었다.

그렇게 영원히 함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었다.


가슴이 따뜻하다....

만져지지 않는 가슴의 온기가 이런 것이구나...

내가 소중한 사람이 된다니...

아...따뜻하다....


나는 지금부터

'소중한 사람'이 되기 위한 길로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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