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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Dec 28. 2023

네게 접종되어야 할 광기(狂氣)는 어디에 있니?

MZ세대에게 남기는 엄마의 유산 15


'너희들에게 접종했어야 할

저 광기는 어디에 있는가?(주1)'


엄마는 어느하루 니체의 이 한탄에 꽂혀 있었단다.그러면서 '광기의 접종'을 너희들에게 제대로 해주었는지 곰곰히... 계속... 정말 계속... 생각에 잠겼지. 그러면서 너희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기록한 아가수첩을 들춰봤어. 홍역부터 간염까지. 참.. 많은 주사들이 너희들에게 투입되었더구나. 얼마전 코로나. 그리고 지금 독감예방주사까지.


나라에서 맞아야 한다는 접종은 빠뜨리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떤 지침도 없는, 그러니까 엄마가 너희에게 접종시켰어야 할 것들은 제대로 했는지 엄마는 엄마를 돌아보았고 혹여 엄마가 빠뜨린 것이 있다면 이제 '어른'의 대열에 들어선 네가 스스로 접종하길 부탁하려 이 글을 쓴다. 


그렇게 함으로써 너부터 먼저 스스로가 '어른으로의 인간'이 되어야 하고

또 너희로부터 탄생할 또 다른 생명에게 그 접종의 의무를 다해주길 바란다.


광기(狂氣)라....

'미친 기운'


기억하니?

엄마가 너 어렸을 때 무어라도 좋아하면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지.

'아이야, 이왕 좋아할거면 미치도록 좋아해라

잘 하는 걸 좋아하고

좋아하는 걸 잘 하는 건

누구나 다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 이상으로

미치도록 빠져보라'고.


좋아하는 것을 너머서서 배고픔도 할일도 잊은 채 그것에 푹 빠져있길 항상 바랬지.

그래야만 진짜 아는 것이며 진짜 할 줄 아는 것이니까.

진짜 너를 미치게 하는 그것이야말로 네가 네 인생에서 풀어야 할 숙제이자 사명인 것이거든.

그렇게 네가 무언가에 푹 빠질 때마다 엄마는 너를 미치도록 빠뜨릴 그것이 무엇인지 너무 반가웠고 또 너를 빠뜨릴 것이 무엇인지 몹시도 궁금했었지.


그런데 지금,

너는 무언가에 미쳐있는 거니?

아니라면

네게 광기의 접종이 필요하겠구나.

'너희들에게 접종했어야 할 저 광기는 어디에 있는가?'에 빠져 있던 엄마의 하루처럼 너 또한 너 자신이 무엇에 미쳐 있는지, 아직 접종이 안되었다면 스스로 접종하고 접종이 되었는데 내성이 생겨 기능하지 못한다면 다시 한 번 더 접종해야겠다.


미쳐야 미친단다.

진짜 널 미치도록 하는 그것이 세상이 네게 부여한 숙제이며

진짜 널 '그것'밖에 모르게 하는 '그것'을 발현하는 것이 신이 이 세상에 널 출현시킨 이유이며

진짜 '되면 좋은 것'이 아니라 '안되면 안되는 그것'이 인간으로서 네가 유일하게 해야 할 업(業)이란다.


엄마의 곁에 너희들이 머물 때, 그러니까 18세 정도까지라고 하자. 어른의 보호아래 네가 삶을 유지시킬 때까지 엄마는 너의 정신에, 신체에, 영혼에 많은 자극들을 준 듯하다. 정신에는 책으로, 신체는 운동으로, 영혼은 너의 느낌과 선택을 지지하며 너의 삶의 보호자로서의 의무를 수행했지. 너희들을 제대로 키워내야 한다는 대명(大命)에 순종한 채 수많은 순간순간의 접종을 챙기려 애썼고 어쩌면 네가 지금 꿈을 향해 가고 있는 근성의 기본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아이야...

이제 너는 어른이란다.

그래서 당부하건데.

혹여 엄마가 놓쳐버린 부족이 

네 인생에서 힘을 쓰기 전에

스스로 접종하기를 바란다.

우선, 너의 정신의 강인함을 위해서는 책이 유일한 접종일 것이야. 네가 엄마의 보호에 있을 때 파올로코엘뇨, 빅터플랭클, 오그만디노, 프랭클린 등의 책을 두루 읽게 했지. 이를 통해 삶의 방향이나 현실적 낙관주의, 삶을 제대로 운용하는 덕목들이 너에게 접종되었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이제 어른으로서 너는 지식의 부족을 늘 채워야 해. 부족한 지식이라면 국영수가 아니라 네가 미쳐있는 내지 미치고자 하는 그것에 대한 탐.구.의 지식을 말하는 것이야. 더 이상 탐구하지 않아도 될만큼의 지식을 기본으로 갖추지 않으면 하나에 미쳐가는 과정에서 기초가 부실해지지. 부실한 기초에 탑을 쌓는 것은 말 그대로 미친 짓이고. 


충분한 탐구가 쌓인다면 인생의 솟구치는 어떤 지점을 반드시 만날 것이야. 

그때 비로소 광기 덕에 진짜 너만의 인생을 진짜 너답게 삶이 진짜 근사한 예술임을 알게 되겠지. 

광기의 접종이 제대로, 제때에 된 것이지.

너만이 할 수 있는 너만의 일에서 프로페셔널한 너의 존재가치가 증명되는 것이지.

남의 구사(驅使)를 달게 받는 가축(주2)같은 인간이 아닌, 진정 주체적 인간으로 널 세워두겠지.


이제 어른의 대열에 들어선 너이기에 앞으로 너의 정신에 접종해야 할 책들을 조금 꺼내놓자면,


에머슨을, 몽테뉴를, 세네카를 읽으며 인간다움에 대해 숙지할 것이며

애덤스미스를, 토마피게티를, 나심탈레브를 읽으며 시류와 세상에 대해 인지할 것이며

릴케를, 소로우를, 톨스토이를 읽으며 삶의 결을 다듬어야 할 것이며

소크라테스를, 공자를, 귀곡자를 읽으며 삶의 원리와 처세에 대한 지성의 강도를 다져야 할 것이며

쇼펜하우어와 니체를 읽으며 인간에 대한 비판을 스스로의 성찰로 이어가야 할 것이며

에피쿠로스를, 루크레티우스를, 리처드파인만을 읽으며 생물로서의 너의 근원을 바라봐야 할 것이며

아우구스티누스를, 괴테를 읽으며 성찰의 자세에 널 머물게 해야 할 것이며

볼테르를, 올더스헉슬리를 읽으며 영혼의 눈으로 세상을 관조하도록 너를 확장해야 할 것이며

데이빗호킨스를, 스캇펙을 읽으며 너의 의식이 인간에게 효율적으로 기능하도록 열어야 할 것이며

세익스피어를, 호라티우스를 읽으며 너의 감각과 감성이 높은 시선의 소리에 응답하게 해야 할 것이며

조지허버트를, 블레이크를 읽으며 네 시야에 온 우주를 담아 그 시야를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며

데카르트와 스웨덴보그를 통해 보이는 존재의 실체적진실과 그 너머의 거대한 시선을 믿어야 할 것이며

프루스트를, 카잔차키스를,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으며 철학입은 삶을 사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너의 탐구과정에 엄마가 거론한 위의 접종이 차곡차곡 추가된다면 너의 탐구는 인간을 이롭게, 무엇보다 너의 삶이 네 주변 모두의 건강을 위한 훌륭한 효모가 될 것이라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단다.

너의 영혼을 위해서는 어떠한 접종일 필요할까.에 대해 더 많은 시간 고찰해 보았는데, 영혼이란 단어는 이미 수없이 거론했으니 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그래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니 간단히 몇 마디만 하자면,


인간의 육체는 신체와 정신, 영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영혼에 대해 양자 물리학자인 울프(Fred Wolf) 박사는 ‘영혼은 0.0001%만 육신속에 있고 나머지 99.9999%는 육신밖의 우주에 퍼져 있다(주3)'고 했단다.


위에서 거론한 책들로 네 지성이 다져지면 영혼이 너의 주인인 것을, '영혼의 자극'인 감각이 너의 주체인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니 이 얘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영혼의 접종은 어찌 해야 할지를 얘기할께.


지금 시대를 대변하는 3단어가 있다면 예측불가, 불확실성, 급변이란다. 그만큼 과거 100년이 지금 10년, 과거의 10년이 지금 1년의 속도로 변하고 있단다. 너무 빨리 변해서 예측이 불가능할뿐더러 그러다 보니 확실한 것이라곤 없지. 심지어 대학들어갈 때 배운 것이 졸업할 때는 무용한 지식이 된다는 말까지 나오니 너에게는 그 무엇보다 영혼을 위한 접종이 지속되어야 할 듯하다. 새로운 세상을 지나간 지식으로 대응하기엔 버겁겠지?


독감이 오기 전에 독감예방위해 약을 주입하듯 새로운 시대를 위해서 너는 초민감성, 다시 말해 너의 의식을 열고 무엇이든 해보지 않은 짓, 평소와 다른 짓을 수시로 하렴. 한마디로 '안하던 짓'을 하란 말이지. 


늘 네비게이션을 켜고 안전한 길로만 다닌 사람이 네비게이션이 없으면 늘 가던 곳도 헤매듯이 인생의 길도 마찬가지란다. 안전한 곳만 가다 보면 불안전에 부딪히게 되고 늘 편안한 쪽만 선택하면 불편을 견뎌낼 능력을 상실하지. '불편함을 견디는 능력'이야말로 부모의 보호아래 편하게 살아온 네게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이렇게 세상이 빨리 변하는, 급류의 시대라는 의미는 새로운 것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란 말이잖아. 그러니 너의 의도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넌 늘 불편함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단다. 그런데 잘 됐지. 이러한 불편함들을 너는 민감하게 느끼고 그 느낌으로 새로운 감정과 새로운 판단을 해낼 수 있으니 말야.


그러니 네 머리 속에 고정되어 있는 인식을 의심하고 새롭게 자극을 주는 영감에 너의 판단을 맡겨 봐. 이를 위해 일부러 '안하던 짓'을 하면서 의식을 더 민감하게 키워내란 말이지. 바로 '안하던 짓하기'가 영혼을 위한 접종인 것이야.

또한 너의 환경을 위해서는 사람이 접종일거야. 네게로 오는 모든 사람들은 네게 자원이 되어주는 존재거든. 물론, 널 피곤하게 곤란하게 아프게 하는 이들도 있지. 하지만 이들 역시 각자의 성질, 성향대로 네게 자극을 주어 너의 감정과 지성의 근육을 키우기 위해 네 인생에 등장한 것이란다.


지식은 크게 셋으로 나눌 수가 있어. 이론으로 습득한 명시적 지식, 그리고 실천으로 체득한 실천적 지식. 명시적+실천적 지식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너만의 암묵적 지식. 자, 네 인생에 네가 경험한 실천적 지식은 분명 한계를 지닐텐데 그 외의 경험은 바로 네게 온 사람으로부터 얻게 될거야. 그들의 경험이 네게 간접적이지만 새로운 실천적 지식으로 쌓여 네가 공부해 온 명시적 지식에 힘을 보태어 미래를 살아갈 암묵적 지식으로 승화된단다.


네가 살면서 느낄 때가 있을거야. 변화가, 공부가 필요하다는 느낌.

이 느낌이 있을 때, 크게 3가지를 명심하길 바란다.

읽는 책을 바꾸고

가는 장소를 바꾸고

만나는 사람을 바꾸고.

자, 네 정신과 영혼과 환경에 필요한 접종인 것이지.


아이야. 이제 어른으로 진입한 너를 세상에 당당하게 세우기 위해 강하게 단련시키려면 사람을 통해, 책을 통해, 그리고 안해 본 행동을 통해 네게 수시로 예방접종을 하렴. 썰물이 빠지면 비로소 누가 발가벗고 헤엄치는지(주4) 온 세상에 드러난단다. 나이를 먹어가며 자신의 입에서 멈춰야 할 말이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었는데..', '나도 하려 했는데..'라는 비탄의 소리가 아닐까? 이 비탄의 소리는 반성하는 듯 널 착각으로 몰고가 오히려 널 더 둔감시키며 후회에 감염시켜 버려.


대응하지 말고 대비하는 인생이 되어야 해. 


스스로 자가진단을 통해 필요한 접종을 한 정신은 아주 활기차게 날개를 퍼덕이지. 

부러져 땅에 널부러진 채 질척대는 그런 정신은 아닐거야.

네가 미쳐야 할 그것의 강력한 뿌리가 되어

너를 더 높게 크게 넓게 쓰이는 거대한 나무로 키워줄 것이야.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이치를 깨닫는 성자는 아니어도 적어도 네 인생을 당당히 개척할 전사는 될 것이야.


이제 네게 학교라는 울타리도, 부모의 그늘도 어쩌면 소용없을지도 몰라.

너 스스로 너를 푸른 잎이 무성하게,

철마다 달콤한 열매를 맺게,

드넓은 그늘을 수많은 이들에게 내어줄 수 있는 나무로 자신을 키워내야 해.

그렇게 숲의 일부가 되어 너의 정신의 기운, 정기(精氣)를 맘껏 뿜어내야 해.


너의 '광기'를 위해 꼭 필요한 '접종'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어른이 되렴.


주1>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2000, 책세상

주2>롱펠로우의 시 '인생의 노래'가운데 발췌

주3>왓칭, 김상운, 2011, 정신세계사

주4>워렌버핏.


* 12/21일부터 연재요일을 개편하오니 아래를 참고바랍니다.

   월 5:00a.m. [지담단상-깊게 보니 보이고 오래 보니 알게 된 것]

   화 5:00a.m. ['철학'에게 '부'를 묻다]

   수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목 5:00a.m. [MZ세대에게 남기는 '엄마의 유산']

   금 5:00a.m. [느낌대로!!! 나홀로 유럽]

   토 5:00a.m. [이기론 -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일 5:00a.m. [삶, 사유, 새벽, 그리고 독서]



* 독서, 글로 많은 이들과 함께 하는 놀이터,

   삶과 사유, 사람이 함께 하는 곳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https://cafe.naver.com/joowon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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