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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담 Jan 31. 2024

세상은 내게 관심없다.
세상의 관심은 오로지...

‘침묵’에 대하여

여기 제주도. 

군대휴가나온 아들이

제주도에서 진행되는 나의 강의 일정에 동행하여

겸사겸사

시골 농가주택을 하나 얻어 어제 내려왔다.


간간히 빗방울이 내리지만

여전히 새벽 4시.

나는 눈뜨고 마당으로 나가 하늘부터 본다.


시골이라 더 시커먼 하늘.

비때문에 별은 보이지 않지만

없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 있고 나는 그것을 본다.


매일 새벽 테라스에 나가 별부터 바라보는 습관이 든지는 벌써 몇년 째.

난 그다지 서정적인 사람이 아니라 별을 보며 감동이 밀려오거나 하지는 않지만 

몇 년전 오그만디노의 '아카바의 선물(주)'을 만난 이후부터 내게 별은 특별하다.  


'감은 눈'을 뜨는 순간 

창조의 새날을 선물받으며 

첫 시야의 포착이 '별'이길...


매일 새벽, 별과 눈을 마주쳐야만 

내 하루 첫 시야가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내겐 하루를 시작하는 하나의 의식이라고도 하겠다.


밤새 할말 잔뜩이었는데

막상 별과 눈을 마주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아니,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 지 몰라...


나는 침묵한다.  

   

별이 나에게 하는 말도 듣고 싶은데...


별의 침묵은 항상 길다. 


    

나는 왜 내게 온 것들을 걱정하고 한탄하는지 나 스스로에게 묻지만

내 정신이 그 질문의 답에 미치지 못해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다.

내 침묵이 끝나면 별이 그 답을 알려주려나 눈떼지 못하고 기다리지만

별은 한결같이 침묵만 한다.    

 

내가 내게 묻는 것들을 나는 알아낼 수 있을까.

과연 내가 내게 제대로 묻기는 하는 걸까.


안가본 길을 가려는데, 

새로운 창조의 앞에서

내가 뭘 모르는지를 알려하는 건방에 질문인들 제대로일까...

나는 여전히 몰라서 침묵하지만

별은 알면서도 침묵하는 듯하다.     


알도리없는 이 수많은 물음표에 답을 구하지만

질문이 잘못되면 답도 잘못인 것을...

내 안은 몰라서를 너머 뭘 모르는지도 몰라지는, 

결국, 

기어이, 

내 질문의 끝은

'내가 지금 제대로 질문하는건가?

 질문하는 자체가 오류인데!' 


곤란을 너머 혼란, 소란, 착란 지경까지 가버린 채 

의도치 않게 침묵을 강요당한다.   

  

내가 괴로워할 때쯤

비로소 별은 나 스스로 알게 될 것이라는 듯 '침묵의 소리'를 만들어 내 옆구리를 툭 친다.     

별이 침묵에 소리를 입혀 서로 신호를 주고 받는,

이상야릇한 느낌같은 느낌이 닿은 그 때,

비로소 내 마음에 어름잡히는 갈피. 


이 찰나의 느낌때문에 

요즘 나는 일부러 더 길게 침묵을 택한다.  

   

나와 나 사이에 이토록 모르는 것이 많으니 침묵하고

나와 너 사이의 갈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 알 길 없어 침묵하고

나와 '내가 가고자가야할 길사이지금이 어느 언저리인지 몰라 침묵하고

나와 세상 사이 벌어진 간격을 메울 길을 몰라 침묵하고     


이 소리없는 침묵은

내 정신의 얕은 수양에서

내 지각의 미숙함에서

내 산 경험의 빈약함에서

내 영혼의 혼탁함에서 비롯되는 것이 뻔한 것인데

나는 왜 한탄섞인 의문을, 질문을 자꾸만 내게 던지는지...


이 의문품은 질문들이 

개개의 난도(難道)에서 난행(難行)을 거치며 

그 자체가 스스로 소용없다고 굴복할 때까지

나는 침묵을 하는 건지 당하는 건지


여하튼 

침묵말고 

다른 방도를 

나는 모른다.     


별이 나의 침묵에 그저 침묵으로 응대하며

소리없는 침묵에 소리입혀 신호줄 때까지

그저 묵묵히 정신의 불안한 이동을 견딜 수밖에...

그저 묵묵히 내 정신이 더 바른 질서를 잡도록 쌓는 수밖에...

     

내 삶도

내 길도

내 모든 것들도 나에게 침묵하니

나 오늘도 그저 순종하며 불안함 안고 갈길 갈 수밖에...     


글을 쓰고 나니 

나 속 편하자고 

침묵을 택한 

비겁한 글이 되었다.


나에 대한 이해와 표현의 한계에 또 다시 한탄하지만...

이 역시 달리 변명할 길 없어 침묵할 수밖에...     


알려 하지 말자

궁극의 질문도 하지 말자

그저 

오늘 해야 할 일 했는지만 따지.


그것만 하자.

아무 말 안해도 나, 나의 창조물들이 전하고픈 의미는 세상을 향한 행진을 시작했고

아무 소리 안 들려도 세상은 계속 내 것들을 흡수, 교신하려 전진을 시작했으니

바보천치처럼

삐에로, 어릿광대처럼

갓난아기의 본능적인 생존의 몸부림처럼

그저 

오늘만 날인 듯 그렇게 살아보자     

말을 너무 많이 하고 살았다.


세상은 

나의 이야기에 관심없다.

나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려 할 뿐.

 

그러니

침묵하고

나를 깨워 세상이 내게 전할 소리를 듣고

세상이 날 통해 전할 소리를 말하자.


주> 아카바의 선물, 오그만디노, 2001, 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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